글사랑
한 여자 (2)전편
-19.-
비행기가 착륙하며 스르르 굴러가듯 하다가 완전히 정지하는 순간에 여자의 과거를 돌아보던 상념이 현재에 머문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새로 신축된 비엔나 공항건물과 더불어 모두가 새롭게 보인다.
23년 전 모습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지난번 6월에 개항한 신축공항으로 첫 번째 입국하면서 공항을 잘 못 들어왔나? 두리번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난다.
자리에 앉아 먼저 나가려고 줄을 선 탑승자들을 보면서 여자는 그대로 앉아 있다.
급할 것 하나도 없다....
비행기
문이 열렸는가 보다. 사람들이
움직인다.여자도
일어나 출구로 나선다.
짐 나오는
곳으로 오니 어느새 여자의 짐이 짐벨트를 돌고 있다.먼저 나온 사람들이 집어간 짐들이 거의 빠져나가서 그런지 여자의 짐만이 서서히 계속 돌고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짐가방을
들어내서 손가방을 그 위에 올려놓고 출구 쪽으로 가만가만 움직인다.
한쪽
벽면 전체가 프란쯔
레하르 / Franz Lehar 의 작품 “ 유쾌한 미망인” / Die Lustige Witwe 악보로 장식돼 있다.
후!후!후!.... 누구의 발상일꼬?
음악의 도시라고 자처하며 악보를 그려 넣은 것이“유쾌한 미망인”???
여자는 이날따라 본인이 미망인임에 더욱 더 실소한다.
여자 주위에서는 그녀를 보고 곧잘 '유쾌한 미망인' 이라고 농담을 해왔다.
그랬던
것은 물론,남편과
사별 후에 별로 변함없이 생활하며 곧잘 웃고 남을 즐겁게하는 모습이 여전하고 즉
슬픔의 그림자가 별로 두드러지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알꼬? 내 마음을 … 나 스스로도 모르겠는데...
인생이란 어떻게 보면 확실히 주기가 있다고 여자는 생각한다.
6살에 초등 교육을 받기시작하고 졸업하면 12세..
즉 12년의 배수로 인생의 전환점이 오는것이 아니었을까?
대학졸업하던 24세..
비엔나 왔을 때가 36세...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빠르게 회전되던 때가
12년이 세번째 반복되던해부터 1989년이 아닐까...
그 해는 여자의 인생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정세에도 커다한 변환점이 되는 해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 중에 동서 베를린장벽이 1961년 8월 13일에 세워지고 28년 후인 1989년 11월 9일에 무너졌던 것이다.이것은 냉전체재가 끝나가고 소련의 공산주의 체재붕괴에 잇따라 독일을 통일시킨 국제 정치의 변환을 가져왔으며 얼마 후 유럽경체체재에도 커다란 변환을 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변수가 존재하는 시기에 여자는 유럽으로 왔었다.정확히 말하면 아직 이런 변수가 표면적으로 부상되지 않은 시기였다.여자의 남편은 이런 다가올 11월의 국제적 변환기를 예상치 못하고 동유럽의 중심지인 비엔나를 근거지로 삼아 무역의 장을 펼치려고 불과 몇 달전에 준비하는 것이었다.여자는 그 시절 국제 정세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개인적, 가족적인 계획으로부터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펼쳐질 것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수와 쉔브룬을 다녀온지 며칠 후 밤에 남편의 전화를 받았었다.
얘기인즉은,그동안 비엔나에서 사업하는 S라는 사업가를 K를 통해 서울에서 만나 교제하게 되었는데,앞으로 동유럽에서 비엔나가 중심이 될 것이므로 이번 부인이 들어간 김에 비엔나에 지사를 세우는 게 좋겠다고 권면을 받았다는 것이다.우선 사무실 명목으로 집을 구해놓으면 그다음 일은 S사장과 K가 한국을 오가며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간 김에 7월에 열리는 여름음악연수과정도 밟는게 좋겠다... 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일방적인 남편의 처사에 화가 났다.
무슨 일이나 의논을 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고형식인 것이다.
여자가 답하기를,
원래 계약건은 곧 마무리될 것이니 계획했던 여자의 의무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얘기가 서울에서 그 정도로 진전되었다니,당신이 원하는 사무실건은 채재 중에 힘닿는 데로 하겠다.
이제부터는 7월 연수를 위해 준비를 하면서 사무실건을 알아볼 것이다. 온 김에가 아니라 연수를 위해 머무는 것이 여자의 1차 목적이 될 것이며 다음 날 여자에게 정말로 연수가 꼭 필요한 것인지,어느 교수가 연수를 담당하는지, 등록일이 언제까지인지 알아본 다음에 연락 주겠다. ..라고했다
남편은 허허.. 하며
"그게 그거 아니냐? 당신 왜 예민한 반응을 하는 거요? 집을 구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거고.그러다 보면 7월이 올거고.그러면서 음악연수도 하고.그 사이 모든 일이 마무리될 거고..그 다음 한국에 오면 될 거 아니요?"
여자는
그동안 들어왔던 간 김에....
온 김에...
라는
말이 맘에 안 들었다.
무슨 일에나 먼저 계획하고 수행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 아닌가?
또한 그녀의 여름연수건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수를 하려면 훨씬전 부터 스스로 연습하여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여자는 통화를 마친 후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다.현수와 현수의 교수가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언니가 이번에 여기 온 것이 언니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거야.그런데 이왕이면 여름마스터 코스도 해보고 귀국하면 어떨까? 다른 이들은 일부러 그 연수를 하려고 오는데,언니는 왔던 김에 좀 더 체재기간을 늘려서 말이야.“
"아인씨! 한국 가시기 전에 또 뵙기를 바래요.제가 7월에 연주회가 있는데,그때 만이라도 아인씨와 같이 연주하게 되면 좋겠는데요..조금 귀국날짜를 연장하시면 안 될까요?“
여자의
예감은 한 달이
석 달 되고..석 달이
삼년 되고...삼 년이
삼십 년이 될 것 같은 것이다.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드디어 한여자가 돌아왔네요.
출장 잘 다녀 오셨지요?
매일 드나들며 언제쯤 오시려나 기다렸어요.
비엔나의 가을그리고 겨울~~~
슈벨트의 가곡이 연상되지요.
슈벨트가 거닐었다는 호수를 거니셨군요.
계속 많은 이야기가 담겨질것 같은 한여자!
유럽에서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전개 될것같은데
저도 한여자가 되어 내가 그리워 하는 유럽에 젖어볼랍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너무 무리하지말고 천천히........
15기 송년회를 알리는 글이 올려있는지 홈피로 들어왔습니다.
옥인 선배님의 "한여자(3)" 라는 새로 올라온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은 11월 21일 수요일.
6월에 예매해놓은 바이에른방송관현악단의 연주회가 예술에 전당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그냥 매일매일과 다른 날이기에 조금 신이 났습니다.
수업이 비어있는 3,4교시 아이들을 과학실에 보내고는 여기저기 오늘 연주될 곡을 찾아 들어봤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6,7번이 오늘 마리스얀손스 지휘로 연주됩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눌러놓고 한여자3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사실
옥인선배님의 삶을 살짝 궁금해했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결심은 보통 결심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삶과 추억을 정리해서 글로 쓴다는 것은 게으른 사람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지요.
읽다보니
연재하는 글이었습니다.
마치 옛날 극장에가서 중간부터 보고 결말을 안뒤에 다시 처음을 보듯이 봐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3)을 읽었습니다.
저는 다시 (1)편을 찾아 읽었고 친철히 (2)편으로 연결시켜주셨기에 짓무르는듯한 눈을 비벼가며 계속 읽었습니다.
