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한 여자 (3)
26.
여자는 공항입구 쪽으로 향하면서 정말 무사히 끝났다는 느낌으로 홀가분하다.
새로 신축하여 아직도 정리정돈이 더 되어야 할 듯하지만,열흘동안 떠났었던 까닭인지 스스로 들이키는 호흡에서 고향냄새를 맡는 듯 기분이 정겨웁다.
휴대 전화기를 킨다.몇 번의 삐삐 소리가 들린다.문자 메세지가 그 사이 두개가 들어와 있다.
-엄마 도착했지요? 미하엘이 마중나가서 기다림. 내가 부탁했거든요..그럼 곧 봐요! 은지
-나 지금 입국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곧 보자구... 미하엘
아니 뭐하러 나오누.. 에이 너무 느릿거렸나? 진작 휴대폰 킬것을...
입구로 나오니 미하엘이 환히 웃으며 다가와 볼인사를 한다.
" 나는 이 비행기로 안 오는 줄 알았네..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 게요?“
" 마중 나올 것 몰랐지 뭐.. 그래 천천히 새공항 두리번거리면서 나오느라고ㅎㅎ...“
" 좌우지간 재미있는 여자!... 앞으로 싫건 들락거릴 거구먼..“
오랜만에 보는 그가 핼쑥해 보인다.
" 잘 지냈어요? 좀 피곤해 보이는데... 괜히 은지가 전화해서 바쁜사람 공항 나오게 했나봐..“
" 제이드(Jade)는 씽씽해 보이는데?... 역시 햇빛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보다 하하
제이드가 없으니까 심심하더라고 ...“
" ㅋㅋ 그래요? 언제는 골치덩어리라고 하더니? 고집불통이라고도 ,,ㅎㅎ”
둘이는 만남의 반가움을 말놀이하는 애들처럼 노닥거리며 차대어 놓은 곳으로 간다.
여자의 여행가방을 밀면서,
" 아니 이사를 갔다오나 웬 짐이 이리 무거워...짐체크에 안 걸렸슈?“
" 아니... 중량 딱 23kG 인데 뭘.. 기운이 없는 사람이 끄니까 무거운가 보네 ㅎㅎ”
"좌우지간 제이드에게 말로는 못 당한다니까...”
여자는 차 트렁크에 미하엘이 짐을 싣는 것을 본 다음,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
그가 시동을 걸자마자 카스테레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차안을 꽉채운다.
아! 정말 얼마만인가 !
시원한 음향으로부터 전류되어 가볍게 살짝 날라가는 것 같다.차도 공항구역을 서행으로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무릇 흘러나오는 음악을 반주하듯 안정되게 달린다.
여자가 팔을 저으며 지휘하듯이 음악에 취하는 모습을 보며 미하엘은 미소를 짓는다.
" 제이드! 음악이 그렇게 좋아?“
여자는 "Ja!(응!)" 대답대신 눈웃음가득 지어보이며 두팔을 계속 젓는다.
전화벨이 울린다.디스플레이를 본다.딸애의 이름이 뜨인다.
...할로! 마이네 토흐터!
...엄마! 미하엘이랑 오는 중이에요?
...응! 그런데 너는 어디니?
...이제 막 친구랑 헤어졌어요. 저녁 집에서 먹을까요?
...잠깐...
여자는 미하엘을 향해,
" 은지가 저녁 어디서 먹을까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 있어요?“
" 이탈리아 음식 어때?“
" 좋지.. 그럼 '일 마레'로 오라고 할께요”
다시 전화에 대고,
...은지야 '일 마레'로 와.. 우리 20분쯤이면 도착 할거야.
...좋아요!!
여자가 딸애랑 좀 더 통화 하는 동안 미하엘은 Il mare식당에 전화하여 좌석을 예약한다.
동시에 각자 통화를 마친 둘이는 서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 사이 차안은 조용한 음악으로 바뀌어 흐르고 있다.
시내쪽으로 들어오니 교통이 제법 막히고 있다.
모색으로 향하는 거리를 달리며 여자는 점점 기쁨이 차온다.
그래 ! 이제 다시 돌아왔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
시내중심 '링스트라쎄'를 돌아 7구 '마리아힐퍼스트라쎄'로 들어서니 야외카페에 앉은 사람들이 다정스레 다가온다.이 거리는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주로 찾는 거리이다.
