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한 여자 (7) ....눈부신 6월( 전편)
한 여자 (8) 비엔나 숲속에서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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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에 어지럼증이 나던 것이 떠오른다. 아! 그때의 아찔함과 동시에 가슴가득하던 그 무엇. 그런데, 왜 바로 지금 그 느낌이 드는 것이지? 안전벨트를 풀어주는 로렌스의 손길이 스치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이 선명한 감각이라니...정말 오슬거리기도 하고. 여자가 눈을 감고 그대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 어디 아퍼요?"로렌스가 묻는다. " 좀 현기증이 나네요.." " 잠간만요.. 열이 있나 보고요." 그가 이마를 집는다. 아!, 제발 그만 저를 좀 놔두어요... 이상하다. 왜 나는 말을 바로 못하고 이 사람이 하는 데로 놔 두는 것인가..이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인가? 남편이 이리 자상하게 해준적이 언제였던가...남편!... 그가 지금의 내모습을 보면 무어라고 할까? " 제이드, 열은 없는데요.. 혹시 멀미하나요?" " 아니에요..가끔 있는 일이에요. 빈혈이 좀 있거던요. 내릴게요. " 여자는 말하며 뒷자리를 본다. 아이가 아직도 자고 있다. 그 사이 로렌스가 좌석을 떠나 차앞을 돌아와 그녀가 앉아있는 오른쪽 문을 열어준다. 일어나며 다시 한번 하늘을 본다 ..정말 너무나 눈이 부시다. 아찔!!!! 그녀가 잠시 휘청하자 로렌스가 날래게 그녀를 잡아준다. " 괜찮아요. 은지가 아직 자는데요.." 그를 밀어내며 차 뒷문을 연다. 애를 살살깨운다.애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며 기지개를 핀다.애를 꼭 안아준다. 아! 너만이 나를 다시 진정시켜주누나.. 그러는 사이 로렌스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 주시한다.딸애 손을 잡고 주위를 돌아보니 참으로 목가적인 곳이다. 한모퉁이 울안에는 어린 말들도 있다.어린이들을 위한 승마교육장이다.
? 제이드, 말을 탈 줄 알아요?“ ? 아니요, 그냥 조랑말을 누가 잡아주면요..“ ? 하하! 그럼 내가 잡아줄게요.“ ㅎㅎ 이 사람이 참으로 갈 수록 재미있네.. ? 제이드. 저기 지붕을 볼래요? 왼쪽과 오른쪽 지붕이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다르지요? 왼쪽이 오리지날 집이고요,오른쪽은 나중에 증축한 거에요. 슈베르트덕분으로 방문자들이 많아 지면서 객실방을 증축한 것이지요.하하하!“
여자는 찬찬히 주위를 더 돌아본다. 셋이서 안쪽으로 들어간다.실내 곳곳의 벽에는 슈베르트가 보리수 나무아래 앉아있는 모습과 이 지역의 풍속도가 걸려있다.로렌스가 설명해주는 호탤의 역사는 원래 물레방앗간이 있던 곳에 1786년부터 숙박업의 시작이라고 한다. 슈베르트가 1797년 생이니까 그의 탄생 11년전이네..그럼 올해가 203년째?
슈베르트와 동시대 사람인 이 지역의 출신화가 발드뮬러는 이 건물의 천정을 모델로 그의 회화에 그려넣었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이집 주위와 이 지역의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 작품들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돌아보고 있는 아랫층 건물의 천정을 보니 로렌스의 설명대로 그림의 천정과 같다. 창문의 위치 구조도 그대로이다.
실내 레스토랑에서 로비로 나오는 중간에 있는 수족관에는 생선이 움직이고 있다. " 송어들입니다. 이 근처 강이나 호수에서 공급되고 있지요." 여러가지 슈베르트의 기념 상품들도 보인다. 로비 한곁에는 까만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여자가 관심있게 살펴보는 모습을 보며 로렌스는 그녀가 아프지 않은 듯하여 안심이 된다. ? 제이드,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여기서 며칠 쉬면서 은지와
목가적으로 지내 볼래요.?“ 햐! 그렇게 제가 한가하지 못하네요.. "파울! 제이드! 왜 이리 도착이 늦나
생각했더니 여기서 오붓이 데이트하고 있었군요.허허허! 밖으로 나와요. 가든에서 식사하려구요" 미리 도착해 있던 토마스가 바깥쪽에서 로비로 들어오며 말한다. " 그런데, 제이드 어디 몸이 안좋아요? 핼쑥해 보이네요." 토마스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니에요. 조금 어지러웠어요. 식사하면서 쉬면 나아질 거에요." "그럼 다행이구요... 우리 공주님은 잠을 잤나 보네요.. 눈이 부은 걸보니" 와우.. 토마스는 참으로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구나. 그를 따라 호텔 중간문을 지나 뒤의 정원으로 가니 나무 아래 쳐있는 크림색 채앙 아래 모든 관계자들이 앉아 있다. 토마스가 인도 하는 식탁으로 간다. 거기에는 처음보는 노신사가 앉아있다. " 콘테 로렌스( Conte Laurence), 기다리시던 파울의 반주자 제이드 입니다." " 제이드, 인사해요.우리들의 후견인 로렌스옹이십니다." 토마스가 소개를 한다. " 그리고 저의 아버님입니다."로렌스가 덧붙여 말한다. 로렌스옹? 아까 지휘자 클라우스가 언급했던 그 이름? " 어서 앉아요, 딸애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 예, 처음 뵙겠어요.딸애 이름은 은지입니다." " 은지라... 어제 져널뉴스에서 목소리는 들었소이다. 어디 실제로 볼까요." 로렌스옹은 젊잖게 느릿느릿 말을 한다. 여자가 잘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 은지야, 인사드려. " 딸애는 자다깬 부석한 눈을 한 번 비비더니, " 안녕하세요?" 또렷하게 한국말로 인사한다. " 허허! 고녀석 목소리가 참으로 낭낭하네.. 제이드 무얼 먹고 싶소, 오늘은 내가 대접하니 딸애랑 맛있는 것을 드시도록 해요.당신 덕분에 오랫만에 아들 노래 듣게 되어 내가 참으로 기분이 좋소이다. 허허허!" 백발에 가까운 연 금발의 노신사는 참으로 여유롭게 보인다.연크림색 쟈켓이 바쳐주는 얼굴은 굵은 주름이 보이는데도 건강한 혈색이다.그가 아들과 즐겁게 담소를 하다 언뜻 여자를 보며, " 제이드, 죄송해요.아들을 만나니 저절로 이탈리어가 나오네요.제가 원래 이탈리 태생이라서요.아들은 비엔나 태생이지만 애비하고는 이탈리어를 하지요.. 허허허! 우리 부자도 오늘 참으로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몇 시간 전 클라우스가 전화를 했더라고요.두 사람 촬영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이번에는 연주회가 성공할 것 같다고 전하더라니... 허허허!!" 이탈리아 사람? 그럼 클라우스와 같은? " 아버님, 천천히 그 말씀을 하시지요. 제이드에게 부담갈 것 같은데요.." " 허허허! 이 사람이 언제부터 반주자 배려를 이리도 하는가 허허허!' 여자는 종업원이 가져다 준 메뉴판을 보다가 이 식당의 유래가 적힌 글을 읽는다. 슈베르트가 이곳에서 보리수를 작곡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여러 그림들이 설명되고 있다. 또한 특식으로는 송어요리라고 적혀있다. ㅎㅎ 그래서 수족관에 물좋은 생선들이 ?..여자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연상하며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그 곡의 반주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송어가 물속에서 뛰듯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야 했던 곡! 여자가 송어구이로 1인분만 시킨다. " 제이드, 그럼 전식으로 스프도 더 들어요. 우리 꼬마 아가씨도.." 로렌스옹이 친절하게 권한다. " 아니에요, 우리 둘이 주식은 1인분이면 충분해요. 정 그러시다면 맛 좋은 스프 하나만 시켜주세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로렌스옹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본다. 여자도 노신사와 대하면서 참 이분은 멋있게 늙어가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기분좋게 든다. 