그리고 (3)을 또 읽었습니다.
물론 때때마다 올려주신 음악과 함께요.
그리고 3회 선배님과 주고 받으시는 답글들과 함께요.
4교시까지 밖에 없는 수요일이었으니 망정이지...
오늘 음악회에서 연주될 곡을 자세히 들어봐야겠다는 오후 일정을 버리고
한여자 1,2,3에 심취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음악과 함께하는 날인가봅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와 함께하는 한여자의 글을 눈이 짓무르도록 읽었으니까요.
(제가 늙어가면서 눈이 참 침침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컴퓨터를 많이 보면 더~ ^^)
이제는 계속 조용히 읽어보렵니다.
신문연재를 읽듯이..
제가 쓴 댓글이 방해가 되지 않았는지요....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의 악보를...
비엔나공항은 역시 음악의 도시답군요^^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또 기다립니다!!!
제가 글 시작하고 나서 몇번을 계속 여행을 하다보니,
과거 현재가 혼동이 되더군요 ㅎㅎ
너무 옛날얘기만 하는것 같아서
신선감을 넣느라고 비엔나 공항의 새로움도 넣어보았어요.
6월 3일에 공항출국했다가 11일에 입국하는데,
그 사이에 신축공항이 오픈을 해서 어리둥절 했었답니다 ㅎㅎ
실제로 보면 악보가 적혀진 벽이 대단해요~~
그리고 나서 몇번이나 들락거렸는데도
아직도 머릿속에는 옛날 공항이 어른 거리지요 ^^
도밍고와 네트레브코의 " 유쾌한 미망인' 중에서 2중창
2008년 6월 27일 쉔브룬 궁전 야외무대에서
A. Netrebko & P. Domingo "Lippen schweigen" Lustige Witwe
Vienna 27/6/08
(본문계속)
-21.-
"언니!
로렌스
교수님을
조금
전에 요기 학교앞에서 만났어. 언니가
연습 거히 마칠 시간이라고 했더니 그럼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꼬리를
빼듯이 현수가 말한다.
?아인씨
반가워요..벌써
며칠이 지났네요..바로
금방 전에 모짜르트 소나타를 연습하던것 같던데요..“
여자의
얼굴이 발개 진다.
? 하도
오랫동안 피아노를 안 만져서 손을 풀던 중이에요.....“
? 으음, 겸손도 지나치면 오만이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더욱
더 부끄럽다. 자신이
치는 것을 연습실 문 앞에서 들은 것 같으니...
? 제가
마실것 좀 대접할께요.나가
실까요?“
모두는 학교앞을 지나 케르트너 거리로 나갔다.
딸애는
싱글 벙글이다.
? 엄마! 우리 어디가요? 교수 아저씨 같이 가시는 거에요?“
로렌스가
딸애를 귀엽다는 듯이 보다가 현수에게 묻는다.
? 현수! 언니하고 칼렌베르그에 가 보았어요?“
? 아니요..우리가 아직 자동차가 없어서 그냥 시내만 돌아 보았지요..“
? 아!그래요.그럼 오늘 내 차로 거기 올라 가지요..“
여자는
두사람이 얘기 하는 것을 듣는다.
여행 안내서에서 읽었던 '칼렌베르그' 라는 지명이 귀에 들어온다.
현수가
눈으로 물어 본다.
? 좋지만, 이렇게 교수님 시간을 내도 되는 건지...미안해서..“
? 언니는...시간이 되니까 해준 다고 하는 거지 뭘...그럼 오케이다?“
로렌스
교수가 세워두었던 차를 알버티나 광장(참조: 아래 지도 화살표 자리)에서 타려는데,
? 아인씨가 앞에 앉으시고, 현수는 뒤에 공주님과 앉으면 되겠네요” 라고 제안한다.
여자가 뒤로 가겠다고 사양하니,
? 언니! 그냥 앞에 앉아 ...그래야 교수님 관광 설명을 잘 들을 것 아니야?“ 라고
교수가 들을 수 있게 일부러 영어로 말한다.
로렌스는 현수의 위트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국립 오페라 하우스 ( Staatsoper)를 거쳐 오른쪽 커브를 돌아 Ringstrasse( 지도 노랑색 원형거리)로 들어선다. 19세기 중반에 비엔나 성벽이 있던 곳을 허물고 만든 세계최초의 원형 도로란다.독일 문학의 쌍두벽을 이루었던 괴테 동상과 쉴러 동상을 지나 호프부르그 왕궁(Neue Burg)과 미술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
( 1900년대 링스라쎄의 모습)
그리고 국회의사당( Palament)을 거친다.
운전을 하면서 링트라쎄 (Ringstrasse)설명을 계속 한다.
? 국회의사당은 그리스 의회정치를 본받아 민주정치를 하자는 의미로 신그리스 양식으로 지었답니다...“
그리스?....그리스...여자는
갑자기 박영빈이 살고 있다는 그리스가 떠 오른다.
그
다음 로렌스교수가 왕궁극장( Burgtheater).
시청( Rathaus). 비엔나
대학( Universitaet),
보티브성당
( Votive Kirche)등등...계속
설명을 하는데 하나도 안들어 온다..
링거리를
빠져 나가다가 조금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로렌스교수는
잠깐 멈춘다.
?여기가 슈베르트 생가에요...제가7월에 연주를 여기에서 할려고 해요.“
자그마한 홀이지만 슈베르트곡을 많이 연주하는 곳이지요.비엔나 여름축제의 이벤트행사입니다.?
(참조: 주소 Nussdorferstrasse 54, A1090 Wien)
여자는“ 아!예....“대답하며 생가를 쳐다 본다.
몇백년전 슈베르트가 태어났던 그 시절을 가늠해 본다.
다시 한참을 차를 타고 가다가 서서히 윗쪽으로 올라간다. 경사진 언덕에 있는 포도원을지나간다
모네, 세잔느, 고호의 풍경화 같다.....이런 곳에서 그런 그림이 나왔었구나...
양
좌우에 숲길이 울창하다.요한스트라우스의
“ 비엔나 숲속의 이야기” 라는 제목이 떠오른다.
올라가면서 저절로 비엔나 전경을 본다. 구불 구불 돌길을 따라 지나간다 .
딸애는“ 어머!어머머!!꼭 대공원에서 돌아가는 것 같애 ㅎㅎㅎ” 신이 났다.
드디어
비엔나 숲의 북쪽 끝에 있는 전망대 까지 올라갔다.
오른 쪽 구릉을 가리키면서 바로 그쪽으로 가면 알프스 정상까지 도착한다고 한다.
모두가 서있는 곳 왼쪽의 다음 언덕인 레오폴드수도원이 바로 알프스의 동쪽 끝이라고 설명한다.
시내에서
보던 것 보다 비엔나가 훨씬 더 넓어 보인다.
현수가 손가락 끝으로
?은지야~저기가 스테판 성당...그리고 저기가 쉔브룬궁전...그리고 조기가 니네집있는곳...
그리고 조오기가 다뉴브강...저번에 모두 갔었지?햐 우리 은지 이제 많이 다녔네..“
가리키며 은지에게 설명한다.
그 곳에는 조그만 성당도 있고 향토적인 카페도 있다.
? 바로 이 나무가 보리수입니다”
로렌스교수가 가리키는 성당 앞 나무를 바라보니 하늘 높이 솟을 듯하다.
? 보리수 꽃이 피면 향기가 대단하답니다...독일 시인 뮬러도 이런 정경속에서 보리수를 작사 했던것이겠지요..“
여자는 로렌스교수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모두 이해 하기가 어렵지만 시인의 이름이나 보리수 곡명을 이어가며 나름 대로 해석한다..