가운데 찻길이 있고 양 좌우에 보행자길이 더 넓게 자리한 거리이다.
아래에는 지하철 3호선이 다니고 있어 보통은 주차가 어렵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날은 평소의 10월 중순지난 때보다 기온이 높기에 바깥에서 즐기는 것이다.비인 사람들은 날씨에 민감하다.한 여름에도 비가오고 날씨가 떨어지면 가죽잠바를 걸치거나 두꺼운 옷을 입고 봄가을에 해가나며 기온이 올라가면 반팔에 야외카페에 앉아 햇볕을 받는 것이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 햇볕이 쨍쨍한 크로아티아 남단 아드리아 해안도시 두브로브닉에 있었던 여자에게는 저녁녘 비인의 온도가 그래도 좀 쌀쌀하다.
하이든 동상이 있는 곳 주위의 카페에는 젊은이들이 왁자하다.
여전한 거리모습에 여자는 돌아왔다는 기쁨이 점점 더 솟아난다.
식당에 도착하니 딸애가 이미 와 있다가 일어서며 여자를 껴안으며 양볼을 맞춘다.
돌아온 기쁨이 절정에 도다른다.
" 엄마 좀 마른 것 같애... 일은 잘 마쳤지요? 한 동안 그 곳엔 안 가겠네요”
" 우리 여시 눈치 빠른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ㅎㅎ”
모녀가 한국어로 말하는 동안 미하엘은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다,
" 어이 걸스! 뭘 마실려우?“
모녀는 서로 바라보다가,
" 어이 보이! 뭘 잘 알면서리 ㅎㅎ 어서 시키시지요 ㅋㅋ”
메뉴판을 가져왔던 단골 종업원도 덩달아 웃으면서,
" 그럼.. 그전대로 가져오면 되지요? 오케이?“
종업원이 돌아가자 미하엘은 혼자서,
" 하 하 ... 꼭 미리 시키고 온 것 마냥 일사천리네...“ 라고 말한다.
여자는 어제도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모든게 익숙하고 편안하다.
아!!! 드디어 현재로 돌아왔구나.
며칠동안 과거에 몰입했던 것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 이번 주말에 시간있어? 우리 아이젠슈타트에 갈까 ?
크리스티안이 초대했어,전원이 가을색으로 노랗게 물들어 한창 아름답다 하거든...“
여자가 묻는 눈길로 딸애를 바라본다.
" 엄마 다녀와요. 나는 약속이 있어서.. 미하엘! 울 엄마 잘 챙겨줘요~ ㅇ”
" 니네 엄마 챙길것 하나도 없어.. 을마나 쌀쌀되고 잘 다니는지 ㅋㅋ참,클레멘스와 엘리자벳도 올거야요 .. 날씨가 좋대니까 ..”
대화를 셋이서 나누는 차에 음료와 음식이 나오자 항상 먹는 것이면서도 항상 감탄한다.
식사가 마치고 어둠이 깃든 거리로 나오자 세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이,
" 우리 걷자!“
(계속)
오메!
반가운 한여자!
그동안 마음졸이고 기다리며 기다렸는데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며
빈인의 한여자 제이드 에 몰입 해보렵니다?기대합니다~~~~♥*
반가운 미선 선배님 안녕하세요~
항상 일착으로 댓글을 주셔서
이 글올릴까? 말까?.. 주춤거리는 저에게 격려가 많이 되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작년 12월부터 비인을 많이 비웠었어요.
한국, 미국, 동유럽, 동독, 오스트리아 알프스 등등...
요즘은 출타중에 노트북을 안가지고 다녀요.
잠을 규칙적으로 자려고요..
그러다 보니 글을 계속 적지 못했었지요.
어제는 자정에 무조건 쓰고싶어서 단숨에 썼어요.
글을쓰면서 하이든의 시계교향곡이 떠오르더라고요^^
규칙적인 리듬속에 선율이 살아서 빛나는 음악!!
지금도 자정이 넘었어요.
조금전 친구와 채팅을 했는데,
지난번3것하고 연결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
그래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컴퓨터를 키고
여기 들어와 찬찬히 읽어보는 중이에요 ㅎㅎ
아마도 3편 마지막이 1989년 봄이었는데,
4편이 2012년 10월 중순으로 시작해서 인가보네요.