아 ! 아버지! 우리아버지.. 갑자기 친정 아버지가 떠오른다. 오늘은 전화를 드려야지.. "제이드, 당신은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다른 동양인하고는 좀 다르네요." "네? 어떻게요? ㅎㅎ" " 우선 자세가 당당해요. 말소리는 크지 않지만 의지가 들어있어요." " 호호, 제가 영어가 서툴어서 좀 느릿느릿 말하니까 그렇게 느끼시나 보네요." " 아니에요. 그것하고는 뉴앙스가 다르지요. 반가워요. 이렇게 직접보니 상상할 때보다 더 인상이 좋군요." 세상에 .. 직접보면서 어찌 이리 솔직한 표현을 하시나요? 그녀가 내심으로 생각하며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 당신 눈이 모두 말하고 있네요.. 내가 말많은 노인네라고요 허허허!!!" " 아니에요. 제가 실망드릴가 걱정이 좀 되어서요" " 제이드, 부담 가지지 말어요. 이 노인네는 파울이 아주 연주생활을 접는 줄 걱정되던 차에 제이드와 연주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에 기쁠 뿐이에요. " 음료수와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여자가 조심 조심 딸애에게 음식을 주는 모습을 로렌스옹은 사랑스럽게 본다.아버지의 흐믓해 하는 모습을 보는 로렌스교수도 모녀의 모습을 다정스레 본다. 점심식사가 거히 마쳐간다.토마스가 닥아온다. " 제이드! 식사후 우리들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합시다." 무슨 계약서? " 이 것은 형식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불상사에는 필요 불가결한 것이에요.예를 들면 , 연주를 못하게 될경우, 원인제공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던가,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파을의 독창회를 못하게 되는 경우는 다시는 없어야 되어요" 토마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 토마스! 저는 어떤 계약서에도 사인 안 할거에요. 저로서는 이번 연주회를 로렌스 교수의 요청에 의해 단순히 반주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에요. 어제부터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사실 저는 어리둥절한 상태이거던요." 여자가 자신의 입장을 또렷이 설명한다. 토마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그러자 로렌스 교수가 말을 시작한다. " 제이드, 당신 의견을 잘 알아요. 그럼 모든 제반 사항을 제가 다 책임지도록 할게요.그럼 되었지요?" " 아니? 파울! 그러나 제이드가 연주를 못 하게 될 경우가 생기면 파울이 어찌 한단 말이요? 그리고 제이드 연주비와 상응경비건도 그렇고?" " 토마스! 조금 전 내가 얘기 했듯이 내가 다 제이드 대신 처리하겠어요. 그리고 제이드는 연주를 꼭할거니까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 허? 이런 경우는 내가 기획일하면서 처음있는 경우라서..." 여자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기분이 내려 앉는다. 맞아, 세상에는 분명히 맺고 끊는 일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지.. 모르지 그 누구도. 그런데, 로렌스 교수는 어찌 이리도 나에 대한 확신이 서 있는가. 로렌스옹이 입을 연다. " 토마스, 당신 심경 이해해요. 지난번 사건도 있고하니... 그러나 이번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제이드가 여기 사정을 아직 파악 못 한 것이고, 그녀가 얘기 하듯이 어떤 영리추구로 파울의 반주하는 것도 아니니까. 자, 그러니 그런 제반사항은 우리가 합시다. 모든 경비는 우선 내가 다 미리 내도록 할테니, 모든 행사가 끝난 다음 수익 지출 정산하면 되지 않겠소? 당신은 그저 당신 할수 있는 최대의 기획을 해주시요.. 아무 경제적 걱정말고, 알았지요?.." " 예.. 로렌스옹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좋습니다. 그럼 저는 촬영준비 시키겠습니다." 토마스가 일어서 간다. " 제이드, 당황했지요?.. 처음 있는 일 같은데요.. 예술도 이제는 일종의 사업으로 번져가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괜찮아요.예술가는 예술행위만 하고 그들을 업서버하는 사람들이 예술외의 일을 대행하는 것도 좋은 것이지요. 특이나 토마스 같은 유능한 사람과 파트너가 되면 더욱이나.. 허허허! 자 우리 커피 시킬까요?" 로렌스옹의 여유있는 설명을 들으니 여자는 맘이 놓인다.
커피와 디저트를 든 후에 여자는 딸애를 데리고 분장차로 가서 다시한번 편하게 매만진다. " 당신 이제 평소의 모습이에요. 그렇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분장하기 전의 생얼굴하고는 역시 다른 분위기네요." " 정말 그러네요.. 저 혹시 영원히 원래 제모습을 못찾는 것이 아닐까요?... ㅎㅎ" " 제이드, 당신은 정말 재치가 넘쳐요..오늘 밤 집에가서 푹 자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될 거에요, 특히 제이드 특유의 경쾌한 웃음이.." 흠... 그럴까?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닌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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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Liszt - 14 Schubert Lieder
Oxana Yablonskaya, piano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2. Auf dem Wasser zu singen00:04:59
Schubert - Winterreise, S561/R246: No. 6. Wasserflut 00:02:30
Schubert - Mullerlieder, S565/R249: No. 2. Der Muller under der Bach 00:07:10
Schubert - Schwanengesang, S560/R245: No. 8. Ihr Bild 00:02:34
Schubert - Schwanengesang, S560/R245: No. 7. Standchen (Leise flehen meine Lieder) 00:07:06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9. Standchen (Horch, horch! Der Lerch') 00:02:47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1. Sei mir gegrusset00:06:06
Schubert - 6 Melodies, S563/R248: No. 4. Trockne Blumen00:04:15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7: Fruhlingsglaube 00:05:00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3. Du bist die Ruh 00:06:08
Schubert - Schwanengesang, S560/R245: No. 12. Der Doppelganger 00:04:41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8: Gretchen am Spinnrade00:04:28
Schubert - 12 Lieder, S558/R243: No. 11. Der Wanderer 00:07:16
Schubert - Schwanengesang, S560/R245: No. 3. Aufenthalt0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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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차를 나오니,로렌스옹과 베로니카가 딸애를 보아준다며 안심하고 촬영팀과 가라 한다 .딸애도 호텔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보더니 그냥 그 곳에 있겠다고 한다. 하여 여자는 촬영팀과 함께 점심식사한 곳에서 조금 이동하여 헬렌의 계곡으로 갔다.