모두
카페안으로 들어가서 저녁빛이 내리는 비엔나를
쳐다본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는 아래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다르다.
여자가 유심히 쳐다 보는 것을 보던 로렌스교수는
? 극작가
그릴파르처( Franz Grillparzer)가 말하기를,
-너는 칼렌베르그로부터 이 고장주위를 보았느냐?
그렇다면 너는 내가 무엇을 썼으며, 내가 누구인지를 이해할 것이다...
라고 극단적으로 칼렌베르그의 전경을 칭송했답니다.“설명을 해준다.
(참조:-Hast du vom Kahlenberg das Land dir rings besehn,
So wirst du, was ich schrieb und was ich bin, verstehn.-)
? 고마워요~.이렇게 좋은 곳을 데려다 주시고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시니...
어느 책에서도 아직 읽지 못한 것 감사하게 기억할께요.“
? 아닙니다.비엔나
사람이 이정도를 아는 것 가지고 뭘 그러세요..
유학하는 학생들이 비엔나 머물면 머물수록 여기 문화에 젖어야 할 거에요.
그래야지만 제대로 비엔나 음악을 표현하게 되겠지요.“
? 참! 언니,아까
나보고 의논 할 일이 있다고 했었지? 뭐야?“
? 나중에..우리끼리 있을 때 하자...어쩌면 내가 좀 더 여기에 머물 것 같애서,,,“
? 어머, 그래? 그럼 좋지..근데,무슨 의논이 필요?'
교수가
두 여자하는 소리를 듣다가
? 한국 말이 특이하네요...저는 일본어는 조금 알아 듣는데요..아주 다른 것 같아요.“
? 예,한국 말이 더 이쁘죠 ?교수님”
현수가 애교를 부리며 얘기를 한다.
? 그런데,무슨
얘기를 한 거에요? 궁금한데요.“
? 저....교수님! 언니가 좀 더 머문다고 하는데요..“
? 얘는..어쩌면이라고 했는데...참”
? 그래요..반가운 얘기네요..“
여자는
다음에 확정되면 얘기를 하려고 하였다고 로렌스에게
전한다.
현수는
그래도 궁금한지,
? 언니,그러면 여름 연수할 거지..그럼 이번달말까지 등록해야되..시간이 촉박한데..“
? 알어.그래서 오늘 연수하는 곳에 들르고 피아노도 쳐 본 것이야..“
? 그럼 언니 연습하려면 피아노도 필요하겠네..“
? 현수야...나중에 우리 둘이 있을 때 얘기 계속 하자.응?“
현수와
여자가 얘기 하는 동안 로렌스는 무슨 생각에 젖은듯
하더니,
?아인씨! 좀 더 머물게 된다면 그럼 저의 연주회 반주부탁 드려도 되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당장 이사할 집도 알아 보아야하고,두주동안 연수도 받을 예정이라 ..시간이 어떻게 될런지는...연수 전후에 사실 유럽여행도 하려는 계획입니다.“
? 아? 집을 구하셔요?...제가 당장이라도 소개해 드릴 수 있는 집이 있습니다.시내에서 가깝고요..“
? 어머 교수님 정말이에요? 언니!잘 되었네.나도 언니네 집에 겹살이 해도 되겠네 ㅎㅎㅎ”
? 현수야..그래도 오늘 서울에 연락하고 결정한 다음에 알아보려고.'
로렌스는
예전부터 본인집안과 지인들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람의 전화 번호를 주면서,
? 이 사람에게는 항상 빈 집들이 있어요.. 얼마전 통화중에 6구에 빈집이 있다고 하였었거던요.“
여자는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받는다.
모든 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는구나 ..
어느새
어둠이 내려 머얼리 비엔나의 야경이 아늑히 빛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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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좀더 머물기로 결정되자,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것이라니...
꼭 한 동안 걸림돌에 걸려 천천히 돌며 흐르던 시냇물이 비가 오기 시작하며 물이 불어나 걸림돌위로 철철 흘러 넘어가듯 여자에게도 모든 일들이 거침없이 흐르고 있었다.
여자는 로렌스가 전해준 전화번호를 간직한 채 나름대로 복덕방 신문을 사서 몇군데 집들을 돌아보았다.그러나 1989년 만해도 집주인들이영어대화가 잘 안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독일어 통역인을 대동해야만 했다. 또한 비엔나 주택이 서울처럼 현대적 아파트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수월치 않았다.100년이 넘는 오래된 집들에는 엘리베이터가 별로 없고 화장실이 복도에 있어 몇가구가 같이 쓰거나,혼자 쓰더라도 화장실을 가려면 현관문을 열고 나가도록 되었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몇군데를 보러 다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로렌스 교수가 소개한 곳에 연락을 하고 찾아갔다.
(Gumpendorferstrasse 거리 초입에 있는 유명한 카페 스페얼:
요한스트라우스가 즐겨 연주하던 곳임)
비엔나 6구의 굼펜도르퍼 스트라세(Gumpendorferstrasse)에 있는 집의 4층에 있었다.
문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 어서 오십시오. 로렌스 교수가 며칠전에 연락을 주어서 기다렸었는데 ,드디어 직접 Frau김의 전화를 받아서 반가웠습니다.음악을 하신다고요?...“
“헤르촉"이라는 귀족의 성을 가진 건장한 노인이 이미 얼마 전에 와서 기다리다가 바깥에서 들리는 우리들의 기척에 문을 열어 주었다.(참조: Herzog: 공작 이라는 뜻)
갑짜기 문이 열려 순간 놀라웠지만 그의 친절한 태도에 안심되었다.
집을 우선 돌아 봐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돌아보았다.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고 입구문도 실내에 있다.
그리고 왼쪽 방문과 화장실 사이에 유리창문이 있는데,
그 곳을 통해 다른 이웃집의 고풍스런 지붕들이 보이고 창문 아래로 뒷마당이 보였다.
언제였던가 보았던 그림이 떠오른다
아! 정말 맘에 드네
그 다음 왼쪽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거기에도 바깥마당쪽 으로 난 왼쪽에 길고 커다란 유리창문이 있다.꽃무늬가 들어간 아기자기한 커텐이 달려있는데,창가에는 자그마한 책상이 있다.
기다란 벽면에는 키가 높고 깊이가 깊고 넒이가 넓은 브라운 색의 장식장겸 책장이 있고,중간에 유리창이 있는 장식장안에는 도자기 촛대들과, 커다란식기, 소소한 은제 식기 등이 있다.
그리고 유리창과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는 붙밭이 옷장이 있다.
방문과 붙박이 옷장사이에는 침대가 놓여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쥴리엔드류스의 침대 처럼 메트레스가 몇겹인지 두꺼워서 높이가 높다.
침대 커버가 늘어진 침대밑으로 사람이 기어 들어가 숨어도 되겠네 ㅋ
그 방을 나와 현관에서 중앙으로 통해 거실 가기전 공간에 부엌이 있다.
벽면의 공간을 시원하게 하려는지 찬장은 안 붙여 놓았다.
아마 그래서 왼쪽 방 장식장에 식기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ㅎㅎ
척 보면 부엌기분이 안든다.모든 취사기구나 냉장고가 뚜껑으로 덮여있어 보통 가구로 보인다.
중앙을 통해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아주 넓은 거실이 나온다.
거실 중앙에 자주색 색갈의 탁자보가 덮여진 직사각형 탁자와 같은 색갈의 천으로 덮힌 의자들이 놓여있다.천정에는 고전적 장식등이 달려 있는데,천정으로 부터 걸려 내려오는 등줄도 짙은 자주색이다.
