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먹기 아까운 배추/ 김옥인
올해 생전 처음으로 배추를 길러 보고 수확하였다.
농약을 안 치고 길러서인지 이파리에 벌레 먹은 것이 제법 많다.
과감하게 바깥 이파리들을 베어내고 나니
에게게! 아주 쬐그만 배추포기다.
다음 주에 더 캐기로 하고 우선 먹을 포기만
비닐 주머니에 담아 비엔나 집으로 돌아와 포기를 가르니
속이 꽉 안 차였고 노릇노릇하게 고소해 보이는 이파리들보다
초록빛 이파리들이 더 많은데 수퍼에서 샀던 것들보다 딱딱해 보인다.
지난 번 서울에서 한 선배님께 배추농사에 대하여 말씀드렸더니
자랄 때부터 묶어 주어야 속이 꽉 찬다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우리는 자유롭게 키웠더니 온통 속이 비고 바닥에 배춧잎들이 널려 있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하니 사람도 어릴 적부터 잘 간수해야 속에 중심이 있어 진득해지는 게 아닌가?
아니, 배추와 사람을 비교하다니 ..
정원일의 즐거움을 적었던' 헤르만 헤세' 처럼 농사에 익숙치도 않고 어설프면서 라며
생각을 접는다
소금을 뿌리기 전에 잠시 망설인다.
아니, 이 예쁜 것들을 어찌 먹는가 말이야? ㅎ
사등분으로 나누니 더 작게 보인다.
소금을 살살 뿌리는데
벌써 맛있는 김치를 기대하며 웃음이 넘친다.
2016년 11월 20일
속이 꽉 찬 배추보다 저런 시퍼런 배추가
더 맛있지...
옥인이가 참 살림꾼이네...
어떻개 배추농사 지을 생각을 했을까?
참 대단한 사람일세.....
?와우~ ~!첫 농사로 지은 배추가 어쩜 저리도 잘 되었을까요. ?
?땅은 거짓말을 안한다잖아요?
물론 땅도 기름지거니와, 사랑으로 가꾼 결실이라
더 속도 차고 맛도 고소하고...
특히나 정말로 유기농배추네요.
이젠 별거별거 다 심어 먹을것 같아요?
인선 선배님!
촌부 얼치기가 첫 배추 거두며 이리 소문내고 있네요 ㅎㅎ
배추씨 뿌리기 전에는 요 자리에 봄부터 몇차례 종류를 바꿔가며 심었어요.
처음에는 파, 두번째는 상추 모두 잘 되었어요.
그런데 배추는 거두기 전에 관리를 좀 소홀히 한 듯해서 이렇게 작게 되었어요.
내년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려구요.
시월에 한국방문했을 때 씨앗을 준비해 왔어요.
한국 토종 무우,깻잎,배추 등등이요.
글쎄 어찌 될지는 저도 궁금!
우리 채마단에 여러종류가 풍성히 자라나던 금년의 모습이에요.
여기에 심었던 호박을 제가 한국 간동안 마냥 자라게 두어
대빵 호박이 된 것을 정원장식용으로 놔 두었더라구요.ㅎㅎ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수확해서 저는 먹어보지 못했는데,
맛은 별로 라고 하는 것을 듣고 내년에는 이렇게 클때까지 두지 말고 일찍 거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채마단중간 중간에 이렇게 꽃식물을 심어
전체 분위기를 조정한답니다 ㅎㅎ
고추는 이웃들과 나누며 그때 그때 따서 먹었지요.
말려 두고 먹을 정도로 많이 심지는 않았어요.
아니ㅣ 도대체 오스트리아 땅의 몇분의 일을 소유하고 계시나요?
조그만 나라로 알고 있는디 그 전원땅은 끝두 읎씨 넓으니,,,하하하하
아니 새 낭군님꼐서 농장주? 보기에는 분명 음악을 하실 예술가 타입이신데?
배추 농사가 원래 벌레가 많이 타지요,,맛이 있으니,,, 거기다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믄,,,
배추가 그만 하믄 잘 됬어요,,
배추가 그만 하믄 잘 되었다니 기쁩니다.
사실은 몇년전에 선베님께서 무우 농사하신 것
3기방에 올린 것 보고 참으로 부러웠어요.
둥그라니 초록색이 많은 무우를 보면서 그 맛이 입안에 돌더라고요.
이번 한국방문에 무우씨를 장만하여 가져 왔으니 내년에 어찌될지 ... ㅎㅎ
남편이 조경설계및 정원예술에 종사하므로
우리 터를 시험삼아 여러 식물들을 가꾸려니
저절로 터가 넓어졌어요.( 저는 은근히 조언을 할 뿐 ^^ )
참조로 제가 우리 전원이야기를 컬럼에 올렸던 것을 읽어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에요.
오스트리아 신문에 소개된 가을정원 / 나의 사랑 부클리게벨트 동알프스 (6)
나의 사랑 부클리게벨트 동알프스 (1)..서향을 심던 날에..
시간이 나실 때 2014년부터 적은
1편부터 차례로 읽으시면 저의 전원에 계시는 기분이 되실 거에요 ^^
9기방에 올렸던
지난 7월 부터 전원집을 지으면서 전원터를 정비하는 것이 나옵니다.
일주일이 지나 다시 전원으로 나오면서
살짝 익은 김치를 챙기고 한국식품점에 들려
두부, 떡볶이 떡, 오뎅, 김자반 등등 준비하였다.
신김치라면 김치와 두부를 같이 볶아 먹는데
이번에는 너무 싱싱하고 자가 수확한 배추로 담근 김치라서
그냥 김치 자체의 순수한 맛을 보고 싶었다.
'오뎅 떡볶이'를 맵지않게 간장간 반찬으로 만들고
김치는 가지런히 썰어 놓고 냉두부를 곁들인다.
갓 지은 밥에
김자반, 오뎅 떡볶이, 김치 냉두부로 저녁상을 차리니
국이 빠졌으나 조촐한 '옥인식 백반' 상차림이 되었다.ㅎ
식사를 하다 김치를 먹으며,
" 어! 이것 우리 배추로 만든 거지? 와! 어쩐지 맛이 더 좋네? "
좋아라 하는 단순한 식구 모습을 보다가
예쁜 배추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2016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