오후의 촬영은 정말 자연스러운 산책이었다.햇살을 녹음이 가려주고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슈베르트뿐이 아니라 베토벤도 이계곡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고 한다.
'"제이드,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파울하고 얘기 하며 걸어요.우리는 그냥 따라 가면서 사진을 찍을게요.우리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 사진작가 오토가 다정하게 말한다.
아니 참.. 어째 따라오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얘기하라는 거에요? 여자가 의혹의눈으로 바라본다.
" 하하하! 제이드는 속마음을 모두 눈과 얼굴로 표현하는군요.. 어렵다고요? 자!, 그럼 파울이 먼저 말시키면서 시작합시다." 말을 마치자 마자 오토는 두 사람 앞으로 앞서 뛰어간다.
" 제이드, 이리 와봐요. 저기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죠?" 로렌스가 하늘을 가리킨다.
정말 이사람은 어찌 이리 천연덕스럽게 행동을 하는고...생각하며 그가 가리키는 하늘을 쳐다본다.녹색 이파리들이 겹쳐 음영을 두는 가운데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찬란하다.점심식사 전 완전히 노출된 하늘의 눈부심보다 부드럽다.
" 정말 하늘색을 무어라고 표현할지 모르겠네요..계곡물소리도 맑고,저는 도시에서만 자라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가 않아요."
" 그래요? 그럼 이제 부터라도 자연을 깊게 느껴보아요. 잠깐 여기 좀 서봐요.그리고 눈을 감고, 그냥 바람소리, 물소리, 이파리 흔들림소리를 들어봐요."
그가 그녀의 뒤에 서서 두 손으로 눈을 살짝 가린다.
여자는 그가 시키는 데로 눈을 감는데,그의 손에 의해 가려진 그녀의 눈가가 가볍게 떨린다.그녀는 떨림을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쓴다.
? 제이드, 바람이 좀 쌀쌀해요.. 제 자켓을 걸칠래요? ? 귓가에 속삭인다.
? 아니에요. 눈을 감으니까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그것은 제이드가 여태까지 눈뜨고 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아 왔었기 때문이에요.온몸의 힘을 빼 봐요. 그냥 귀에다만 신경을 모아 보아요.“
그의 말에 최면이 걸린듯이, 보려고 하는 의지로 부터 해방되면서 여자 온몸의 청각이 새롭게 살아나는 것이다. 아!.. 이 고요함속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연...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물이 돌에 구비치는 소리...
이제 여자의 떨림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안하게 얼마동안 그러고 있다.
" 제이드, 이제 눈을 떠 봐요. 그리고 다시 세상을 봐요. 아마 다르게 보일 거에요."
그가 자신의 손을 내리면서 말한다.
정말, 그러네.. 그런데, 이 사람은 어찌 이리 잘 알까?
" 제이드, 내가 어릴적 이 곳에 어머니하고 종종 찾아와서 여기를 산책했었어요. 그때 어머니가 자연과 혼연하여 지는 방법으로 가르쳐준 것이에요. 먼저 자연을 사랑하는 맘이 충만하여야 들린다고 하셨지요. 그 후 내가 대학에 들어가며 성인이 되려는 문턱에 ,자연뿐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서로가 서로의 내면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완전한 사랑을 할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자연의 소리는 솔직 담백하게 들려오는데 사람으로부터는 아직까지 힘드네요.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에이 계곡을 참으로 오랫만에 산책하는 거에요. 어머니가 지금 하늘에서 보시면서 반가워 하실 것 같군요.."
" 아, 그랬군요. 어머니께서 섬세한 분이셨나봐요. 어린 아드님에게 자연의 소리를 듣는 자세를 알려주시고요.."
" 어머님은 성악가였어요. 아버님과 결혼후는 연주생활을 접으셨어요. ."
" 예.. 그럼, 아버님께서 로렌스교수님 성악하시는 것을 적극 후원하시는 연유가 어머님과 깊은 관계가 있는가 보네요."
" 맞아요, ,, 그런데,언제까지 교수라고 부를거에요? 이제부터 나를 파울이라고 불러요.. 아까 차타고 오면서 얘기 했었잖아요.나는 제이드에게 교수가 아니에요, 서로 같이 연주하는 동료이자 친구이잖아요?"
하긴, 그러네.. 좋아 그렇게 불러보지 뭐!
" 알았어요.. 파! 울! "
" 와! 성공! 좋아요. 천천히 그렇게 부르니까 , 꼭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파울 하는것 같군요. 하하하!"
? 참 놀리기기는요. 그 규칙위반은 영어로 F이고 당신의 이름은 P이잖아요..“
? 되었어요.. 이제부터 그렇게 파울이라고 불러요.. 하하하!!!“
" 와우! 두사람 무엇이 그리 유쾌한 거에요.정말 잘 어울려요. 지금 우리들 세사람이 사진기바꾸어 가면서 여러 장면을 잡았어요.. 어디 사진전에 내 놓아도 손색 없을 것 같아요.! 자 그럼 오늘 사진은 이만 찍지요. 그런데, 제이드!, 저기 방송국 비디오 기사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당장 방영할 것은 아니고요.. 만약을 대비해서 녹화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제이드가 여행 떠나고 나면 다시 시간잡게 안되고, 오늘은 로렌스옹도 계시니.. 이렇게 추후에 모두가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 무슨 내용으로요.. 저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요.."
" 그럼 클레멘스와 한번 만나서 물어본 다음 하도록 해요."
" 어이! 클레멘스 이리로 와봐요. 제이드와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
클레멘스가 달려온다.
" 제이드씨, 인터뷰를 길게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냥 로렌스옹 부자와 자연스럽게 얘기하면서 이곳 비엔나에서의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상을 잠깐 얘기해 주면 되어요.한국에서와 이곳에서 느끼는 점이 다소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 예, 알겠어요. 그런데 저의 영어가 어설퍼서 걱정이 되는데요.."
" 그럼 인터뷰전에 로렌스교수님과 잠간 제이드의 의견을 얘기하고 영어 문구를 좀 손보아도 될 듯한데요.."
그럴까?.. 아, 어쩌나...
