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7) ....눈부신 6월( 전편)



한 여자 (8) 비엔나 숲속에서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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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임신초기에 어지럼증이 나던 것이 떠오른다.

! 그때의 아찔함과 동시에 가슴가득하던 그 무엇그런데, 왜 바로 지금 그 느낌이 드는 것이지?

안전벨트를 풀어주는 로렌스 손길이 스치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이 선명한 감각이라니...정말 오슬거리기도 하고.

 

여자가 눈을 감고 그대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 어디 아퍼요?"로렌스가 묻는다.

 

" 현기증이 나네요.."

" 잠간만요.. 열이 있나 보고요." 그가 이마를 집는다.

 

!, 제발 그만  저를 놔두어요... 

 

이상하다. 나는 말을 바로 못하고 사람이 하는 데로 두는 것인가..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인가남편이 이리 자상하게 해준적이 언제였던가...남편!... 그가 지금의 내모습을 보면 무어라고 할까?

 

" 제이드, 열은 없는데요.. 혹시 멀미하나요?"

" 아니에요..가끔 있는 일이에요. 빈혈이 있거던요. 내릴게요. "

여자는 말하며 뒷자리를 본다. 아이가 아직도 자고 있다 사이 로렌스가  좌석을 떠나 차앞을 돌아와 그녀가 앉아있는 오른쪽 문을 열어준다일어나며 다시 한번 하늘을 본다 ..정말 너무나 눈이 부시다.

 

!!!!

그녀가 잠시 휘청하자 로렌스가 날래게 그녀를  잡아준다.


" 괜찮아요. 은지가 아직 자는데요.." 

그를 밀어내며 뒷문을 연다애를 살살깨운다.애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며 기지개를 핀다.애를 안아준다.

 

! 너만이 나를 다시 진정시켜주누나..

 

그러는 사이 로렌스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 주시한다.딸애 손을 잡고 주위를 돌아보니 참으로 목가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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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퉁이 울안에는 어린 말들도 있다.어린이들을 위한 승마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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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드, 말을 탈 줄 알아요?“

? 아니요, 그냥 조랑말을 누가 잡아주면요..“

? 하하! 그럼 내가 잡아줄게요.“


ㅎㅎ 이 사람이 참으로 갈 수록 재미있네..

 

? 제이드. 저기 지붕을 볼래요? 왼쪽과 오른쪽 지붕이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다르지요? 왼쪽이 오리지날 집이고요,오른쪽은 나중에 증축한 거에요.

슈베르트덕분으로 방문자들이 많아 지면서 객실방을 증축한 것이지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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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찬찬히 주위를 더 돌아본다.


셋이서 안쪽으로 들어간다.실내 곳곳의 벽에는 슈베르트가 보리수 나무아래 앉아있는 모습과 이 지역의 풍속도가 걸려있다.로렌스가 설명해주는 호탤의 역사는 원래 물레방앗간이 있던 곳에 1786년부터 숙박업의 시작이라고 한다.


슈베르트가 1797년 생이니까 그의 탄생 11년전이네..그럼 올해가 20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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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동시대 사람인 이 지역의 출신화가 발드뮬러는 이 건물의 천정을 모델로 그의 회화에 그려넣었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이집 주위와 이 지역의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 작품들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돌아보고 있는 아랫층 건물의 천정을 보니 로렌스의 설명대로 그림의 천정과 같다. 창문의 위치 구조도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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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레스토랑에서 로비로 나오는 중간에 있는 수족관에는 생선이 움직이고 있다.


" 송어들입니다. 이 근처 강이나 호수에서 공급되고 있지요."


여러가지 슈베르트의 기념 상품들도 보인다. 로비 한곁에는 까만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여자가 관심있게 살펴보는 모습을 보며 로렌스는 그녀가 아프지 않은 듯하여 안심이 된다.


? 제이드,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여기서 며칠 쉬면서 은지와 목가적으로 지내 볼래요.?“

 

! 그렇게 제가 한가하지 못하네요..

 

"파울! 제이드!  왜 이리 도착이 늦나 생각했더니 여기 오붓이 데이트하고 있었군요.허허허으로 와요가든에서 식사하려구요"

도착해 있던 토마스가  바깥쪽에서 로비로 들어오며 한다.