전체가 마루바닥인데, 중앙 탁자 아래를 위시하여 넓게 자주색을 주로하여 잔잔한 문양이 들어간 양탄자가 깔려있다.
오른쪽 벽면중앙에는 가슴 높이까지 닿는 깊이가 깊은 장식장( 여기서는 코모데라고 불리움)이 나무문으로 되어있다.그 안에는 여러 가지를 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코모데 윗쪽 벽에는 단아한 장식의 액자안에 어울리는 그림이 들어있다.
코모데 오른쪽에는 기역자 모양의 편안한 소파가 놓여있다.
코모데 왼쪽에는 키가 높은 장식장이 상부는 유리로 하부는 나무로 여닫이 문들로 되어 있다.
역시 유리장식부분 안에도 도자기 식기와 장신구들이 약간 있다.
중앙문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는 커다란 두쪽 창문들이 두칸있다.
창문사이 가운데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으며 거울 양쪽으로 창가에 두개의 손걸이 달린 의자둘이 놓여있다.의자 옆으로 모퉁이에는 스텐드들이 서있다.
커텐은 바로크풍으로 진자주색에 무늬가 같은 천으로 되어진 브로카드 장식이다.
속커텐은 레이스 천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중앙 왼쪽 벽면 가운데에 마루바닥에서 천정 약 70Cm 아래까지 두쪽으로 열리는 나무문이 열려 있다.( 총 높이 3,5m)
들어가니 크기가 현관 왼쪽 방보다 조금 크다.
그방에도 창문이 있는데,거실과 마찬가지로 거리를 향하고 있다
창가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움직일 수 있는 간이 홈바가 있다.
이방은 긴소파가 놓여있는데, 침대로 이용할 수있다고 한다.
화장대 옆에는 갓이 큼직하고 키도 큰 스탠드가 서있다.
한쪽 제일 넓은벽에는 벽면을 반정도 가리는 고블랭 벽탄자가 걸려있다.
방을 나와 거실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 모퉁인 곳에 도자기 난로가 있다.
(거실에서 보면 문의 왼쪽 모퉁이)
여자가 차근 차근 둘러보는 동안 헤르촉씨는 시종 웃음을 머금고 쳐다본다.
여자가 다시 거실 중앙 탁자쪽으로 오자
? 맘에 드십니까? 혹시 더 다른 집을 보시겠다면 보여줄 집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교통이 아주 좋아요. 오페라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으니까 음악 대학까지도 금방 갈 수있지요.“
여자가 통역으로 온 학생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 이 정도면 너무 좋지요... 저처럼 유학생들은 꿈도 못꿀 정도에요. 교통이 우선 참 좋고요..요기 나가서 오른쪽 골목으로 쪽 가면 나쉬마르크트(Naschmarkt ) 청과 시장도 있어요. 와~! 좋겠어요.
저는 그 시장에 오려면 거의 한시간이상 왕복해야 하는데요..그리고 밤늦게 음악회 마치고 집에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피곤 한데,여기는 걸어와도 되고...“
여자도 집이 맘에 들었다.그래서 계약에 관해 물었다.
? 집이 맘에 든다니 저도 기쁩니다.
요 꼬마 따님이 마리아 칼라스처럼 대성할 때 까지 맘놓고 사십시요..“
ㅎㅎㅎ 이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마리아 칼라스인가 보다.
집주인이 계속 말하기를
“이 번지수 안에도 몇채의 집이 있고 다른 곳에도 더 있으니까 혹시라도 더 가구가 필요하던지, 필요하지 않은 가구가 있으면 당장 바꾸어줄수 있습니다.보증금은 천천히 주어도 되니까 내일 이라도 당장 이사와도 됩니다”
아니? 이 아저씨가 뭘 보고 이러시나?
통역학생이 눈이 둥그래 지며
? 그냥 이 집 잡으세요... 아저씨가 참 친절하시네요. 세상에 계약금도 안 받고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주인이 어디있어요” 라고 여자 보다 더 좋아한다.
여자는 일단 서울과 통화한다음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한 후 그 집을 떠나 나온다.
나오자 마자 오른쪽으로 몇집 내려오니 모퉁이에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집이 있다.
들어가서 딸애와 통역학생과 더 대화를 나누었다.
나이들은 이탈리 아저씨 형제 두사람이 여름철에만 이곳에 와서 장사를 한댄다.
여자가 요동네로 이사 올 것이라고 하니까
? 오 맘마미어~ 요 귀여운 꼬마를 매일 보겠네..“ 좋아한다.
통역학생얘기로는 집세도 위치와 집상태에 비교하면 엄청 싼 가격이라고 후회 안 할 것이란다.
아이스크림집을 나와 조금 걸으니 비엔나의 풍물시장으로 100여년전 부터 비엔나 강을 덮은 곳에 이루어진 나쉬마르크트 청과시장에 도착한다.
싱싱한 과일들이 넘친다.
곳곳에서 사진찍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이사오면 이곳에 자주 올 생각을 하니 갑짜기 관광객이 아닌 비엔나 주민같은 기분이 든다. ㅎㅎ
( 계속)
옥인후배~~~~~
주마간산으로 본 비엔나!
그래서늘 아쉽기만 했는데...
이리도 상세히 사진과 글로 표현해주시니 대리 충족감을 느낍니다.
계속 컴퓨터가 속을 썪여 홈피에 들어와 여유롭게 보게 되질 못했어요.
월요일 쯤엔 컴퓨터 손보러 가야될것 같아요.
지난 2월에 간 쟐스부루크!
미라벨정원 그리고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지척에서 본 성과 온통 모챨트 일색인 거리가 다시금 눈에 어른거립니다.
옥인후배와 함께 글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이밤 행복합니다.
미선 선배님~
어제 주무시기전에 글을 놓으셨네요,,,
나이가 들어가면 잊혀질 것같은 젊은 날의 감성이,
어느 때는 그 시절보다 더 선명히 가슴 떨리는 때가 있어요.
선배님도 그럴 적이 있으신지요?
너무나 선연한 추억이
바로 꿈꾸다 깨어난 듯 생생해서 신기하기도 해요.
또한 글쓰면서 그 시절을 되돌아 보니,
새롭게 그 시절을 두번 사는것 같은 느낌이에요.
잊혀졌던 것인줄 알았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 나름대로 놀라기도^>^.
그런데, 속도가 잘 안나가네요...
이제부터는 과감한 생략으로 가야 할런지도....
오늘, 12월 첫날이에요.
선배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나날을 맞으세요.
오늘 강화 나들길을 길게걷고 왔어요.
가을걷이 끝난 너른들판 귀양온 양반들이 이루고 사는 마을의 양지녁의 평화로움~
정지용의시 향수를 연상하게 했어요
그리고 소라빛겨울하늘과 나목 10샌치 이상 발이 빠지는 융단같이 푸근한 갈잎들~~~~
올해 처음보게 된 전날 내린 소금처럼 뿌려진 간간히 보이는 하얀 눈~~
행복하게 걸은 하루가 꿈결같이 느껴집니다.
걸을수있는 건각과 좋은컨디션을 허락한 건강 그리고 시간들~~
모두가 하느님의 축복으로 감사했어요.
젊을땐 산이 좋아 오르고 올랐는데
어느새 나이드니 넉넉하게 펼쳐진 들판이 좋아졌어요.
겨우날의 따스한 햇빛을 이고 들길을 걸으면 한없이 마음이 편아해지던데
그래서인지 유럽의 푸른 들판이 그리워진답니다.