" 클레멘스 그럴 필요 없어요. 제이드가 말하는 것 우리가 이해하듯 시청자들도 이해 할거에요.그냥 인터뷰 녹화전에 우리 아버님과 조금 담소를 해보고 하던가 ..아니면 아버지는 이태리말, 나는 독일어, 제이드는 한국어를 혼합해서 하면 어떨까요? 정말 좋은 생각같은데요. 하하하! 아래에 독일어 자막 달아서 방영하면 되고요"
" 아, 그것 좋겠는데요...제이드, 그럼 우리에게 당신의 생각을 영어로 먼저 알려주고 녹화시에는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해요."
ㅎㅎㅎ,
? 오토!, 클레멘스! 자네들 조오기 카페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게,내가 제이드랑 좀 더 산책하면서 인터뷰문장을 생각해보는게 좋을 듯하니..“
? 오케이, 그럼 한 시간후에 저기 차 세운곳으로 와요. 제이드, 파을과 산책 즐겁게 하면서 인터뷰 준비를.. ?
그들이 떠나자 여자는 갑자기 세상에 파울과 단둘이만 있는것 같다.
? 제이드,우리 천천히 잠간 저 윗쪽으로 걸읍시다. 인터뷰는 그냥 제이드가 떠오르는데로 해요. 내 경험으로는 미리 준비를 많이 한 다음 하면 꾸민 것같고 부자연하여 호소력이 떨어지더라고요 ?
? 그럼, 왜 저 사람들에게 그리 말씀하셨어요? ?
? 하하하! 오늘 하루종일 사진때문에 제이드가 긴장했었는데,바로 인터뷰를 하면 얼굴이 경직되어 보이잖아요.나는 제이드가 예쁘게 보이게 도와주려고 , 잠시라도 좀 쉬게 하고 싶었어요.“
흠, 이 사람은 정말 생각이 깊구나.
? 제이드, 요기 걸림돌길이 좀 위험해요. 내가 뒤에서 안전지키며 갈테니 앞으로 먼저 건너가요.“
? 아니에요, 앞서 가세요. 저는 뒷모습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 하하하! 제이드,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소녀 같아요..“
아니.. 무슨 소리를..
? 자, 이젠 좀 여기 의자에 앉아요. 그리고 잠시 나한테 기대고 쉬어요.잠시 자도 되고요.. 내가 시간맞추어 깨워줄께요.“
나무 그늘아래 통나무 벤치가 놓여있고 바로 앞에는 계곡의 물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그냥 앉아서 물소리를 듣기만 해도 좋을것 같아요.."
여자가 먼저 앉는다.그도 옆에 앉으며 여자의 머리를 가볍게 살짝 잡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여자는 또 떨리기 시작한다.
(계속)
ㅎㅎ알아보시네요...
주인공이 1989년 30대로 나오는 시점인데,
저의 윗사진은 1995년 제가 42세때에요 ...
한창 오스트리아에서 음악 활동하던 시절이에요.
그때 제가 연주회전에 신문사에서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찍었었는데요.
사진작가가 얼마나 웃기면서 찍던지 웃느라고 실눈이 되었었지요 ㅎㅎ
그래도 이제 생각하니 아름다운 추억이에요.
이제보니 지금보다 많이 젊네요..
그러니까 지금 등장하는 시점의 소설속 주인공 제이드는 훨씬 더 젊겠지요?
선배님 상상에 맡길께요^^
Schubert - "St?ndchen" D957
"Schwanengesang" D957
Lieder: "St?ndchen" (Serenade) orginally for tenor and piano, arranged for cello and piano in D minor
Performed by Anne Gastinel, cello
Claire D?sert, piano
(본문계속)
-43.-
"제이드, 지금 당신의 떨림이 나에게 선명히 전해오고 있어요..처음으로 이렇게 사람으로부터 바로 자연처럼 느낌을 받는 것이에요.당신은 참으로 담백해요.아까 내가 얘기했었지요? 자연으로부터는 솔직 담백하게 들을 수 있다고 .."
"......"
파울은 자신의 쟈켓으로 그녀를 덮어주며 계속 말한다.
? 당신은 그리고 동양의 묵화에 사용되는 화선지 같아요. 두 손으로 살살 잡아야 제대로 피어지는 얇은 종이같아서 도저히 소홀히 대할 수가 없어요.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종이처럼..당신을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동안 참으로 고독한 사람이었다고 느꼈어요.어제 시내 나의 연습실 곁 유리방에서 딸을 안고 있는 당신 뒷모습에서 모성의 평화로움아래 존재하는
깊은 고독의 향기를 맡았어요... 어쩌면 당신자신도 모르는...“
여자는 가슴이 점점 시려온다.
어찌 이 사람에게 이리 얼마 안되는 동안에 나의 모습을 샅샅이 보여주었단 말인가.
? 파울!.. 그만 해요. 나도 알아요. 그리고 나는 그 고독함을 사랑하기도요.“
파울이 곧바로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는 두 눈을 마주한다,
?제이드, 고마워요, 솔직하게 얘기해 주어서요.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고독의 의미도 몰랐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 당신이 다른 사람과 어떤 다른 것이 있는데,그것이 무엇인지 꼭 잡지를 못했었어요, 어제 유리방에서의 뒷모습과 오늘 흑백촬영 때 창가에 서있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알아버렸어요.. 아름다운 고독의 물결을 ...“
파울! 당신도 그동안 고독했던 것이 아닐까요? 당신도 역시 모르는..
여자는 그의 눈길을 피해 시냇물로 시선을 모은다.
아. 안돼! 이러면 안돼!.. 여자는 파울의 말을 되새기며 독백한다.
? 파울, 이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돌아 갈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손목시계를 보더니
? 정말 그러네요. 미안해요, 제이드를 좀 쉬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힘들게 한것 같군요“
? 아니에요...저는 처음으로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나의 내면이 당신에게 모두 보여지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그러나 지금은 제가 더 이상 무어라고 말하기 힘들어요.이해하지요?“
? 물론이지요.. 자! 그럼 일어납시다.“
둘이는 일어난다.
아! 이 곳에 다시는 또 못 오겠지..이제부터 한국 돌아 갈 때까지 가는 곳곳마다 아마도 이렇게 만나고 떠나는 일상과 상념의 연속이 되겠지..
여자가 일어나서도 그냥 서서 상념에 젖는 모습을 찬찬히 파울이 바라 본다.
( 언제 우리가 또 여기를 지금처럼 같이 산책할 수있을까?
이제 곧 제이드는 여행을 떠나고... 그리고... 종장에는 귀국을 할거고...)
이 생각에 도다르자 그는 여자를 살풋이 품안으로 껴앉는다. 이제는 여자가 더 이상 그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래, 이 사람도 나처럼 느끼는가 보다. 처음이고 마지막이라고.
? 제이드, 우리가 지금 같은 생각을 하는 거지요?“
? 파울,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같이 느끼고.. 그리고 같이 숨쉬는 거에요..“
? 그냥 시간이 여기서 멈추면 ... ?
더욱 더 그녀를 두른 손을 깊게 모으며 심호흡을 고른다.
