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한 여자 (18) 론도 카프리치오소


-68.-

 

따르릉! 따르릉! ...

 

흐흠! 초인종이 옛날 전화벨처럼 고전적인 소리네. 호호

 

여자가 현관 문을 열자 카를이 서 있다.

?  준비 마치셨습니까?  ! 상쾌한 차림이시네요.다른 분 같습니다

? 호호! 그래요? 놀리는 것은 아니지요?"

? 아닙니다. 제가 진작에 제이드님께서 일에 어떻게 집중하시는 가에 대해서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개인적 정보는 별로 없어서요.“

? 이제  점차로 알아지겠지요. 참고로 말하면, 저는 개구장이 기질이 많으니까...

..그 정도만 미리 알아 두어요. ㅎㅎ

? .. 그러십니까? 예, 참고하겠습니다.“

 

, 사람이 담백하니 괜찮네.. 순수하게 말을 받아 드리는 것도 좋고..

 

카를이 여자의 가방을 들고 앞선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요?.. 라고 물으려다 관둔다.

 

로렌스옹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동행하 맘이 편하다.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사람이 맘먹기 다더니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박물관 공터에 이미 헬기가 도착해 있다.

사파리 쟈켙과 채양이 살짝 달린 골프모자를 쓴 로렌스옹이 다가오는 여자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다.

? ! 이리 차리니 제이드가  제법 스포츠한 걸.. 허허허! 오랫만에 보는 경쾌한 모습이네.“

? 어르신도요.“

? 허허허! 정말 얼마만의 하늘 데이트인고... 자, 올라가지.

카를내가 언제쯤 도착한다고 그쪽으로 연락을 해 놓게.“

? , 그럼 즐거운 여정이 되시기를 ..“

 

여자와 로렌스옹이 탑승을 하자

처음 보는 조종사가 인사를 공손히 한다.

? 좋은 날씨를 예약하셨나 봅니다. 아주 쾌청하여 조망을 감상하시기에 안성마춤입니다

? , 잘 부탁해요.너무 빨리 날지 마시고요

여자의 말이 마치자마자  헬기가 이륙한다.

헬리콥터가 제법 커서 넉넉한 자리가 있고 앞에 앉은 조종사가 두사람이다.

 

우리 두사람을 위해서는 좀 큰데.. 혹시 나중에 누가 더 타려나?

 

여자가 아무 소리 하고 헤드폰과 연결된 소형마이크를 쓰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며 

로렌스옹도 자신의 헤드폰과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걸친다.

 

헬기가 공중을 나르기 시작하자  마이크를 살짝 퉁기며

? !! ! 조종사,들리나 ?“

? ! 잘 들립니다.“

? , 그럼 우리 개인얘기를 하려니까 우리쪽 소리는 좀 꺼주게.“

? , 그러지요. 도착즈음 신호드리겠습니다.“

? 오케이. 그럼 안전을 잘 부탁하네

 

아래 경치를 보며 좀 지나자 로렌스옹이 제이드의 헤드폰을 두드리는 모션을 취하며,

" 제이드. 어째 아무것도 안 물어 보는가 ?

? 그냥 일어나는 일들을 즐기려고요 ㅎㅎ

? 제이드가 이제 정말 인생에 초연해진 것 같구먼..내가  자네 나이엔 아직도 총총거렸던 것 같은데,

왜 그랬던지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쉬운 것들이 많네그려..“

?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그러니 예전에는 더 하셨겠지요.“

? 맞아나는 일하고 결혼한 사람이라고 카타리나가 요즘도 불평이 많지.허허허!“

 

 .. 부인이 이번 여행에 대해서도  뭐라고 불평을 했겠구나.

 

바깥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어느새  오스트리아를 떠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천은 나라에 따라 특성이 있다.

오스트리아가 녹색이 많다고 한다면 주위의 나라들은 브라운 톤이 더 많다.

 

이탈리아로 간다면  남서쪽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어찌 계속 남쪽 방향으로 나르는고?.

 

여자는 차고 있는 손목시계에 장치된 나침판을 드려다 보면서 방향을 가늠한다.

장기여행을 자주하면서 부터 장만한 나침판이  이제 여자에게는 필수품이 되었다.

 

? 허허허! 제이드! 방향이 이상한고? ?

? . 이탈리아로 가는 방향이 아니네요..“

? 슬로베니아를 경유하여 아드리아쪽 이탈리아 해안도시로 가는 거야.“

 

아드리아 해안도시?

 

? !.. 그럼, 혹시? 트리에스트로 가는 것인가요.?“

? 아니 이렇게 쉽게 들통이 나다니.. 제이드는 내가 못 당하는 게임상대야 하하하!!!!“

아주 유쾌하게 웃는 로렌스옹의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파울이 파안대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였던가!

 

? 어르신, 제가 이번 여행은 사업적이 아닌 개인여행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개인적 질문을 좀 해도 되겠는가요...“

? ... 좀 뜨끔해지려고 하는데?  나중에 생각 좀 더하고..요즘 내가 혼자 생각하면서 그동안 제이드에게 강요를 많이 했던가 싶어 회한이 나던 참이거든.“

? 어르신, 그럴 필요 없으셔요. 저는 어르신을 모시면서 인생을 많이 배우고 보람이 있었으니까요그런데 파울을 생각하면...“

? 제이드, 그만! 우리 그 얘기는 안 하기로 약속했었잖나.“

? 그래도.. 세월이 이리도 지났는데...

?...............“

로렌스옹은 침묵한다.

 

여자도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바깥경치를 바라본다.

바로 트리에스트 해안 항공을 나른다.

아드리아 해변에 길게 나온 항구의 모습이 눈에들어온다.

저기를 거닐던 때의 감동이 불러 일어나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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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극장!

그 곳에서 공연했던 라트라비아타에서 나오던 아리아

Un di' felice, eterea (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의 멜로디가 머리에 꽉 차며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한사람 한사람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헬기가 드디어 도착한다.

내려오니 공기가 벌써 바닷바람을 타고 있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탄다.

 

? 제이드, 그럼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가늠 되는가?“

?..........“

가로등이 즐비한 해변도로를 지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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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할 곳을 예상하며  여자의 상념은 점점 고조를 더해가는데

차가 멈춘다.

 

그란드 호텔 두키 드아오스타.

Grand Hotel Duchi d'Aosta - Triest

이렇게 다시  이분과 여기를 오게 되리라고는.

 

호텔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웃음 가득 담으며 가까히 온다.

 

아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