스페인에서 오월의 밀밭은 녹색의 물결이 이는 거대한 바다같았어요.
간간히 길섶에 피어있는 야생 양귀비의 선홍빛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 탄성이 저절로 나오드라구요.
그리워 그리워 언젠가는 따다시 걷고 싶은곳 !
친구와 70에 다시 가자고 약속했는데 꼭이루어지길 기도하지요.
시시때때로 15키로 이상 긴길을 걷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과감한 생략은 좀 생각해주세요.
길게 유럽에 젖어 보고픈 나의 조그만 소망입니다.
요즘은 책읽기도 수월치 않고 잠시 홈피에 들어와 즐기는 시간이 소중하거든요~`
옥인후배~~~`
훗날 같이 걸으며 유럽을 활보 할날이 있기를 그려봅니다.
건강하시고...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미선 선배님 강화 나들이를 하셨군요.
저는 아직 강화를 못가보았어요.
2년전에 고국갔었을 때 계획을 했었는데,
막바지에 이르니 만나볼분들이 많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어요.
다음에 방문하면 꼭 다녀올려고요.
과감한 생략을 생각했던 것은
원래 글시작할때는 단편으로 간단히 쓰려던 것이
어느새 길게 늘어나서요 ㅎㅎ
소싯적 단편쓰며 깔끔떨던 때와는 영~ 다르네요 .
어젯밤에 일찍 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안와 다시 자정에 일어나 여기에 들어왔어요.
다시 생각나는 데로 연결하여 보았어요.
-23.-?
이사는 손쉽게 했다.
이삿짐이라야 서울에서 가져온 여행용 가방이 전부라니 .. 택시로 날랐다.
남편은
여자가 빨리 집구한 것에 놀라워 하면서,
...이럴줄 알았으면 당신 그냥 한달만 있어도 될걸 그랬나 보구려.그런데, S사장이나 K교수 모두가 당신 구한 집이 위치상으로 볼 때 싯가보다 싸게 얻었다고 당신 능력에 놀라워 합디다. 허허 ..당신 연수 마치고 다시 귀국하면 내가 다니러 가던지 직원을 보내던지 누군가가 비엔나로 출장갈 때 사용하면 되겠구료..수고 했오.. 이제부터 좀 쉬구려.
...그러잖아도 이제 제가 할 일은 마쳤으니, 은지와 여행을 연수 하기 전에 다녀오려구요.
...그러구려.참 K교수가 내일 다시 비엔나 가는데,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요.내가 보내 주겠소.“
...글쎄, 한달계획으로 봄옷만 가져왔는데, 여름 옷 몇벌 은지거와 내것을 보내주면 좋겠네요.
...옷이야 거기서 몇벌 사서 입도록 하지 뭘 그래.대신 한국 음식 좀 보내도록 하겠소.아무래도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
여자는 7월
첫째주까지 완전 홀가분해 진 것이 즐겁다.남편의
부탁으로 해야 할 것이 모두 마무리가 된 것이다.
이사
다음날은 이미 갖추어 있던 모든 가재 정리와 청소를
하였다.정리가
마치자 가까운 슈퍼에 가서 일상품들을 샀다.정돈된
상품들이 깔끔해서 구매충동을 하고 있었다.딸애가
문방구 구역에서 이것 저것 만지며 갖고 싶어하는 것도
몇개 장만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해가 곱게 거실을 물들이고
있었다.
창가에 가서 바로 아랫길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사층이 꽤 높은 것임을 알겠다.
창문에서 같은 높이로 보이는 바로 건너 축대 위에 골목길이 보인다.
축대 난간에 여러대의 자전거들이 정차되어 있다.여자는 자신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탈 수만 있으면 맞바람 맞으며 달리고 싶도록 현재가 가볍게 흥분되는 것이다.
여자의
엄마는 그녀가 자전거 타다 넘어져 혹시라도 손이 다쳐
피아노 못치게 될 까봐 자전거를 못타게 했었다.그러면서
엄마의 생각이 점점 더 난다.
엄마! 나 여기 있어... 보여요 엄마?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창가로 가서 아래 길에
시내버스가 아직 안 다니는 것을 보니,
아직 5시반이 안 된 것이다.이틀밤 밖에 안 잤는데도 어느새 바깥의 움직임에 익혀진다.
처음으로 동트기 전 새벽에 집을 나서 동네한바퀴를 돌며 조깅을 하고싶다.
비엔나에 온지 3주쯤 되니 운동부족으로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일주일에 세번씩 새벽 6시에 올림픽 수영장으로 수영하러 다녔었는데,
여기 와서부터 중단한 것 때문이다.
이사를
도와준 현수가 어제 자기집으로 안 가고 현관방에 자고
있으므로
딸애 은지가 깨어나면 돌봐주겠지 하는 맘으로 혼자 나간다.
집을
나서서 우선 왼쪽으로 올라가니 로타리 건너 '아폴로'극장이
있다 ,
거기서 오른쪽으로 건너면 '에스터 하지 공원'이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모래밭도 있고 나무도 좀있고 쉴수있는 벤치도 놓여있다.
낮에 은지 데리고 와서 놀려야 겠네...
공원전체를 돌고 나서 다시 아래로 내려와 집쪽을 쳐다 본다.공원에서 대각선으로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여자의 집이 보인다.시내 곳곳이 정답게 한눈에 다가온다
여자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여자방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건너편 축대 위 길로 간다.집을 쳐다 보면서 그 길을 주욱 가다가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오면 여자 집이 있는 굼펜도르퍼 스트라쎄가 나온다.
집쪽으로
걷다 보니 왼쪽 길에 있는 빵집에서 빵굽는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아침일찍
부터 동네 사람들이 빵을 사러 와서 빵집이 붐빈다.여자는
순간 ,
전혜린의
수필집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난다.
전혜린이 한국에 가서도 항상 그리움속에 떠 올랐었다던, 아침마다 새로 구운 빵을 샀었다는...
여자는
안으로 들어간다.
주위 사람들이 사가는 것을 보고 같은 것으로 달라고 손으로 주문한다.
? 셈멜? 몇개?“
? 5개.“
나와 현수가 두개씩 그리고 은지 하나면 되겠지...
봉투에 담겨진 셈멜이 따끈거린다.
집방향으로
빵집앞 길을 건너면 아이스크림 집이다.
물론 아직
문이 안열렸다.세
번지수만 지나면 여자집에 도착한다 .제일
아랫층 서점도 덧문이 잠긴채 조용하다.유리창
넘어 안을 들여다 본다.
책들이
빼곡하다.
낮에 한번 와 봐야지...
집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니 하우스안이 어둡다.전등
보턴을 눌리고 계단을 올라간다.4층까지
올라 가는데 집전체가 아직 조용하다.
아파트
문을 조용히 살살 연다.문
여는 소리에 현수가 방에서 눈을 부비며 나온다.
?어!
언니
벌써부터 어디 갔다 와?“
? 아침조깅하고 아침먹을 빵 사왔어..셈멜이라고 부르는가봐..“
? 아, 이것 ? 새로 만든거야? 와 맛있겠다..나는 그냥 슈퍼에서 다섯개 들어있는 봉지것으로 사먹었었는데..그럼 언니 우리 지금 아침 먹을 까? 버터를 바르면 사악 녹겠는데 ㅎㅎ“
?호호! 너 정말 재미있구나.. 배가 고픈거야? 따뜻한 것 때문이야? 잠깐 은지가 일어났는지 보고..“
거실로 들어오니 은지도 기지개를 피며 방에서 나온다.
"아이!