두 사람은 똑같이 서로를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더 이상 안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더 이상 머뭇 거리지 말자. 가자.
촬영팀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와 합류하여 차를 타고 다시 호텔로 향한다.
돌아오는 내내 둘이는 아무 말도 안한다.
? 파울, 그리고 제이드! 인터뷰 구상 너무 했나보네요..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을 보니 하하하!“
어색한 분위기를 못참는 오토가 한마디를 한다.
? 오토!, 그런가 보네,..“ 파울이 멋적게 대답하며 제이드를 바라본다.
? .......“
? 제이드,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요? 얼굴빛이 창백하네요. 호텔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베로니카에게 화장을 한번 더 부탁해야겠어요..“ 오토가 말한다.
잠시후 호텔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마자 딸애를 찾는다.
호텔주인이 나오며
? 댁의 따님은 미용사 에릭과 승마연습장에 있습니다. 꼬마 아가씨가 제법 말을 다루네요..“
?아! 그래요..알겠어요. 다행이네요.“
베로니카가 승마장쪽에서 나온다.
? 제이드! 무슨 일이에요? 얼굴빛이 안 좋은 데요..“
? 베로니카 저 좀 붙잡아 주어요...“
여자는 웬일인지 베로니카를 보자 긴장이 와르르 무너진다. 베로니카가 잡아주며 차안으로 들어간다.
? 제이드, 인터뷰한다는 연락 받았어요.. 이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요. 내가 토마스에게 얘기 해볼게요. 다음날이 좋겠다고,,,“
? 아니에요, 그냥 할께요. 빨리 모든 걸 끝내고 어서 여기를 떠나고 싶어요.“
? 제이드,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 당신 눈이 너무 슬퍼보여요.“
? 그래요?“
?제이드, 제가 오늘 당신을 처음 만나서 이제까지 몇시간 본 것 밖에 없지만, 웬지 당신이 보여주는 진솔함에 오래 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당신을 도와 주고 싶어요... 당신도 이제부터는 마스크가 필요해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줄 필요는 없어요. 특히 인터뷰할 때에 지금 당신 내면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노출하면 안되고요.“
? 베로니카!, 당신 보기에 제가 무언가로부터 혼란스러운 것 같애요?“
? 네, 아까 점심식사하러 들어 올 때부터 느꼈어요...“
?그랬어요? 조금 어지러웠었어요..그때“
? 왜, 어지러웠을까요?.. ?
그래,, 왜?..그 사람과의 스침에서 오는 전율때문이었지.. 솔직해 보자. 이 여자는 나 보다 연륜이 높으니 경험도 많겠지... 이 떨림을 시원하게 말해 보자.
? 베로니카, 파울이 저에게 해주는 친절함이 저를 혼동시켜요...“
?아,,, 바로 그 거였군요.. 올 때가 왔군요. 저도 오전내내 사진 촬영 참관하면서 조금 조마조마 하더라구요.. 로렌스 교수가 제이드를 보는 눈빛에 애정이 듬뿍 들어 있어서요... 그래도 무대체질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했었는데..“
? 저도 그 때는 그의 무대제스츄어로 알었어요... 아니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차타고 오면서와 지금 산책길에서 그가 나에게 해준 말과 모든 하나 하나의 움직임으로...이제는 그를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두려운 것은 제 마음도 똑 같아지려는 거에요..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 제이드, 진정해요, 인터뷰만 우선 잘 마치고 나하고 좀 더 얘기가 필요하면 상대해 줄게요“
베로니카가 그녀를 안아주며 등을 쳐준다.
? 당신이 한 아이의 엄마라는게 실감이 안나네요.. 이렇게 속안이 여리고 여리다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토마스가 부르짖는다.
? 베로니카 빨리 마쳐요,,, 모두 준비하고 기다리니까요.“
? 오케이! 5분만 기다려요“
그녀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 제이드, 방송 촬영이라 부분화장보다 전체적으로 얼굴에 음영을 두며 볼을 붉게 했어요. 좀 화사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어서요.. 자,그러면 나가기 전에 웃어봐요!“
ㅎㅎㅎ 웃음이 나오라면 나오는 것인가 ㅎㅎ
? 되었어요.. 아주 매력적인 웃음이에요. 오케이! ?
베로니카가 손가락으로 브이(V) 표시를 해준다. 그녀와 솔직히 얘기를 한 때문인지 여자는 한편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인터뷰 장소는 제일 아랫충 보리수가 보이는 창문이 있고 슈베르트관련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있는 제일 뒷쪽 중간크기 홀이다. 로렌스옹은 그 사이 엷은 코발트색 쟈켓에다 노타이 흰색 샤츠로 받혀 갈아 입고 차분히 앉아 있다. 야외에서 환한 햇볕아래 크림색옷을 입었을 때의 경쾌함보다 정장분위기이다. 여자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환하고 정답게 웃어준다.
? 제이드가 그 사이 더 아름다워 졌네요.. 비엔나 숲과 헬렌의 계곡에서 자연의 신비를 담아온 것인가요?“
? 아.. 예? ..화장이 좀 진하게 되었나 보네요..“
? 허허허! 아니에요. 당신에게서 나오는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에요. 화장이 엷게 파스텔색조로 퍼지듯이 어울리는 것도 좋고요...“
아, 이분은 미술을 하시는가? 어찌 이리 회화적으로 말씀을 하시는가..
로렌스 옆에 앉아있던 파울은 두 사람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준비한 노트를 펼친다.
모두가 자리에 모이자, 클레멘스가 인터뷰녹화 진행에 대한 간단한 순서를 세사람에게 말한다. 먼저 로렌스옹과 로렌스 교수가 연주회를 가지게된 연유와 반주자 제이드와의 만남에 대하여 간단히 얘기하고 제이드는 슈베르트에 대한 느낌을 한국어로 말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먼저 한국어에 대한 방영시 자막을 위해 영어로 말하라고 한다.
여자가 그의 의도를 알았다고 말하자, 녹화가 시작되고 로렌스 부자가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데 유유자적하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나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로 미루어 슈베르트, 그리고 자신의 예명 제이드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반주자에 대한 얘기임을 유추해 보는데 드디어 그들이 말을 마친다.