선배님도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보셔야 한다고 하셔서
다른분들도 그러실거 같아
기억을 도와 제가 요약을 해볼께요. ㅎㅎ
1) 한여자가 2012년 10월 크로아티아 출장중에 과거를 회상한다.
2) 처음으로 비엔나에 오게된 경위는 남편의 사업을 도우려고 왔으나
이곳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주위사람들이 등장
3) 신축 비엔나 비행장에서 잠시 현재로 왔다가 다시 과거속으로 ..
(비엔나 체류가 연장되어 집도 마련하고 여름 연수를 하기전에 유럽여행을 하려는 계획하에
후배 현수의 성악교수 반주를 맡게 된 것 까지..)
4) 여행내내 시시때때로 과거를 회상하던 것이
비엔나 공항 입국장으로 나오면서 현재로 복귀한다.
앞으로도 ... 다시 과거와 현재가 왔다 갔다 할것으로 예상 함 ^.^
한여자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ㅎㅎ
이정도로 요약해 보았어요.
이런글 쓰는 사람도 있네요 ^.^
선배님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댓글은 자주 못달아도 미선언니만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미국여행도 무산되었고 뭔가 실없는 사람같아서(스스로) 그냥 가벼운 인사 나누기가 좀 쑥스러웠어요.
근데 옥인후배는 글쓰기를 배웠나요?
아님 수많은 독서를 통해 생긴 필력인지 참 놀라워요.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게 글로서 가장 매력있는 부분이지요.
유명옥 선배님 반가워요~
미선 선배님께드리는 답글에 적었듯이
개인 사정으로 글 쓸 형편이 안되어서 한참을 쉬었어요.
그러더니 그냥 멈출까? 계속? 멈칫거리게 되더라구요.
사실 "한 여자"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담겨진 것들이에요.
쏟아내듯 쓴다면 오히려 담박 쓸것 같은데요^^
소설의 형식으로 쓰는 것이기에
여러가지 걸리면서 손볼것이 많아지네요. ㅎㅎ
(3)까지 너무 과거얘기에 비중을 두다 보니,
글을 쓴 다음날 저의 평상으로 돌아오는데 얼마만큼은 혼동이 오더라구요..
그래, 다시 대문을 열면서
일단 현재를 그려보며 (4)번으로 연결했어요. (물론 과거 얘기가 또 나오겠지만 )
글은 평소에도 종종 쓰고 있어요.
아마 머릿속에 구상한 것이 더 많을 거에요 ㅎㅎ
어떤 때,그냥 막 쓰고 싶을 때는 저절로 글이 막 나가는 거에요.
머릿속에 펼쳐진 그림을 글로 옮긴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네요.
뎃상에 머물지... 수채화가 될지... 유화가 될지
저도 호기심이 나요
필력이라는 말씀을 주시니 송구하옵니다^.^
선배님 들려주시고 글도 놓아 주시고 감사해요.안녕히...
PS: 해외지부 '하얀 나라" 편에 피아노 연탄곡 올리면서 선배님 생각 했어요.
하이 옥인! ^^
오늘은 맘먹고 이곳에 들어왔는데
여기 이렇게 멋진 소설까지 있을 줄이야 *^^*
하이든의 음악만큼 생생한 리듬이 느껴지는 글
단번에 읽었어.
아주 재미있네 *^^*
작년 미주 동창회에 갔을 때 한방을 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7회 선배님이 오늘 시애틀에서부터 전화를 주셨었어.
그 선배님 집을 방문했던 분이 동영상을 올렸다 하여
너무도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보고는 매우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엔 빈을 배경으로 한
은지... 미하엘... 제이드... 이야기!
한국에서 잡다하게 서류들이 널려진 사무실에 앉아
시애틀 청정한 공기를 들이키고
비인의 밝고 경쾌한 리듬을 따라 몸까지 흔드는 느낌? ^^
더없이 좋아 ^^
계속 읽을께 ^^
잠은 제대로 자면서 쓰기를...
바이!
참...
소설 속 이탈리안 식당에서 늘 먹는 음식이 무얼까?
궁금해지네 ^^
몇년 전 서울 강남에도 Il Mare 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난 그곳의 먹물스파게티를 디게 좋아했었어 ㅋ
와~~~ 배고프다 ^^
하이 은화!~
네 목소리가 들리듯이 아주 아주 반갑게 읽었어.
