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여행 /  김옥인



오세영 시인의 2월 제목의 시구를 인용하면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


처럼 

어느새 2월도  중순을 넘고 있다 .


해마다 2월 이즈음에는 한 친구의 2월 13일 생일을 기념으로 여행을 다닌다.

인원수가 많으면 아홉 명, 적으면 네 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여섯 명이 체코의 올로모우츠를 다녀왔다. 여행목적을 생일 기념으로 했듯이 목적지를 정하는 것에 있어서 생일 당사자의 뜻이 으뜸이다.


우리의  2월 여행은 2008년에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당일 왕복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아침일찍 비엔나 남부역을 떠나 한시간 남짓하는 역에 도착하여 아홉 명이 거리를 활보하며 맞이했던 다뉴브강의 바람이 아직도 선명히 추억된다. 입장료,음식가격및 모든 가격이 비엔나에 비하여 저렴하다며 

낄낄 끌끌 웃음이 넘치며 하루를 만끽하다가 밤늦게 귀가행 기차를 탔었다.



Bratislava 2008 _011.jpg

(브라티슬라바행 기차안에서 생일 축하노래와 더불어) 


Bratislava 2008_ 028.jpg

( Bratislava 역에 도착하여 도보행진 시작 )



Bratislava 2008_056.jpg

(브타티슬라바 성 위에서 ) 


Bratislava 2008_140.jpg

(시청앞광장에서... 8년전이라 확실히 젊은 듯.. )


귀가행 기차 안에서 하루는 너무 짧으니 다음부터는 며칠 밤을 같이 보내며 주말여행을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하여 다음 해  2009년에는 체코의 프라하를 여섯 명이 눈 내리는 날씨에 새벽기차를 타고 갔다.

Prag 2009_02 P1130771.jpg


기차 안에서 생일맞은 친구를 위하여 팡파레를 울리며 동심에 젖어 보았다.

Prag 2009_02 P1130755.jpg


프라하에 도착하여 칼다리의 네포묵상 아래 조각을 만지며 소원을 빌어 보았고,

Prag 2009_02 P1130804.jpg



Prag Moldau 2009_02 P1130968.jpg


몰다우 강가에서 칼다리를 조망하며 카페를 즐기었다.

Prag Moldau 2009_02 P1140014.jpg



Prag Mucha 2009_02 P1130861.jpg


일행들 취미에 따라 흩어져무하, 쿠푸카  미술에도 취해보았다.

Prag Museum  Kampa 2009_02 P1130997.jpg

이 캄파 미술관에서 보이는 프라하성 조망이 일품이다.


야경의 프라하성도 감상하고 ... 등등..

Prag Nacht 2009_02 P1130885.jpg


유난히 추웠던 프라하였지만 처음으로 삼박사일을 같이 지낸 2월 여행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이다.


2010년에는 쇼팽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폴란드의 크라카우를 다섯 명이,

2011년은 생일당사자의 사정으로 쉬고, 

2012년에는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트를 여섯 명이,

2013년에는 독일의 드레스덴을 여덟 명이,

20 14년에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일곱 명이,

2015년에는 체코의 브르노를 네 명이,


그리고 올해는 2016년 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체코의 모라비아 지방의 OLOMOUC를 6명이 다녀왔다 


Birthday travel IMG_9225.jpg 

기차 안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며 여행의 시작을 자축!!!


Breclav IMG_9235.jpg

중간 기차역 브레츨라브역에서 갈아타고


Mahlerova IMG_9422.jpg

올로모우츠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서는데 

바로 모퉁이를 도니 길이름이  작곡가 "말러의 길"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Mahler Wohnhaus IMG_9249.jpg

구스타프 말러가 이곳 모라비아극장에서 지휘를 할 당시 머물렀던 집 팻말을 보니 그의 음악과 더불어 

이번 여행의 시작에 잠시 흥분이 되었다.


Mahler IMG_9270.jpg

현재는 레스토랑, '바'로서 피아노 라이프연주 되고 있다. 


바로 건너편에 당시의 극장이 현재 모라비아 필하모니로 이용되는 것이 보인다.

Philharmonie  IMG_9252.jpg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는데 필하모니가 인접한 광장에는 2000년부터 유네스코에 등재된 삼위일체탑이 조명빛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삼위일체탑IMG_9266.jpg



시청의 시계탑도 본 다음  호텔로 돌아오며 여행 첫 날을 마무리한다.


Rathaus  IMG_9267.jpg



Rathaus Uhr IMG_9268.jpg



(참조; 다음 사진들은 아래 댓글난에...)


올해로 여덟 번째의 여행을 맞이하며 일행의 구성요소가 다소 바뀌기도 하지만 여행의 성격은 변함이 없다.


첫 번째가 스트레스 없이 여유를 가진다라는 것이다. 잠자고 싶은데로 맘대로 자고, 같이 산책하고 싶으면 동행하고, 혼자 지내고 싶으면 혼자대로..즉 비엔나의  직업적 일로 부터 탈출하여 다른 도시에서 쉬면서 새로움도 즐긴다는 것이다. 허나 생일 저녁 2월 13일 저녁식사는 모두 같이 한다.생일 기념 여행의 실증을 남기는 것이다.


초창기에 나는 이런 성격의 여행에 나 자신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여행을 하면 샅샅이 살펴보는 것에 익숙한 나의 자세때문이었다. 아침을 먹고나면 빨라야 10시반부터 시작되고,늦은 오후( 4시정도)에 해지면 귀숙한 다음 쉬고 나서, 저녁식사를 7시30분에서 8시 정도에 시작하면 두시간 이상의 식사를 마치면, 저녁산책을 한 다음 거히 11시 즈음에 귀숙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는 곳곳에 음악회를 미리 예약하던지, 그날 그곳에서 매표하여 연주를 꼭 보았다. 그러나 그러는 것이 전체와의 저녁모임에 불참하면서 부조화가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햇수가 거듭되며 절제하게 되었다. 즉, 이제는 나도 시간에 스트레스 없이 쉰다는 여행의 성격에 융화되어 즐기게 되었다.ㅎㅎ


그런데, 올해는 여행구성원에 변화가 와서 좀 서먹했었다. 한 친지 올리버가 작년가을에 부인과 이혼하고 이번에 새로운 젊은 연인 '다니엘라'를 동반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따로 승용차로 도착했기에 호텔방 앞에서 처음 그녀를 보는 순간, 전 아내인  '마르티나'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올리버가 독감감기 고열로 방에만 머물러야 했으므로 다니엘라와 계속 다니며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자못 의무감이 생기면서 첫 번째의 서먹한 느낌이 해소되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올해의  2월 여행도 어느 새 지나가고 이제 집에 돌아 와 추억하는 것이다.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16년 2월 15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