여자의 차례이다. 자기 의견을 영어로 차분하게 얘기한다.동시에 로렌스교수가 메모를 한다. 방영시 자막을 넣을 준비로서...로렌스 옹은 가끔 눈을 감기도 하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 저는 한국에서 슈베르트에 대하여 '독일 가곡의 왕'으로 배웠습니다. 어린 중고등 시절이었지요. 그 때는 오스트리아는 생각을 못하고 독일 사람으로 생각했었기도 ..이제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전공하면서 오스트리아 사람임을 제대로 알게되었고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과 실내악곡을 연주하면서 모짜르트, 베토벤의 고전음악과는 다른 낭만음악임을 이론뿐이 아니라 몸으로 느꼈었습니다. 제가 지금 한국에서 살때와 현재 이곳에 와서 지내며 조금 차이나게 느끼는 슈베르트음악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먼저 한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슈베르트의 곡중에 애창되는 곡이 '보리수'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 살때에 보리수나무를 못 보고 자랐었습니다. 여기 비엔나 와서 처음으로 로렌스 교수님과 칼렌베르그언덕에 올라가서 교수님의 설명아래 실제 보리수를 보면서 독일시인 ?빌헬름 뮐러’의 싯귀에 붙여 작곡된 그 가곡을 가슴깊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제가 체류하는 내내 보리수 꽃피는 것을 보며 향기를 맡으면서 지내고 있었지요. 오늘은 특히 그 곡을 작곡한 이 곳에서 지내니 감동이 더 깊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가더라도 이 곳의 모든 것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삼을 거에요. 그리고 이 감정으로 슈베르트의 음악을 연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 헬렌의 계곡을 산책하면서 로렌스 교수님의 어머니께서 아드님에게 전해주신 '자연의 소리를 느끼고 받아드리는 자세'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앞으로는 고요함속에도 움직이는 그 무엇을,
그 미세한 떨림을 소리로 나타내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가지게 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여자가 얘기를 마치자 로렌스 옹이 그녀의 손을 꼬옥 잡는다.
" 제이드, 당신은 얼마 안되는 체제 기간에 참으로 많은 것을 감지하는 예술인이요. 당신이 느끼는 그 섬세함이 꼭 하늘나라에 있는 내 아내의 섬세함같구료..."
" 오늘 아드님께서 들려 준, 자연을 듣는 청각을 더 발전해 보겠어요."
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클렌멘스는 계속 녹화를 한다.
" 제이드, 당신 지금 말한 영어 표현 손볼 필요없이 자연스럽고 괜찮아요... 그래도 당신이 원하면 다시 한국어로 말해볼래요?" 로렌스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럼, 다시 해볼까? ...
"...... 음, ....... 아, 안되겠어요. 여러분들이 못 알아 듣는 한국어를 한다는게 어찌 어색하네요."
그러자 클레멘스가 기다렸다는듯이 말을 시작한다.
" 제이드 내가 조금전에 영어로 한 당신의 의견을 이미 녹화를 했으니까, 그럼 한국어는 안해도 되겠어요.정말 수고했어요. 원고없이 가슴에 닿는 말씀 고마워요. 편집장에게 보여주면 기뻐 할것 분명합니다.
인터뷰 녹화를 마치고 로비쪽으로 나온다. 모든 관계자들이 이미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늘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아무 경험없는 저를 위해서..고마워요.. 잊지 않을 거에요.. 오늘을..“
토마스와 오토가 닥아온다.
? 아니에요 .. 우리들이 여러가지로 배운 점이 많아요.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움이라는 진실을 다시 새겨보는 순간을 오늘 작업내내 가졌었어요. 제이드 , 그럼 여행 잘 다녀오고요. 오늘 촬영한 것은 파울과 같이 사진 선정작업하겠어요. 오늘 정말 수고 많었어요. "
토마스가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악수를 청한다.
? 제이드, 이번 연주회 끝나고 나하고 계속 같이 일해 볼래요? 너무 표현력이 좋아서 오늘 일하면서 재미 있었어요.아참! 한국 돌아 간다고 했지요? 내가 갈수도 없고.. 허참. 그럼 여행가서 즐겁게 지내다 와요.“
재미있기가 코메디언 저리 가라할 정도인 오토가 익살스럽게 얘기하며 작별 인사로 볼에 살짝 입마춤을 한다.
에그머니나! 이 사람이...
? 허허허.. 놀래기는 .. 당신은 그게 매력이에요.. 자 ,그럼 정말 안녕!“
그가 웃음을 날리며 동료 촬영관계자들과 떠난다.
분장사와 미용사도 닥아온다.
" 제이드, 오늘 당신을 만나서 정말 즐거웠어요. 여행 다니면서 조심하고요. 그럼 우리 7월에 만나요."
베로니카는 여자를 가슴으로 껴안으며 작별인사를 한다.
" 제이드, 다니다가 그냥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돌아오지 말고 그냥 거기서 머물어요 하하하! 이런 일은 안 생기겠지요? 다시 볼날을 기다릴께요. 오늘 당신 딸 은지를 알게 되어 기뻐요. 다음에 다시 이 꼬마아가씨와 영국 나의 고향에서 승마하는 기회가 오기를 바래보았었기도..자 그럼 오늘 푹 쉬세요"
그 옆에 앉아 인터뷰 끝나기를 기다렸던 딸애가 여자에게 오면서
? 할로! 아저씨 , 바이!“ 영어에 한국어를 섞어 인사를 한다.
여자가 관계자들과 헤어지는 모습을 로렌스 부자는 미소를 가득 담고 본다.
이제 모두 돌아가고 여자와 딸과 로렌스 부자만 남는다
?제이드, 피곤해요? 그래도 우리 잠깐 저쪽으로 가서 얘기를 더 해요. 당신을 만난지가 얼마 안되어 그냥 이리 헤어지는게 섭섭하군요.“
로렌스옹이 앞장서서 한쪽구석으로 가서 앉는다.
여자가 조용히 가서 그의 앞에 앉는다.
?수일내로 여행을 떠난다고 들었는데요,, 어디로 갈 거에요? 어린 애를 동반하고 다니는 것인데..“
로렌스옹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 아직 뚜렷한 여행경로순서는 없어요.. 기차타고 시간따라 적당히 도달하는 곳들을 다녀 볼려구요..우선 오스트리아내에서는 잘츠부르그 먼저 갈거에요.그리고 독일의 뮨헨과 스위스,이태리 등등 몇곳을 더 돌아 보고..제일 나중에 그리스 아테네로 갔다 돌아오려는 계획은 확실해요.“
? 아니? 아테네가 얼마나 먼데..아는 사람이 살아요?“
예, 평생에 한번은 꼭 보고 싶은 사람이 거기에 살고 있어요..
로렌스옹에게는 대답은 안하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바로 이 생각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수도 없이 했던가..
( 한 여자 1부 마침)
그동안 17개월에 걸쳐 "한 여자"를 썼습니다.
한정된 홈페이지에 나누어 8편의 소제목으로 총 43나눔편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글을 쓴 때가 2012년 10월 14일이었지요.
출장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에 작은 글씨로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 글보다는 사진과 음악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던 것을
이날,이곳에 '글사랑'이라는 공간이 있는 것을 알게된 기쁨과 더불어
제반여건이 여의치 못하는 여행지에서 무엇인가를 글로라도 적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그 것은 여고시절 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불태웠던 그 때의 불꽃이
완전 꺼지지 않고 있다가 40년만에 다시 피어 났었던 것 같습니다.
글의 장르와 주인공의 이름도 정하지 않고 시작했던 "한 여자"...