....한국에서 잡다하게 서류들이 널려진 사무실에 앉아?
시애틀 청정한 공기를 들이키고
비인의 밝고 경쾌한 리듬을 따라 몸까지 흔드는 느낌? ^^
더없이 좋아 ^^....
라고 표현한 네 글에서
너의 근황이 바로 보여지더구나..
바쁜 중에서도 너의 경쾌한 톤이 확 전해져서 얼마나 좋은지 ㅎㅎ
시계교향곡을 엊그제부터 몸까지 흔들면서 많이 들었단다. ㅋ
듣다보면 저절로 ^^
4부 소설속 이탈리안 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일부러 생략했어.
왜냐하면 (한 여자 2) 본문내용 -13.- 에 올렸던 적이 있거든..
한여자가 처음 비엔나 와서 장소가 다르지만 1구 시내중심에서 먹었던 것을 적었었는데... ...
( 은화가 2편 안 읽은 것 들켰네 ㅎㅎ 시간 나면 처음부터 읽어 봐봐 ^^)
나도 "먹물스파게티"좋아해.그리고 스페인식 "먹물리소토" 도..
이제 자야지..자정이 또 넘었거든
안녕!
옥인선배님
한여자의 드라마틱한 인생의 여정이 참 흥미롭네요.
어떤때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되어가는 우리들의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도 되구요.
저도 이제 인생을 서서히 정리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점에서 해보고 싶은 많은 것들이
소록소록 생기니 어쩔까요?
선배님의 글쓰기도 좋아보여요.
좋은 소설이 되길 바랍니다.
간간히 보여지는 그곳의 풍경과 일상들도 인상적입니다.
경수후배를 여기서 만나니
웬지 더 정겨운듯^^
글사랑방은 아늑한 곳에 있어 잘 안뜨이잖아요.ㅎㅎ
이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지낼 날이
아직까지 지나온 날보다 짧은 것은 사실이지요..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요즘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어제는 우연히 책꽂이 정리하다
아주 옛날 소싯적에 썼던 글을 발견하고 읽으면서 놀랬어요.
왜냐구요?
문체가 지금이랑 너무 비슷해서요.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어요.
현재의 내가 아직도 성숙해지지 않은 것 같기도하고
여태 살아 온 날들이 어딘가로 휙 날아간듯 하기도...
.............................
경수후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부터
저의 직.간접경험에서
내자신의 자로 재보던 것들을
객관적 척도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주 저에게 의미있는 것이지요.
경수 후배에게도 하루하루 뜻깊은 나날이 되기를 바래요. 건강하고..
선배님!!
이제야 찾아 옵니다.
한 여자...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가장 늦게 신고하는 지각생이죠?
죄송해요...
한국에도 일 마레라고 하는 스파게티 식당이 있어요^^
빈에도 있군요^^
우리 교회에서는 어제 이스라엘과 발칸3국을 다녀오는 성서현장 연수를
여러 명이 떠났어요^^
두브로부닉과 폴리트비체를 가도 이탈리아 돌로미테를 본다고 해요^^
많이 부러웠는데
작년에 올해에 무려 다섯 번이나 출타를 해서
지금은 가만히 근신하고 있어요^^
선배님 글과 사진을 보니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 오고 있어요^^
선배님의 <한 여자>!!!
또 기대합니다!!!
인희후배!
ㅎㅎ 지각 이라니요..
제가 본문 계속써야 하는데...
글쓴 후 출타를 하면 뜸을 오래드리게 되네요. (죄송)
여행은 습관같아요.
다니면 다닐수록 또 나가게 되지요?
저는 좀있다 4월 24일~5월4일 까지
동유럽 출장을 나가는데
이번에는 헝가리 최대의 관광휴양지인 발라톤호수가 들어있어
오랫만에 가면서 지금부터 설레이네요 ㅎㅎ
한국에서 드라마"아이리스"에 나왔던 곳이지요.
여행이 생활화 된 저도 이런데
인희후배의 그 마음 이해가 되어요.
만물이 소생하면 우리 인간도 같이 움이트는가 보아요.
... 이왕 시작한" 한여자" 얘기 천천히라도 계속 써 볼께요.~~
(본문계속)
27.
'일 마레'식당을 나와 2~3분만 걸으면 '마리아힐퍼스트라세'라는 큰거리에 도다른다.