 

" 그런데, 제이드 어디 몸이  안좋아요핼쑥해 보이네요." 토마스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니에요. 조금 어지러웠어요. 식사하면서 쉬면 나아질 거에요."

"그럼 다행이구요... 우리 공주님은 잠을 잤나 보네요.. 눈이 부은 걸보니"

 

와우.. 토마스는 참으로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구나.

 

그를 따라  호텔 중간문을 지나 뒤의 정원으로 가니 나무 아래 쳐있는 크림색 채앙 아래 모든 관계자들이 앉아 있다토마스가 인도 하는 식탁으로 간다거기에는 처음보는 노신사가 앉아있다.


" 콘테 로렌스( Conte Laurence), 기다리시던 파울의 반주자 제이드 입니다."

" 제이드, 인사해요.우리들의 후견인 로렌스옹이십니다." 토마스가 소개를 한다.

" 그리고 저의 아버님입니다."로렌스가 덧붙여 말한다.

 

로렌스옹? 아까 지휘자 클라우스가 언급했던 이름?

 

" 어서 앉아요, 딸애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 , 처음 뵙겠어요.딸애 이름은 은지입니다."

" 은지라... 어제 져널뉴스에서 목소리는 들었소이다. 어디 실제로 볼까요."

로렌스옹은  젊잖게 느릿느릿 말을 한다. 여자가 알아 들을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 은지야, 인사드려. " 딸애는 자다깬 부석한 눈을 한 번 비비더니,

" 안녕하세요?" 또렷하게 한국말로 인사한다.

" 허허! 고녀석 목소리가 참으로 낭낭하네.. 제이드 무얼 먹고 싶소오늘은 내가 대접하니 딸애랑 맛있는 것을 드시도록 해요.당신 덕분에 오랫만에 아들 노래 듣게 되어 내가 참으로 기분이 좋소이다. 허허허!"

 

백발에 가까운 금발의 노신사는 참으로 여유롭게 보인다.연크림색 쟈켓이 바쳐주는 얼굴은 굵은 주름이 보이는데도 건강한 혈색이다.그가 아들과 즐겁게 담소를 하다 언뜻 여자를 보며,


" 제이드, 죄송해요.아들을 만나니 저절로 이탈리어가 나오네요.제가 원래 이탈리 태생이라서요.아들은 비엔나 태생이지만 애비하고는 이탈리어를 하지요.. 허허허우리 부자도 오늘 참으로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시간 전 클라우스가 전화를 했더라고요.두 사람 촬영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이번에는 연주회가 성공할 같다고 전하더라니... 허허허!!"

 

이탈리아 사람? 그럼 클라우스와 같은?

 

" 아버님, 천천히 말씀을 하시지요. 제이드에게 부담갈 같은데요.."

" 허허허! 이 사람이 언제부터 반주자 배려를 이리도 하는가 허허허!'

 

여자는 종업원이 가져다 메뉴판을 보다가  식당의 유래가 적힌 글을 읽는다슈베르트가 이곳에서 보리수를 작곡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여러 그림들이 설명되고 있다또한 특식으로 송어요리라고 적혀있다.


ㅎㅎ 그래서 수족관에 물좋은 생선들이 ?..여자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연상하며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그 곡의 반주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송어가 물속에서 뛰듯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야 했던 !

 

여자가 송어구이로 1인분 시킨다.

 

" 제이드, 그럼 전식으로 스프도 들어요. 우리 꼬마 아가씨도.." 로렌스옹이 친절하게 권한다.

" 아니에요, 우리 둘이 주식은 1인분이면 충분해요. 그러시다 좋은 스프 하나만 시켜주세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로렌스옹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본다.

 

여자도 노신사와 대하면서 이분은 멋있게 늙어가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기분좋게 든다.

! 아버지! 우리아버지.. 갑자기 친정 아버지가 떠오른다. 오늘은 전화를 드려야지..

 

"제이드, 당신은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다른 동양인하고   다르네요."

"? 떻게? ㅎㅎ"

" 우선 자세가 당당해요. 말소리는 크지 않지만 의지가 들어있어요."

" 호호, 제가 영어가 서툴어서 느릿느릿 말하니까 그렇게 느끼시나 보네요."