그 '한 여자'는 소설이라는 장르로 편을 이어가면서
점점 생명력을 가지고 내 안에서 뜨겁게 불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3편까지 쓴 후 3개월이상을 중단을 했었지요...한국과 미국방문 장기출타도 있었지만,
글을 쓰다 보니 너무나 많은 것 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주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누구나 한번 사는 인생입니다.
저는 소설을 엮어가며 '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 인생을 또 한번 돌이켜 살려 했는가 봅니다.
실제의 인생은 다시 과거로 돌아 갈수 없으나,
소설을 통해서는 언제던지 어디던지 어떤 상황으로도 되돌아갈수 있는
희열과 아픔이 동반되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는 아픔과 인간관계들을 삭제하는 과정들...
이러면서 '한 여자'는 4편부터 잠시 현재로 건너 뛰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설이란 바로 진정한 인생을 그려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삶의 순간과 순간의 연속에서 일부러 제외하려던 부분이 꿈틀거리며 글이 더 이상 안 나갔습니다.
6개월 후 5편으로 시작하면서 '한 여자'는 과거로 돌아가 다시 생생히 살아나게 됩니다.
글을 써나가던 17개월 동안 오래전 부터 아끼며 존경하던 몇분이
건강악화 되거나 별세하는 슬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것이 저를 그 분들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글쓰게 하는데 원동력이 되어 8편에 이르게 되었지요.
저도 언제인가는 세상을 떠나리라...라는 실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젊은 날의 환희와 절망과 고독사이에서의 그 싱싱했던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제 더 세월이 지나면 지금 떠오르는 이런 느낌도 사라지리라는 생각이 생기는 것이었어요.
17개월에 이르는 동안 그려진 일들은 주로 1989년 5월초부터 6월초 한달에 걸친 얘기로서
그 전후의 '한 여자'의 추억과 현재가 잠시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 글쓰려고 했던 동기는 인생 60에 초연해지는 것에 대한 주제였었는데,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아직도 계속 30대 시절에 머물고 있습니다.
혹, 글쓰는 일만 했다면 속도가 빨라 원래 목적인 60에 벌써 도달했을 지도...
이번에 쓰면서 알게 된 것은
이미 어떠한 글이 쓰여지면
그 어떠한 글 자체가 생명력을 생성하여 이어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하나의 전달자이구요.
저는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더더구나 전업작가도 아닙니다만,
2014년에 들어 와서는 글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몇개월 사이 주변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몰두하였던 까닭도 있겠지요.
그러다가 1부로 일단 '한 여자'를 중간 마무리 하게 된 동기는
며칠전 어느날 밤중에 글을 쓰기시작했는데, 19페이지를 단숨에 쓰고 나니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온몸이 소진하여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한참을 서성이다 평상의 일을 하며 안정 된 후, 밤새워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내려 갔습니다.
너무나 드러나는 표현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곳이 개인 블록이 아닌 공개 된 여자고등학교 동창회의 홈페이지라는 것에 주춤하게 되었지요.
또한 이런 잠 못자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건강에 해롭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구요.
그 날밤 적은 글을 수정하여 1/3 정도씩을 나누어 (41-43번)에 걸쳐본문에 올리면서
일단 1부로 여기에서 마치게 된 것입니다.
소설에서 '한 여자'가 여행 떠나기 전에 여러사람들과 작별 하는 대목은
제가 바로 그 ' 한 여자' 가 되어 눈물을 흘리면서 적었습니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글 중단하는 것도 이 싯점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글 속의 인물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
그리고 나서 현재의 실생활로 넘나드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입니다.
얼마 동안 쉬면서
다음 연결 되어질 얘기들이 숙성되어
더 이상 저의 내면에 담어 두기 어려워 지면
다시 2부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 동안
항상 찾아오셔서 열심히 읽어주시고
또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격려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내 안녕하십시요.
2014년 3월 14일
비인에서?
김옥인 올립니다.
한 여자 1 부 목차
소제목 날짜 소단원 나눔편
한 여자 (1)..어느 날 아주 먼 곳에... 2012.10.14 10:48:02 (78.3.126.19) (1-9)
한 여자 (2)..새로운 곳에서 2012.11.01 12:45:56 (80.109.70.34) (10-18)
한 여자 (3)..급류 2012.11.21 09:06:09 (80.109.70.34) (19-25)
한 여자 (4)..시간은 멈춤없이 2013.03.26 09:29:16 (80.109.70.34) (26-28)
한 여자 (5)..얼마 만이지? 2013.10.28 07:50:03 (62.178.188.127) (29-31)
한 여자 (6)..창문을 열며 2013.12.11 08:42:43 (62.178.188.127) (32-36)
한 여자 (7) ..눈부신 6월 2014.02.06 06:02:02 (213.47.166.247) (37-40)
한 여자 (8) 비엔나 숲속에서의 떨림.. 2014.03.08 09:52:51 (213.47.166.247) (41-43)
?제목부분을 클릭하면 바로 갑니다.
수고했어요
그대의 글이 생명력이 되서 피아노에의 사랑이 되살아났어요.
평생 좋아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마침 JTBC에서 미니시리즈로 오늘밤부터 "밀회"라는 드라마를 한다던데
천재 피아니스트의 사랑을 그린거라네요.
예고편 잠깐 보니 슈베르트의 환타지와 베토벤의 열정소나타가 나오더라구요.
또 필이 꽂혀서리................................ㅎㅎㅎ
예전에도 노다메 칸타빌레에 꽂혀서 모짜르트 작은별 변주곡을 작은 음악회에서 했거든요.
선배님의 피아노 사랑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만약에 그시절 음악활동을 계속하셨다면 다른 여러곡도 치셨겠지만
베토벤협주곡을 꼭 치셨을 것 같아요.
제가 1989년 처음으로 아쉬케나지 독주회를 비엔나에서 보았었어요.
그때는 솔로로 베토벤 소나타를 쳤었는데, 유튜브에 안 보여서 위에 협주곡 총편을 올렸어요.
( 참조:위 슈베르트 곡 스톱하시고 들으세요.본문 주제가 슈베르트여서 그대로 놔 두었거던요..)
Beethoven - Complete Piano Concertos (Vladimir Ashkenazy)
Piano Concerto No. 1 in C major, Op. 15
0:00:00 ? Allegro con brio
14:15 ? Largo
26:01 ? Rondo. Allegro scherzando
Piano Concerto No. 2 in B-flat major, Op. 19
35:05 ? Allegro con brio
48:44 ? Adagio
58:48 ? Rondo. Molto allegro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1:05:22 ? Allegro con brio
1:22:48 ? Largo
1:33:12 ? Rondo. Allegro
Piano Concerto No. 4 in G major, Op. 58
1:42:38 ? Allegro moderato
2:02:29 ? Andante con moto in E minor
2:07:49 ? Rondo (Vivace)
Piano Concerto No. 5 in E-flat major, Op. 73
2:17:50 ? Allegro
2:38:59 ? Adagio un poco mosso
2:47:07 ? Rondo: Allegro ma non troppo
Vladimir Ashkenazy (pianist & conductor)
The Cleveland Orchestra
1986-1987
유명옥 선배님은 저에게 남다른 추억을 가지게 한 분이세요.