이모
목소리가 커서 깨었네..“
? 어서 세수하고 옷갈아 입고 우리 아침먹자. 엄마가 따끈한 셈멜빵 사왔어.오늘 엄마가 바뻐. 여름 연수등록도 해야하고... 프랑스 대사관도 가봐야 하거든”
"아니 언니 프랑스 대사관은 왜?“
?응... 연수받기전에 파리여행하려고...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프랑스 비자를 안 받어와서 여기 영사과에 가서 받어 볼려고..“
(참조:1989년11월 동서 베를린 장벽허물어 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은 프랑스 비자를 받어야 했음)
? 아!
그런데,
언니
오늘 로렌스 교수님이 언니 좀 만나자고 했었는데 내가
이사하느라고 깜빡했거든...“
? 왜?“
? 이사 전날 말씀하셨는데, 언니한테 반주 부탁 정식으로 하려고 그러나봐”
? 현수야. 잘 들어.나 오늘 등록 마치고 프랑스 비자 받으면 여행 떠났다가 6월 말에 돌아 올 거야.
네가 교수님께 그렇게 전해 줘.. 그리고 헤르촉씨 소개해주셔서 집 잘 구해 고맙다는 말도 꼭!알았지?“
? 고맙다는 말은 이미 했슈.아니 그런데 그렇게 오래 여행하려구? 거히 한달간을 어디로?“
? 호! 호!... 유레일 기차표를 사서 발 닿는 곳으로 가려고.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넉넉한 기회가 오겠니?“
? 아이, 언니는 여기 이 집도 있겠다. 한국에 갔다가도 언제 든지 오고 싶으면 다녀갈 수 있잖아?“
? 아니.나는 이제 한국 가면 은지 아빠 회사일 건으로 다시는 안 오고 싶어. 그러니까 이번기회에 보고 싶은 데 최대한 다녀보려고 ㅎㅎ”
?좌우지간 언니 다시 봐야 겠어.. 배짱이 두둑한게 대단혀!"
현수가 식탁을 준비하는 동안 커피향이온집안에 퍼진다.여자는 딸애를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힌다.
거실 중앙탁자에 앉아 제대로 오스트리아 식으로 아침을 든다.셈멜 빵은 생각 보다 더 맛이 좋았다.
빵 껍질은 노릇 노릇 구워져 고소하며 약간 단단한데,안쪽은 손으로 떼어내면 솜처럼 떨어진다.딸애는 안에것을 손으로 뗀 후,눌러 탁구공만하게 동그랗게 만들며,
? 엄마! 재미있어 ㅎㅎ, 쫀득 쫀득하네요.“
? 호호 여시가 제법이야.. 그런데 이 셈멜하나가 공기밥 하나정도 열량이라니까 많이 먹으면 살찐다고 해... 알았슈? 나도 이것 먹고 석달만에 3kg 찐 것 같다니까.“
? 알았어... 현수야 ..나 말이야.. 한국가면 이빵 먹고 싶을 것 같아 ㅎㅎ... ?
? 아그그!그럼,언니 살찌던지 말던지 있을 때 많이 드셔 ㅎㅎ”
여자는 오스트리아식 아침을 처음 집에서 제대로
먹는 즐거움으로 행복감에
젖는다.
음악 자료:
Schubert - Sonata No. 21 in B-flat major, D. 960 (Maria Jo?o Pires)
00:00 - Molto moderato
20:33 - Andante sostenuto
29:48 -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 Trio
34:20 - Allegro, ma non troppo -- Presto
-24.-
아침을 먹자마자 서둘러 콘서바토리움을 방문해 여름연수등록을 마친후,
어제 통역해주던 소연학생에게 물어서 이미 알아 놓았던 주소를 물어 물어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갔다.
비자를 신청하려니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비자를 받지 않고 온 사람은 방문비자를 줄 수없다는 것이다.
왜 한국에서 안 받아 왔느냐고 되묻는다.
원래는 한달동안 오스트리아에 있으려고 했는데,
체재기간이 연장되어 여행을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설명을 했다.
막무가내로 본국에서 받아오지 않으면 안된단다.
실망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통역해주던 소연이에게 전화로 결과를 알려 주었다.
소연이도 파리를 가려고 얼마전에 프랑스대사관에 갔었는데
한국에서 받아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서 학생신분이라 그런 줄 알었단다.
그런데 이제보니 한국인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군요..하면서
자기와 후배동생들과 같이 일단 잘츠부르그 여행하고
자기네들은 다시 비엔나로 귀가하고 여자는 계속 유럽을 돌아보겠냐고 제의를 해왔다.
여자는 그럼 그렇게 하자 하고 승낙한다.
저녁에 현수가 연습후 지나는 길이라고 다시 찾아왔다.
? 언니 오늘 일 다 잘 끝났어?“
여자는 그날의 일을 알려준다.
? 아,그래서 파리는 못 간다고? 그럼 다음에 한국에서 비자 받아와서 가~
참 언니! 내일 로렌스 교수님 한번만 만나줘.교수님이 꼭 만났으면 하더라고..
뭐 직접 전해 줄게있다고 하면서.“
? 알았어.나도 한번 직접 인사드려야지 생각이었어”
? 내가 그럼 지금 교수님께 전화 연락 할께”
현수는 로렌스 교수와 통화 한후 환한얼굴로
? 언니!교수님이 내일 언니랑 학교 레슨실로 오지 말고 교수님 댁으로 오라고 하네 ….
와!노이발덱이라는 동네에 별장 같은 집이 있다고 지난번에 성애가 얘기하는 것 들었었거든..
가끔 거기서 하우스 콘서트도 한다고 하던데... ?
?그래? 감사의 표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댁으로 가니까 사모님도 만날 지 모르겠구나?“
? 교수님 싱글이야....여자 친구는 있는데,같이 살지는 않는다던데...“
? 현수야..너는 어떻게 그리 잘 아니?“
? 몇년전 부터 로렌스 교수님께 배우는 선배들이 얘기 해 주니까 ㅎㅎ
언니 여기는 소문이 괭장히 빨러.. 언니집 구한 것도 흥미로와서 나한테 벌써부터 애들이 묻더라니까..”
?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 사실대로 말했지 뭐..로렌스 교수님이 소개한 집주인으로 부터 구했다고...
그랬더니.언제 교수님하고 만났었냐?
언니는 언제 귀국하는데 왜 정식으로 집을 구했느냐?… 아그그,,,관심이 많기라니..“
?....???!!!???“
여자는 아연해진다.
? 언니 부담 갖지마.어짜피 언니가 돌아가면 그 다음엔 조용해질테니까..
그리고 항상 내가 동행하니까..별 얘기야 더 있겠어??
? 그래 그렇구나...현수야 오늘은 네집에 가서 편하게 자거라.
며칠간 이사도와주어 고마워.너 연습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
내가 김치담고 한번 여기 아는 사람들 초대 할까하거던 그 다음에 여행떠나도 되니까...
저번에 안내해준 재욱씨, 소연학생,그리고 성애 부부,그리고 누굴 더 초대할까?“
? 언니 집들이?ㅎㅎ형숙이 부부..
걔네부부도 언니가 반주하는 교회 부활절 칸타타때 솔로했었잖아.기억나?
모두들 와서 보면 궁금증이 해소 되어서 이말 저말 물어보지 않겠지?“
?ㅎㅎ 너는 그저 남의말이 그렇게 신경쓰이니?
나는 모두들 공부하느라고 서로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듯해서...
나처럼 경쟁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이 그냥 자리마련해 보려고...
