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dmueller 2_am_fronleichnamsmorgen.jpg


 


한 여자 (4) 



-29-.


"어디가 이상해서 왔지요?"

 

여자머리에 검사장치를 하면서 여검사원이 묻는다.

 

" 작년 11 어느 날 갑자기 오른 머리가 번쩍 휘들리더니 간헐적으로 그런 증상이 와서요

" 요즘도 그런가요?"

" 요즘은  나아졌는데요."

 

검사원의 손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그물 같은 것을 머리에 씌우더니 부분적으로 집게를 꽂고는 집게 아래에 무슨 약을 바르는 듯하다.

 

" 저리 침대로 가서 누우세요." 여자는 시키는 데로 눕는다.

 

검사원은 모니터를 보면서 여자에게 이리저리 하라고 한다.

눈을 감으세요. 뜨세요.예..다음은 눈을 감으세요 강한 빛에 눈이 부실거에요.

 

여자는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검사원이 무엇을 비추는지  여자 눈 안에 섬광이 비치는 같다.

갑자기 자신이 혼자 검사받으러 것이 후회된다. 자기가 이렇게 병원 진료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언뜻 불안한 것이다.

 

예,이제는 오른손을 올리세요. 주먹을 쥐세요. 펴세요." 다음은 왼손으로 똑같이 반복을 요구한다.

 

숨을 깊게 내리쉬고 들이마시세요..."

몇 번을 반복하자 여자는 점점 지치는 하다. 점점 들이마시는 힘이 빠진다.

 

" 예, 이제는 보통으로 쉬세요

 검사원의 지시대로 하는데 모든게 귀찮아 지려 한다.

 

" 자! 이제 검사 마쳤습니다. 일어나세요결과 진단서는 여기로 보낸 린다 박사에게 전문으로 보내겠습니다.나가셔서 대기실에 기다리면 나탈리 박사가 다음 과정을 진료 것입니다."

" 예...그런데, 제가 지금 무슨 검사를 받은 것인가요?"

" 아! 두뇌신경 검사입니다. 신경과의 기본검사이지요."

 

여자는 대기실로 나와 기다리며 이어폰을 왼쪽에만 끼고 음악을 듣는다.

오른쪽 귀는 자유롭게 두어 자신의 이름을 불리우면 들을 있도록.

 

몇곡을 들었는지 시간이 좀 지나가자,한 여자 의사가 그녀를 부른다

의자에 등을 대고 누우란다. 오른쪽과 왼쪽 턱밑에 크림을 교대로 바르면서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다.순간 자신이 큰병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모두 좋습니다. 일어나시지요, 모든 다른 검사가 끝나면 다시 만납시다.

"예,안녕히 계세요."

 

여자는 의사와 헤어져 거리로 나온다. 저녁이 되기전 다섯시경 거리는 퇴근하는 차량으로 붐빈다

5월의 따스함이  조금 나른하게 느껴진다.


Wiener_Ringstrasse_wieder_fuer_Verkehr_geoeffnet-Wieder_offen-Story-106451_476x247px_2_Pd3KrVxhPN9I6.jpg

 

천천히 걸으며 조금 전 검사를 상기한다.

 

2주 전 신경과 의원에서 만났던 여의사 나탈리는 그때 여러가지 검사를 해오라고 적어 주었었다.

여자는 곳곳에  매주 월요일에 예약을 하고나서 출장을 다녀왔고 오늘이 바로 첫 번째였다.

다음 주는 심전도 검사이고 ,한 주 쉬고 그다음 주는  MRI검사가 있다.

MRI 검사를 위해 사전에 혈액검사도 받아놓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종합한 다음 신경과에 갈 것이다.

2주 전부터  다음 남은 달까지  6주간을 합하면 8주간이 걸리는 것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고 검사받는 것이지만 혹시라도 어려운 병이라면?… 가상을 하니 좀 내려앉는다.

 

별일 아닐 거야! .. 생각하며 아무에게도 말 안했었는데..그런데 왜 맘이 자꾸 약해지는 거지?

 

조금 더 걷다가 대학옆 카페에 들어가 앉는다. 젊은 대학생들이 손도손 얘기들을 나눈다.


딸애가 보고싶다.

 

딸애는 작년 가을  '독립하고 싶어'  선고 하듯이 말하고  얼마 지나 여자를 떠나 나갔다여자는 '무슨 대한독립만세?' 라는 섭섭한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이제는 혼자서기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그마한 아파트를 구해 내보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더니 어느새 초여름이 되어간다.

 

인생도 이렇게 흘러오고 가는 것이리라

여자 자신이 딸나이 때를 생각하니 세월이 곱을 넘어 이리도  흘러온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떻게 살았었지?

 

옆좌석의 젊은이들이 왁자하니 웃는소리에 정신을 가다듬는다.

 

딸애에게 전화한다.

...응. 엄마. ?  아참, 엄마 오늘 병원 갔었지? 괜찮아?

 

아니 야가 알고 있었네.. 내가 언제 했었? 요즘 건망증이 생겨서리.

 

...그렇지 뭐..검사결과는 두고 봐야 하고..

...엄마, 우리 만날까? 어디야  거기?

...여기는 대학근처 .. 스타북스

...아이, 엄마가 언제부터 스타북스에 다녀 ㅎㅎ

 

딸애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덩달아 여자도 환해 진다.

...그냥 집에 갈게.. 저녁이 금방 되는데, 너도 쉬어야지..