제가 인천 여중시절 피아노반 서클활동 할 때였지요.
어느날 아주 가냘프고 얼굴 하얀 선배님께서 연주하는 것을 보았었어요.
무엇을 치신지는 생각이 가물거리는데,
두꺼운 일본 전음사 출판 '베토벤피아노 소나타'책을 가지고 계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선배님과 직접대화를 한 것도 아니라 선배님은 모르는 나만의 추억이지요...
그 후 제가 어느새 피아노 진도가 나가서 그 두꺼운 악보책을 '명동 대한 음악사'에서 구입하게 되었을 때
선배님생각이 떠오르며 감회가 깊었었어요.
세월이 한참지나 2009년 인일홈피에 가입하고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울 오빠와 동기인 5기게시판에 올라온 선배님 이름을 읽고 제가슴이 두근 거렸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여기에서 종종 뵙는 관계에 이르렀지요.
제가 미래에 현재 활동하는 직업보다 글쓰는 일에 주력하게되면
이런 선배님과의 추억의 얘기를 소재로 좀 더 디테일한 소녀적 감상으로 그려내고 싶어요.
요즘 도처에 글소재가 넘쳐나는 것을 그저 가슴에 담느라니 좀 힘드네요..
그러면서 전업작가는 그동안 계속써야 했기에 어느순간 고갈상태에 이르는데,
저처럼 오래동안 쉬었던 글쓰기를 이제서야 다시 시작한 사람은
쓰고 싶은 욕망에 불타 모든 게 소재가 되는구나.. 싶은 거에요.ㅎㅎ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겠지요?
그 동안 '한 여자'를 써 오면서,저 스스로 행복하고 슬프고.. 감정이 단순하지가 않았어요.
이제 연재를 쉬면서 홈피라는 제한적 표현공간을 넘어 혼자 마음껏 습작하여 보려구요.
선배님과 더불어 몇몇분의 눈길을 느끼며 힘을 내어 썼던 글들이에요...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그동안 조용한 독자로서 힘든 작업에 감사를 드립니다.
글을 읽으며 가슴 뛰기도 했고, 웃음 짓기도 했고,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픽션과 넌픽션을 오가는 작업 속에서 많이 가슴 뛰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글을 읽으며 진실한 것만이 남는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오늘의 모습으로 과거를 더듬을 때
누구나 다 그렇게 많은 아름다운 부분을 기억하거나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통이 진짜였을 때, 그 앓이가 진짜였을 때
그런 것만이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때는 아! 언니가 그 시절의 격류에 아직도 휩쓸리고 있구나 싶었고,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세밀한 부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이즈음 잠깐 쉬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숨을 고르고, 길을 거닐며.
이정록 시인과 그의 엄마가 나누었던 대화로 만들어진 시집 <어머니 학교>에 나오는
시 한 편을 드리며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시
이정록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업은 애기를 왜 삼년이나 찾는지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너를 엄마! 하고 부를 때까지
그냥 모르쇠하며 같이 사는 겨.
세쌍둥이 네쌍둥이 한꺼번에 둘러업고
젖 준 놈 또 주고 굶긴 놈 또 굶기지 말고.
시답잖았던 녀석이 엄마! 잇몸 내보이며
웃을 때까지
건강하세요~~~~
?
오늘따라
건강하세요~~.. 라는 옥규후배 인삿말이 깊게 와 닿습니다.
내일 아침 병원에 가서 장내시경검사받기 위해
오늘 점심부터 단식을 하며 장청소 하는 약품을 탄 물만 먹었어요.
이제 일찍 잠자리 들려다가 , 몇자적고 있어요.
나이가 드는 것이 이리도 힘드는 것인 줄을 정말 모르고 그 동안 살아 왔어요.
작년부터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더니 점점 여기 저기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하네요.
" 한 여자"를 쓰기 시작할 때만해도 건강에 자신이 넘쳤었지요.
그 후 두달 후 2012년 12월 중순 한국의 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비행기안에서 하염없이 울었었어요.
가족이면 뭐해요.
멀리 떨어져 살면서 어쩌다 만나면 그냥 떨어져 지냈던 사이의 일을 이야기로 대충 넘기고..
그러다 다시 헤어져 돌아오고.. 그런 세월을 20여년을 지내다가 아픈 동생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안에서 저 스스로 너무 한심하여 울었던 거에요. 막내 동생이 아직 어린 시절 내가 비엔나에 왔기 때문에 동생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히 없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더라고요.
아픈 동생을 병원에 놔두고 비엔나로 다시 돌아오기 전날 전철역 유리창에 쓰여진
" 들풀 몇개" 제목의 이유경님의 시를 만났어요.
그 동안 제가 저 하늘 높은 이상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을 질책하듯
바로 가까히 곁에 있는 들풀을 소중하게 여기는 시인의 맘을 만난 것이에요.
시어를 나 나름대로 가슴깊게 받아들인 것이었지요.
다시 비엔나에 돌아오고
미국을 다녀오며 40여년만에 여고동창생들을 만나고
다녀와서부터 건강에 차질이 오기 시작하고 ..
이런 일상의 변화로 부터 저절로 내가 변화되고 있었어요.
어린 아이에서 소녀가 되고
초경을 맞이하면서 육체의 변화에 감정과 정신의 혼돈이 오듯
내가 맞이 하는 노년의 입구에서도 혼돈이 오고 있었어요.
아직도 정신적으로는 청춘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육체의 변화에 휘청거리는 것이었지요.
17개월동안 썼던 '한 여자' 8편중, 반에 이르는 5ㅡ8편을
2013년 10월 말부터 금년 3월까지 4개월좀 지난는 기간에걸쳐 썼어요.
일종의 초조감도 동반하면서 속도를 내었던 거지요..
좀 더 지나면 그나마 남아있는 가슴속 떨림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위에 3월 14일에 댓글로 설명했듯이 1부로 일단 마무리 한 다음,
며칠동안 동공상태에 이른 듯 했어요.
17개월동안 끈을 잡고 있던 것을 놓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올봄에는 참으로 힘들게 봄을 타고 있네요.
나아지겠지요... 순서대로 살아야 하니까..
옥규후배,
그 동안 읽어주고
또 이렇게 위로의 글과 시한편을 놓아주고...
고마워요
우리 모두 건강해요.. 그리고 꼭 만나요.
F. Schubert: Trout quintet - 4. theme and variations
Julian Rachlin, Mischa Maisky, Mihaela Ursuleasa, Nobuko Imai
and Stacey Watton perform the famous piano quintet in A major
by Franz Schubert.
Franz Schubert - The Trout (comp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