" 아니에요. 그것하고는 뉴앙스가 다르지요. 반가워요. 이렇게 직접보니 상상할 때보다 인상이 좋군요."

 

세상에 .. 직접보면서 어찌 이리 솔직한 표현을 하시나요?

그녀가 내심으로 생각하며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 당신 눈이 모두 말하고 있네요.. 내가 말많은 노인네라고요 허허허!!!"

" 아니에요. 제가 실망드릴가 걱정이 되어서요"

" 제이드, 부담 가지지 말어요. 노인네는  파울이 아주  연주생활을 접는 줄 걱정되던 차에  

제이드와 연주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에 기쁠 뿐이에요. "

 

음료수와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여자가 조심 조심 딸애에게 음식을 주는 모습을  로렌스옹은 사랑스럽게 본다.아버지의 흐믓해 하는 모습을 보는 로렌스교수도  모녀의 모습을 다정스레 본다.

 

점심식사가 거히 마쳐간다.토마스가 닥아온다.

" 제이드!  식사후 우리들 계약서에 사인을 도록 합시다."

 

무슨 계약서?

 

" 것은 형식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불상사에는 필요 불가결한 것이에요.예를 들면 , 연주를 못하게 될경우, 원인제공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던가,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파을의 독창회 못하게 되는 경우는  다시는 없어야 "

토마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 토마스! 저는 어떤 계약서에도 사인 안 할거에요. 저로서는 이번 연주회를 로렌스 교수의 요청에 의해 단순히 반주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에요. 어제부터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사실 저는 어리둥절한 상태이거던요." 여자가 자신의 입장을 또렷이 설명한다.

 

토마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그러자 로렌스 교수가 말을 시작한다.

" 제이드, 당신 의견을 알아요. 그럼 모든 제반 사항을 제가 책임지도록 할게요.그럼 되었지요?"

 

" 아니? 파울! 그러나 제이드가 연주를 못 하게 경우 생기면  파울이 어찌 한단 말이요그리고 제이드 연주비 상응경비건도 그렇고?"

" 토마스! 조금 내가 얘기 했듯이 내가 제이드 대신 처리하겠어요그리고 제이드는 연주를 꼭할거니까 문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 ? 이런 경우는 내가 기획하면서 처음있는 경우라서..."

 

여자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기분이 내려 앉는맞아, 세상에는 분명히 맺고 끊는 일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지.. 모르지 누구도그런데, 로렌스 교수는 어찌 이리도 나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

 

로렌스옹이 입을 연다.

" 토마스, 당신 심경 이해해요. 지난번 사건도 있고하니... 그러나 이번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제이드가 여기 사정을 아직 파악 못 한 것이고, 그녀가 얘기 하듯이 어떤 영리추구로 파울의 반주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그런 제반사항은 우리가 합시다. 모든 경비는 우선 내가 다 미리 내도록 할테니모든 행사가 끝난 다음 수익 지출 정산하면 되지 않겠소당신은 그저 당신 할수 있는 최대의 기획을 해주시요.. 아무 경제적 걱정말고, 알았지요?.."

" .. 로렌스옹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좋습니다. 그럼  저는 촬영준비 시키겠습니다." 토마스가 일어서 간다.

 

" 제이드, 당황했지요?.. 처음 있는 같은데요.. 예술도  이제는 일종의 사업으로 번져가는 양상입니다그러나 그것도 괜찮아요.예술가는 예술행위만 하고 그들을 업서버하는 사람들이 예술외의 일을 대행하는 것도 좋은 것이지요. 특이나 토마스 같은 유능한 사람과 파트너가 되면 더욱이나.. 허허허 우리  커피 시킬까요?" 로렌스옹의 여유있는 설명을 들으니 여자는 맘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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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 케이크)


커피와 디저트를 든 후에 여자 딸애를 데리고 분장차로 가서 다시한번 편하게 매만진다.

" 당신 이제 평소의 모습이에요. 그렇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분장하기 전의 생얼굴하고는 역시 다른 분위기네요."

" 정말 그러네요.. 혹시 영원히 원래 제모습 못찾는 것이 아닐까요?... ㅎㅎ"

" 제이드, 당신은 정말 재치가 넘쳐요..오늘 집에가서 자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될 거에요특히 제이드 특유의 경쾌한 웃음이.."

 

... 그럴까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닌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