그리고 내가 간다음 은지아빠가 다니러 오면 좀 도와 주라고 부탁도 할겸..좋은 생각이지?“
? 정말..굳 아이디어야 ..역시 현모양처? ㅎㅎ 언니 그럼 나 갈께.사실은 가기싫지만..“
현수가 돌아간 다음 여자는 피아노 악보를 꺼내 탁자위에 놓고
피아노 치듯이 연습을 한다.
'타타탁~타타타타'
? 엄마 재미있어? 아이 나도 하고 싶은데..악보가 없네.힝~”
? 은지야 이리와 봐...너 한국에서 쳤었던 피아노 음은 생각나지?“
? 그럼~ @#$%^&$%^&*()_............“
? 그래 기억하는 구나...우리 예삐!“
? 호호 엄마는 또 내 별명 부르고 ㅎㅎ”
? 은지야 그러니까 그 음악을 머리속으로 그리면서 손가락으로 쳐봐!
그럼 정말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손연습도 된단다.알았지?
그럼 시작 해 볼래?
딸애는 몇번 노래하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 흐음~ @#$%^&*().... 와 ~~! 손연습 정말 잘 되네 호 호 ”
여자는 저 깊은 곳으로 부터 기쁨이 솟는다.
----------타타타타~~~~~~~;;;;;
@#$%^&*()%^&*()^&*()---------
거실은 모녀가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로 한동안 채워져 갔다.
-25.-
다음 날 아침에 잠이 깨자,여자는 가만히 지난 밤에 꿈꾼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웬일인지 제대로 떠 오르지는 않는데, 둥둥 하늘을 날으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누운채로 창밖을 보니 커텐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살짜기 창가로 가 커텐을 양옆으로 재키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아직도 잠자는 딸애를 조용히 부르며 깨운다.
" 은지야~ 은지야 눈 떠 봐라. 우리방에서 저기 하늘이 환희 보이네"
" 어디? 어! 정말 ... 서울집에서는 침대에서 안보였었는데.."
모녀는 침대에 얼마동안 누워 유리창 넘어 보이는 맑은 하늘을 쳐다본다.
" 엄마 지금 이 집이 하늘 처럼 높은거야? "
" 높기도 하지만 바로 길건너 축대 저쪽에 건물이 없으니까 하늘보기에 방해가 안되서 그래"
" 그렇구나... 엄마 오늘은 어디 또가요? 매일 다니니까 피곤해..
오늘은 그냥 집에서 하늘보이는 침대에서 뒹굴다 책보며 놀고 싶어요"
" 아이 그렇게 피곤해? 이따가 점심먹은 후 이모하고 로렌스 교수님댁에 갈건데..
그럼 은지는 스케치북 가져가 그림그리면서 엄마 반주할 동안 놀면 안될까?"
" 아~ 그러면 되겠네.. 지난번 비행기에서 받은 것도 있고.."
" 은지야~ 이제 한국 유치원 가고 싶지? 친구도 보고 싶고.."
" 응. 아빠도... 할아버지도...근데, 엄마 우리 언제 한국가요?"
딸애에게 찬찬히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서 여자 스스로에게도 입력하듯이 ...
................................................
그날 오후 딸애를 데리고 현수와 같이 로렌스 교수집을 방문했다.
링스트라쎄 쇼텐토어 역에서 43번 시가전차를 30분정도 타고 종점에 내려 왼쪽 언덕길을 좀 더 걸어 올라갔다 .
노이발덱이라는 비엔나의 17구 지역 주택가는, 시내에서 보던 간격없이 붙어있는 집들과 달리
비엔나 숲이 둘러싸여진 곳에 정원을 갖춘 단독 주택들이 대부분 있는 곳이었다.
한 5분쯤 일찍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른후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은 입구안 속이 보이는 주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는데 무거웁다.
대문에서 앞정원 까지 가는 동안 양옆의 넝쿨장미에서 뿜어 대는 향기에 취할듯 싶다.
정원에 들어서니 향나무로 입체조형물 구성해 놓은 것이 질서정연하다.
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자가 닥아온다.
? 교수님께서 나오실 거에요. 여기에서 잠깐 기다리시지요...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아~ 괜찮아요. 그냥 정원 구경을 좀 할께요.“
그녀가 가리키는 정원 한켠의 파빌리온 안에는 넓은 탁자위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있고
의자에는 체크문양의 천으로 만들어진 덮개들이 자연스럽게 걸쳐있다.
여자는 가만히 정원을 주시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소홀하지 않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구석 구석 배치된 대리석 동상들의 자태가 오후의 햇빛을 받아 육체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제일 중앙에 있는 분수는 힘차게 물을 뿜어내어
간혹 바람에 스프레이 같은 물기가 그녀 쪽으로 닥아왔다.
조금 후 로렌스 교수가 나왔다.
학교에서 볼 때와 달리 얇은 면가디건을 걸친 케쥬얼 차림이 훨씬 경쾌해 보였다.
? 아 ~잘 찾아 오셨네요”
? 예, 지난번 도와주셔서 잘 이사했어요.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오히려 제가 기쁩니다.
그런데,여행을 가신다고 하셔서 제가 지난번 부탁 드린 반주때문에 오늘 뵙자고 했습니다.
여기 제가 악보를 드릴테니.. 살펴 보시고 여행 다녀오신 후 몇번 맞추면 될 거 같아서요...“
로렌스교수가 건너준 악보를 여자는 받아본다.
'겨울나그네'전곡 악보책이다.
? 제 생각으로는 여행 다니고 와 연수를 마치면 7월 중순이라서 교수님 연주반주하기에 촉박할것 같아요.
그리고 당장 피아노가 집에 없어 집에 있는 동안도 연습이 충분하지 않구요.“
? 예,저도 그런사정을 현수학생통해 들었습니다...그래서 한 제안이 있는데요.
시내에 저의 아파트가 있어요. 제가 개인 레슨할때와 연습실로 사용하던 곳인데요..
요즘은 여기에 거주하므로 그곳을 거히 비워놓고 있습니다.제가 주로 겨울철에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그곳의 열쇠도 드릴려구요...그곳에서 맘 놓고 연습하세요. . “
여자는 현수를 쳐다본다.
현수는 어깨를 들썩하더니
? 언니! 이 정도로 교수님께서 언니에게 반주 맡기고 싶어 하는 줄 나도 몰랐네..
교수님이 보기에 언니가 할 수 있다고 믿는가 봐..그러니까 승낙해도 될 것 같애..이런 기회가 그리 많겠어??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을 시작한다.
" 예.교수님 호의에 매우 감사합니다.
그러나 현수 레쓴반주 먼저 하고 교수님과 몇곡을 맞춘 다음 결정하는게 좋겠어요.“
로렌스교수는 눈을 크게 뜨더니
?좋지요! 그럼 우리 이제 안으로 들어 갈까요?“
가운데 분수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 본채로 들어간다. 실내벽이 연 미색으로 칠해져있다.
복도를 통해 쭈욱 들어가면 피아노가 있는 넓은 살롱이 나온다. 거기에서 정원이 환희 보인다.
딸애는 정원탁자 위에 스케치 북을 놓고 열심히 무엇인가 그리고 있다.
여자가 일부러 심심해 할 딸애를 위해 준비해 온것이다.
조용히 정지된 풍경화속에 딸애만이 손을 놀리는 것 같다.
정적이 머무는 오후가 나른한 듯 펼쳐지는 정원은 더 없이 평화롭다.
Blauer Salon(푸른살롱)이라고 불리우는 곳은 벽면이 고상하게 연한 푸른색 실크천으로 도배되어있다.
벽 부분에 어울리는 그림들과 기념사진들이 걸려있다.