...그런, 엄마가 나 보고 싶어 전화한것 같애서.. 정말 괜찮어요 ? 우리 오마니!

언제부터인가 딸애는 응석을 섞어 '오마니' 라고 부르면서 스스로 재미있어 했다.

 

...응, 보고 싶어 전화했었는데, 이제는 괞찮아. 내래 니 가시내이 목소리 들었으니께니 ㅎㅎ

...오마니 그럼 조심하여 집에 가시와요.

...너도 몸조심 하고 ..  차오! 마이네 토흐터! (안녕! 내 딸아!)

 

여자는 카페를 떠나  집으로 가는 대신 방향을 돌려 천천히 시내 쪽으로 걷는다스테판 성당 쪽으로 가는 길에 과일점에 들어가 체리 한 봉지를 산다언제부터인가 꼭 가야 될 그곳을 오늘 가야겠다고 갑자기 생각이 드니 로렌스 교수가 즐겨 먹었던 체리가 떠오른 것이다.

 

성당 광장은 여행자들로 여전히 붐빈다언제나 지나던 곳이 오늘 따라 더 붐비는 것 같다.

그들을 피하듯 광장을 가로 질러 좁은 길로 들어선다.

 

얼마만이지.. 이 길을 걷는 것이 ...골목 중간의 한 집앞에 선다. 가만히 주소판을 바라보다 가방을 연다언제나처럼 작은 주머니를 열어 열쇠를 찾는다.대문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는다열린다.


! 아직 그대로이네..


Wien innerestadt .jpg

 

안 마당에 들어서니 성당의 첨탑이 보인다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간다가슴이 점점 뛴다.

 

얼마 만이지?

로렌스 교수의 아파트문앞에 선다.

내가 왜 여기를 왔지?.. 가자 . 이제는 아무 소용도 없잖아.

돌아선다바로 그때 건너편 아파트의 문이 열린다.


"오! 제이드! 안녕!"

여자는 역광으로 비치는 그곳에서 나오는 실내 빛에 눈이 부셔 누군지를 알아볼 수가 없다.


"나야잉그리드."

"어머. 안녕.. 오랫만이구나 "

"그런, 지금 제이드가 여기 오는 중이야? 아님 왔다 가는 중이야?"

"방금 왔어, 여기에 놓아 둔 것을 찾아 가려고..."

"그래? 그동안에 통 안보여서 나는 한국으로 간줄 알았는데.. 아직 있었구나.. 하나도 안 변했네..."

 

잉그리드 ! 네가 바라는 것이 바로 내가 한국으로 돌아 가는 것이었는데, 아직도 그러니?

그리고 너는 여전히 여기 살고 있구나...


여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잉그리드를 잠시 바라본다그녀를 처음 만났던 시절에 빛나던 금발머리는  어느새 잿빛 은발이 더 많이 섞여있고피부는 건조여 초로의 길에 들어선 것이 역력하다.

 

"그럼, 잉그리드 즐거운 저녁 맞이해, 나가려고 하던 것 같은데..안녕 !"

서둘러 인사하고 돌아서서 문을 연다.

 

현관으로 들어서니 익숙한 냄새가 그녀에게 인사하는 듯하다현관 바로 앞의 작은 탁자 위에 놓인 검은 전화기도 여전하다여자는 천천히 거실 쪽으로 들어간다.

 

! 시간이 정지된 곳이야 ..여기는 .

 

피아노 두 대도 여전히 있다. 피아노 앞으로 간다. 그냥 선 채 건반뚜껑을 연다.

! 한 손가락으로 친다. 단말마적인 그 소리가 여자를 어딘가로 끌어간다.

 

의자에 앉아  치기시작한다.

 

얼마가 지났을까?

피아노 치기를 멈춘다어느새 저녁이 내려 어두었다전등을 안 키고 있어 시계를 볼 수가 없다.

 

띠리리링 ! 띠리리링 !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꼭 누군가가  피아노 멈춤을 기다렸다가 벨을 울리는 듯 하다.

여자는 어둠 속에 일어나  피아노 위의 스텐드전등을 밝힌다갑자기 눈이 너무 부시다스텐드 갓 로 빛이 나가 천정을 밝힌다천정의 장식된 석고의 문양이 빛의 강약에 따라 더욱 더 음영이 선명하다다시 오른쪽 머리의 현기증에 어찔하다.


전화벨이 또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으러 가는 대신 손가방 안에 들어 있는 휴대폰을 집어내어 시간을 본다9시가 넘어서고 있다.문자가 2개 들어와있다는 표시가 빨갛게 빛나고 있다그대로 다시 가방 안에 집어놓고 주위를  살펴본다.

 

소파로 가서 앉는다.전화벨은 멈추고 고요하다.눈을 감고 편히 소파에 기댄다.

 

처음으로 이곳에 오던 날이 영상처럼 지나간다.

노이발덱의 로렌스 교수의 집을 방문하고 그로부터 이곳 시내의 개인교습실 열쇠를 건너 받았었다.

현수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바로 어제인냥 들린다.


"그런가언니? …. 좌우지간 좋다...언니는 입학시험준비도 필요없고여행도 맘대로 해도 되고,유명한 성악가가 반주부탁하며 여러 편리를 봐주고...나는 언제 언니처럼 여유있어질까시험에 붙어도 한참 공부해야하고... 유학비도 그렇고..."

 

그래.. 그때는 정말 운명의 바람이 점점 빠르게 불어 쳤었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