세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주변을 살피며 어슬렁 걷는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는 문닫은 상가의 현란하지 않은 자동조명으로 낭만이 깃들였다.
조금 더 걷는데 어느 카페의 열린 틈으로 쇼팽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오고 있다.여자는 얼른 딸애의 손을 잡으며 그 쪽을 가리킨다. 딸애가 '왜?' 라는 눈빛을 주다 '씩' 웃는다.엄마가 왜 그러는지 아는 것이다. 한참 전에 자신이 피아노쳤었던 것이 바로 흘러 나오는 곡임을 상기한 것이다.
모녀가 동시에 멈춰선다.영문을 모르는 미하엘은 조금 앞쪽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다시 모녀쪽으로 돌아 와서 같이 멈추어 흘러나오는 쇼팽을 듣는다.
" 은지가 쳤던 곡?"
" 그래요...잠시 요것만 듣고 조금 있다 얘기해요'
딸애의 피아노교수가 선곡하며 대학도서관에 있는 악보를 빌려 복사하라고 일러주었다. 여자는 아주 오래된 커다란 악보를 빌려와 전문 복사점을 찾아가서 악보가 A 4 복사지가득 담기게 이리저리 마추어 복사했었다.
쇼팽이 죽은 다음에 발견된 곡이다.( Chopin:Nocturne No.20,Op. Posth)
이 것은 보통 음악서점의 악보와 음악 해석이 달라 자연히 장식음도 달랐다.같은 테마가 계속 반복되는 가운데,왼손에 리듬과 화음의 중심을 잡고 오른손은 단아하면서도 다소곳하며 꿈의 날개를 단 듯 차르르 흐르는 장식음으로 오르내리던 소리의 물결..중간 부분에서 세미 레가토아래 적당히 절제되면서도 경쾌한 스타카토로 분위기를 바꾸기도.
이 곡으로 열살 남짓했던 딸애는 여러번 연주를 했었다.
여자는 딸애의 뒷바라지를 기꺼히 하며 본인이 배웠던 음악주법과 또 다른 세계에 몰입했었다.
듣던 곡이 끝나자,모녀는 각자 그 때를 더듬으며 가던 방향으로 다시 걷는다.그러나 미하엘은 모녀가 가는 줄도 모르고 머무르며 다음곡을 연속 듣는다.얼마쯤 앞서가던 모녀가 뒤돌아본다.미하엘이 집중한 모습을 쳐다 보며 '피식' 웃는다.여자는 갑짜기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딸애하고 있으면 종종 그를 잊어버리고 딸애에게 열중하게 되는 자신을 순간 깨닫았기 때문이다.그냥 그 자리에 서서 음악에 열중하여 머리를 약간 숙인 오늘따라 얇은 반코트가 헐거워 보이도록 휘청해보이는 미하엘을 주시한다.못 보는 사이 머리가 자라 귀밑으로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의 웨이브가 더 굽실거린다.
가을이 시작되면 머리를 자르지 않지...
그렇구나 어느새 가을이 닥아와서 지나는 구나.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마냥 우리가 미하엘에게 기댈 수 있으려나..
무슨 말이 필요하리요....그저 전처럼 지금이, 지금처럼 미래가 이어가는거겠지...바램이려나
" 엄마! 내가 미하엘 오라고 부를까? "
" 아니, 조금만 기다리자.... 다음곡이 끝나면 오겠지."
미하엘이 손을 번쩍 올려 신호를 보내며 가까히 오더니,
" 뭐야? 그대들은 안 들어? 먼저 시작해 놓고서는..."
" 집에 가서 듣지 뭐.. 좀 더 걷고 싶어서. 날씨가 적당하지? 좀 있으면 춥다고 그럴거야 ㅎㅎ"
"그래, 알았어.. 자 그럼 속도를 빨리해서 걷자"
셋이서 나란히 걷는다.아까 식사전보다 거리가 훨씬 한산하다.
조금 걷다가 눈에 익은 한 건물이 나오자 은지가 갑짜기 생각났다는 듯이,
"미하엘!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요기에 백화점이 있었거든요,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엄마가 목욕가운을 사주었어요.톡톡한 하얀 타월천에 굵은 진보라색 줄이 쳐있고 모자가 달린.그것이 얼마나 내맘에 들었던지 중학교(주:초등이 4년 과정이라 중1이면 한국 초등 5학년) 까지 입었어요ㅎ”
"하하하... 제이드가 은지 오래 입힐려고 아주 큰 거 사주었었나? 아니면 은지가 천천히 자랐나?"
