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아까운 배추/ 김옥인 


올해 생전 처음으로 배추를 길러 보고 수확하였다.

농약을 안 치고 길러서인지 이파리에 벌레 먹은 것이 제법 많다.

과감하게 바깥 이파리들을 베어내고 나니 

에게게! 아주 쬐그만 배추포기다.

다음 주에 더 캐기로 하고 우선 먹을 포기만 

비닐 주머니에 담아 비엔나 집으로 돌아와 포기를 가르니 

속이 꽉 안 차였고 노릇노릇하게 고소해 보이는 이파리들보다 

초록빛 이파리들이 더 많은데 수퍼에서 샀던 것들보다 딱딱해 보인다.


지난 번 서울에서 한 선배님께 배추농사에 대하여  말씀드렸더니 

자랄 때부터  묶어 주어야 속이 꽉 찬다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우리는 자유롭게 키웠더니 온통 속이 비고 바닥에 배춧잎들이 널려 있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하니 사람도 어릴 적부터 잘 간수해야 속에 중심이 있어 진득해지는 게 아닌가?

아니, 배추와 사람을 비교하다니 .. 

정원일의 즐거움을 적었던' 헤르만 헤세' 처럼 농사에 익숙치도 않고 어설프면서 라며

생각을 접는다 


소금을 뿌리기 전에 잠시 망설인다.

아니, 이 예쁜 것들을 어찌 먹는가 말이야?  ㅎ


사등분으로 나누니 더 작게 보인다.

소금을 살살 뿌리는데 

벌써  맛있는 김치를 기대하며 웃음이 넘친다.


2016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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