그리고 정원으로 향하는 벽의 반대 쪽에 소파,팔걸이 의자 등이 놓여있다.
눈높이 보다 낮은 가구들이 부분 놓여있고 장식품들이 넘치지 않게 있다.
살롱 가운데에는 엇비슷이 피아노가 두대가 놓여있고 그 사이에 목조 보면대가 서있다.
하나는 보통 검정 그랜드 피아노이고, 다른 한 피아노는 호도나무로 되어진 갈색이다.
교수가 그 갈색피아노를 권한다.
건반은 상아색과 짙은갈색으로 되어있다.
완전 현대식 건반이 아니라 치는데 좀 어색하다.
페달을 눌르면 건반 전체가 움직여 여자가 놀라는 표정을 짖자,
? 이 피아노는 비엔나식 메카닉구조입니다. 보통 치시던 영국식과 다르지요?
슈베르트곡에서는 이런 피아노가 훨씬 어울립니다. 음색이 좀 멍멍히 어두운듯 하면서 부드럽지요..
오늘 이 피아노를 아인씨에게 보이고 싶어서 번거롭지만 이곳으로 오시게 한 것이에요.
시내 집에도 이런 종류의 피아노와 영국식 피아노가 있습니다.?
? 아… 그렇군요.. 저는 아직 이런 것으로 쳐본 적이 없었어요.흥미롭네요”
현수의 곡은 검정 피아노로 반주하고, 로렌스교수의 곡은 갈색피아노로 반주를 하였다.
여자는 보통 피아노 칠때보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더 유연하게 건반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인씨 이제 이 피아노의 특성을 좀 알은 듯하네요..매력있지요?“
? 예!"
" 자 그럼 이제 수락하시는 것입니다.“
? 예...“
여자는 무엇엔가 취한 듯 대답을 한다.
로렌스 교수가 시내에 있는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준 후 집열쇠를 건네준다.
여자는 준비해 갔던 인삼차를 집소개해줌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전한다.
? 고맙게 받겠습니다... 여행다녀오신후 7월에 만나 뵈는걸로 알고 기다릴께요
여행전후에 시간이 나는 데로 저의 연습실을 이용하시구요”
인사를 마치고 로렌스 교수의 집을 떠나 전차종점으로 온다.
갈때와 달리 내리막길을 걸으니 발걸음이 저절로 가볍다.
웬일인지 현수가 아무 말도 안하고 은지의 손을 붙들고 무뚝뚝 앞선다.
여자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르며 걷는다.
종점에 다 오자 현수가 여자를 향해 갑짜기 휙 돌아선다.
? 언니! 언니가 점점 생소한 느낌이 들어...한국에서 알았던 언니 같지가 않다고...“
? 그래?“
? 뭐라고 꼬집을 수는 없는데, 뭐라 그럴까 매사에 당당한 느낌이 들어서..
아무튼 예전하고는 다른 느낌이야..
?........“
? 사실 오늘 교수님이 열쇠를 주신다고 할때 너무 놀랐거든...그런데 언니가 당당히 교수님과 맞춰 본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할때는 더 놀라 기절할뻔 했다고...나는 언니가 그냥 사양하던지 아니면 순순히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언니가 한 말의 뜻이 어떤 면으로는 언니가 교수님을 테스트하는 기분이 들더라고 “
? 그랬니? 현수야,나는 한국이나 여기나 똑 같은 김아인이야. 그런데, 환경과 형편이 다르니까 나의 반응이 다르게 나오는 걸꺼야.그리고 내가 어느정도 곡을 소화할 수 있나 테스트도 해 본거고..
여하튼 내가 생각해도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것 같기는 하네ㅎㅎ”
? 그런가? 언니?…. 좌우지간 좋다...언니는 입학시험준비도 필요없고, 여행도 맘대로 해도 되고,유명한 성악가가 반주부탁하며 여러 편리를 봐주고...나는 언제 언니처럼 여유있어질까?
시험에 붙어도 한참 공부해야하고...유학비도 그렇고...“
현수가 자조하는 모습에 여자는 안스럽다.
(계속)
옥인후배~~~~
오늘 진종일 비가 겨울비가 내리네요.
이런날은 벽난로에 불 지피고 은은히 흐르는 실내악곡 틀어놓고
따끈한 차 마시며 로맨틱 소설 읽으면 딱 좋을듯 싶네요
집에 벽난로도 없고 혼자만의 ㅅㅣ간을 갖을수 없으니 그저 상상으로....
이런 분위기 즐기려면 유럽의 한여자가 되어야 겠지요.
한여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미선 선배님 ~
비엔나도 어제 촉촉히 비가 내렸어요.
갑짜기 급한 일로 제가 출타하게되었어요.
이번 성탄절에 비엔나에서 못지내게 되어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거리를 돌아 보았지요.
그리고 한여자와 동행 하시는 여러분께~
즐거운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래요~
( 참조: 자유게시판에 비엔나 성탄 분위기 올렸어요.)
미리 크리스 마스~~~~(클릭)
-20.-
다음날 여자는 시립음악대학을 찾아 간다. 지난 번에 얼핏 보았던 그 곳에서 열린다는 비엔나 여름 음악연수 포스터가 떠 올라서 직접가서 알아 보기 위함이다.
음악연수 팜플렛을 살펴보니 7월초에 국립음대 피아노과 교수 A 씨가 강사로 나와 있다.
그의 명성은 일찌기 알아오던 터이다.
집으로 돌아와 한국교습생의 교수에게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김아인이에요.
...아니,이게 웬일이요? 거기 비엔나 아니에요?
...예,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이곳에서 7월에 음악 연수를 해볼까 하는데...그러자면 한국 귀국이 늦어지거던요.. 입시생들에게 연습하는데 지장이 되어서 의논 드리려구요..
...흠..! 좀 그렇기는 하지만... 김 선생에게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라고 하고 싶지 않네요.다녀와서 집중적으로 맞추어도 늦지는 않겠지요...
...예,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다시 연락 드릴께요. 조언 감사해요”
여자는 현수에게 연락한다.
? 현수야 우리 국립음대 연습실 앞에서 만나자... 나 오늘 피아노 치고 싶어.“
? 오 케이”
현수를 만나기 전에 시내 악보 전문집인 도블링거에 가서 피아노책 몇권을 구한다.
현수를 만나자 딸애를 보아달라 부탁하고 혼자 연습하고 싶다고 한다.
? 어? 언니가 좀 이상하네... 무슨 휠이 꽂힌것 같네...“
? 두시간 후에 와 줄래? 의논 할 것도 있고...“
혼자 남은 연습실에서 여자는 베에토벤 '폭풍 소나타'를 치기 시작한다.대학시절 2학년 때 쳤던 시험곡이다.빠른 부분에서는 손이 미쳐 안 돌아 간다.아르페지오 부분에서는 그런데로 습관적으로 손이 돌아간다.치는 것을 중단한다.
안돼!... 이렇게는 도저히 안돼! 너무 세월이 많이 지났어 !
아마도 한참을 그대로 있었던 것 같다.
모짜르트 소나타 퀘헬번호 333을 치기시작한다.원래 박자보다 배로 느리게 찬찬히 전개부만 쳐본다.다시 첨으로.. 또다시 첨으로 속도를 빨리... 또 . 또 반복을 한다.여자 얼굴에는 땀이 송송 나기 시작한다.
아! 바로 이거다... 그래! 그래!
어느 덧 돌아가는 손가락에 여자는 기쁘다.
그 순간,
'똑! 똑!"
여자는 피아노 치는 것을 멈춘다.
문을 연다.
문앞에 현수와 딸과 현수교수 로렌스씨가 서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