여자는 딸애가 어릴적 추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싯점을 더듬는다.
그래, 그때는 나도 딸애도 신선한 동양인이었어.새로운 것을 만나면 둘다 호기심이 발동하였었지.
어느새 우리는 이렇게 이곳에 익숙해진 것일까...그립다! 그때가 …
"엄마! 뭔 생각을 그리해?“
"그때 생각을 … 참,이제 오래 되었네. 그지?
그런데도 너의 기억이 참 선명하구나.그렇게 좋았었니?“
딸애는 어릴적 얘기를 할 때면 나름대로 그 시점으로 돌아 간듯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며, 엄마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라고 종종 말한다.
어디 딸애 뿐이랴.여자는 문득 문득 예전일이 떠오르면 가슴이 저려오듯 한다.
둘이의 애틋한 공동추억은 더욱 더 .
미하엘이 모녀의 대화를 듣다가,
"참 !너희는 추억도 많다. 하하 오늘 나에게도 좀 풀어놓지그려.둘이서만 소근 거리지 말고..“
"아이! 미하엘 나는 어릴적 일이라 생각이 끊기는데,엄마는 얘기시작하면 밤새워야 되거든요 ㅎㅎ”
" 하긴 모임에서 제이드가 얘기하면 모두가 정신을 놓기는 하지..하하하!”
" 아니 둘이서 나를 놀리기로 작정들했나.. 왜들 이러시나 ㅎㅎ”
여자는 딸애와 미하엘이 잘 어울리는 것에 기분이 더 없이 좋다.
둘이는 의견이 맞으면 곧잘 선의적으로 여자를 놀리며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양쪽으로 은지와 미하엘의 팔짱을 끼고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 보며 다시 '후후후' 웃는다.
이렇게 한없이 같이 걷고 싶다.
나머지 두사람도 그녀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어준다.
(계속)
후후후인희후배!
지난번그리려고튜브에서빼놓은그림물감이아주마르기전에마저칠해보았어요
아니,길떠나기전에추억이깃들은음악을올리고싶었다는게진심일거에요^^
다니면서짬짬히들을거에요.. wifi free되는곳에서 ㅎㅎ
이번출장은제법길어서5월4일밤에귀가하니자유롭게글쓰기가어려울듯하네요
이제현실에서다시돌아가지못하거나이루어질수없다하더라도
소설에서는시공을초월할수있으므로
여러가지연상과반추에매료되어글을잇고있나봐요^^
어제병원에서진료기다리며,거리를걸으며,시가전차를타면서도
새로산성능좋은이어폰통해머리를꽉채운음악을들으며
날러날러이상높게비상했었네요^^
지금눈뜨자마자온방가득음악넘치게풀어놓고침대에누워아이패드로글쓰며
길떠나기전내집에서의마지막자유로움을만끽합니다
잘지내요~
음악:
Chopin (Polonia 1810 -1849)
Nocturno N° 4 en Fa mayor, Op 15.- .
Interprete Claudio Arrau (Chile 1903-1991)
(본문계속)
28.
집까지 짐을 날라준 미하엘이 돌아가자 여자는 서재부터 들어간다.모든 것이 열흘전 그대로이다.여자가 이리저리 벌려논 책들과 서류종이들이 그녀를 반기는 기분이 든다.거실로 들어가니 피아노 뚜껑이 열려있고 피아노 의자도 바깥으로 나와있다.
얘가 연습하고는 의자를 그대로 두었네...
피아노로 가까히 다가가 보면대위에 펼쳐진 악보를 본다. 딸애가 부모의 의사동의없이 결정 할 수있는 18세 성년생일이 지나자 제일 먼저 십여년간 국립음대예비학교에서 ?6살부터 해오던 클래식 피아노 공부를 스스로 안 하겠다고 지도교수에게 통고하고 그 학기 등록을 안했던 아이..나중에 그 사실을 교수를 통해듣고 얼마나 놀랐었던지..
" 요즘 쳤었니?“
" 심심해서... 오랫동안 안쳤더니 손이 굳는 것 같애서”
멋적은 듯이 악보를 접고 의자도 피아노 아래쪽으로 집어 넣는다. 그런 후 소파로 가서 앉는다.
" 엄마! 많이 피곤해?“
목소리가 무엇인지 중요한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 좀... 왜? 엄마랑 얘기하고 싶니?“
" 응.“
딸애는 타인이 없을 때는 엄마에게 존대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자에게 더욱 딸애를 가깝게 느끼게 한다.
"그럼, 엄마가 우선 씻고 편한 옷갈아 입은 후에 얘기듣자”
"그래, 엄마.그동안 내가 마실것 만들께”
여자는 갈아 입을 옷을 들고 욕탕으로 들어간다.웬지 기분이 야릇하다.
세면대 위의 거울 속 한 여자가 그녀를 쳐다본다.
애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지?
욕조에 따뜻한 물을 튼다.살짝 욕탕문을 열고,
"은지야 엄마 욕조에 몸 담글께. 마실 것 천천히 해라” 딸에게 말한 후 다시 닫는다.
딸애가 잠시후 빠끔히 문을 열더니,
"엄마, 등밀어 줄까?“
"아니 괜찮어. 엄마 살찐 것 창피해. 어서 문 닫어”
"호호호! 엄마 꼭 애기 같애. 나 맨날 보는데 오늘 따라 왜그래? ㅎㅎ”
"그래도 완전히 엄마 누드는 못 보잖어”
"한국에서 지낼적 대중탕에서 다 보았었는데 뭘...“
"아니, 그게 언제적 얘기인데.. 그 때는 날씬 했잖어 ㅎㅎ어서 문닫어 욕탕 추워..”
"알았네요...“
딸애가 문을 닫는다.
여자는 욕조로 들어간다.따뜻함이 온몸을 녹인다. 머리를 뒤로 젖혀 욕조물에 넣는다.
하나. 둘. 셋..... 열까지 세고 다시 머리를 내놓는다. 물을 끈다.
갑자기 정적이 돈다.바깥에 귀를 기울어 본다.거실 쪽에서 아무소리가 안들린다.부엌쪽에서도 마찬 가지로 소리가 안 들린다.
여자의 손놀림이 빨라진다.욕조를 나와 몸을 대충 타올로 닦고 젖은 머리는 수건으로 휘 감은 뒤 욕탕을 나온다.
"은지야, 엄마 목욕 끝났다. 어디있니?“
"..........."
"은지야!"
"..........."
아무 대답이 없다. 여자는 부엌, 서재, 거실을 차례로 돌아본다. 애가 안 보인다.침실로 간다. 애가 옷입은 채로 엎어있다.
잠들었나?
가까히 다가간다.
"은지야 자니?"
애가 잠시 움칠하더니 그대로 엎어있다. 여자의 가슴이 막 뛰기 시작한다.
얘가 왜 이러는 거지?
애가 천천히 일어난다.
"엄마 거실로 나가 있어. 내가 쥬스 가져 올께”
"그래, 거실로 나자자.. 그런데 쥬스 안 가져 와도 돼. 무슨 일 있었니? 어디 아프니?"
여자는 거실로 나오면서 묻는다.
딸애가 소파에 앉더니,
"엄마도 이리 와서 앉어... 나를 그리 쳐다보지 말고"
여자는 일부러 딸애와 비스듬히 떨어져 앉는다.
"엄마!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것은 그냥 갑짜기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동안 엄마와 내 생각 많이 했었어."
"은지야. 엄마가 결론만 우선 먼저 들으면 안될까?"
"......................"
딸애가 조용히 여자를 바라보기만 한다.
여자도 딸애를 바라본다.
"엄마! 나 독립하고 싶어..."
쀠융~~~~~~~~~~~~~!!!
(계속)
참조:
'한 여자'가 삼개월이상 되었던 겨울잠에서 깨어났어요 .
계속되는
한 여자 (4)부터는
비엔나라는 국제용어 영어이름보다
독일어로 비인(Wien)이라는 자국어 도시이름으로 썼어요 .
처음 여행와서 영어 사용하던 때와는 달리
세월이 많이 지나 독일어를 사용하니까요 ㅎㅎ
여자이름도 제이드( Jade)로 불러지고요^>^
본문 음악 참고:
Haydn: Symphony No. 101 in D major - "Clock" - Movement 2, Andante
conducted by Leslie Jones and the Little Orchestra of London:
Recorded in 1968 at the I. B. C. Sound Recording Studios,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