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한 여자 (17)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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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마치고 모두 자리를 일어서는데 여자 혼자만 그대로 앉아  눈부신 해를 마주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여기서 이대로 머물고 싶다.

 

? 제이드, 그냥 여기 있고 싶은가? ?

로렌스옹이 부드럽게 묻는다.

? , 아니에요. 햇볕에 좀 취해서요. 자,  나가시지요

?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은지와 내려와 며칠 쉬도록하면 좋겠네나도 덩달아서 허허허!“

? 그럼 좋겠지요?... "

 

호텔 바깥으로 나오니 차세대가 나란히 서있다.

 

? 카를!  어떻게 나누어 가지? 나는 제이드하고 동승하려는데...“

? 율리오! 그럼 나는 페터하고 집으로 갈게요. 내가 박물관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부인 카타리나가 쌀쌀히 말한다.

? 그러겠소? 그럼 페터가 어머니를 모셔다 드린 다음 박물관으로 오거라, 그럼 카를 차가 앞장서고.. 제이드는 나하고 이차를 타지..“

대기하던 기사 유르겐이 차 문을 열어주자 여자는 로렌스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는다.


그러는 사이 페터와 카타리나를 실은 차가 제일 먼저 휙 떠난다.

? 아니?... 왜 저렇게 과속을 하나. 좁은 국도에서.. 쯔쯔..언제나 페터가  진득해 지려는지.. "

? .....“

? 아이구. 내가 이젠 정말 노인네가 되어  뒷소리를 다하고 있구만..제이드, 미안.“

? 아니에요.그리 말씀을 하시니 얼마나 자상하게 보이는지요정말 이번에는 좀 오랫동안 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 그래도 중간 중간 통화는 해왔으니.. 그리고 제이드가 이제는 살살 일하려고 하는 것 같아  이 노인네가 그전처럼 조르기도 힘드네 그려 허허허!“

 

! 이분은 이미 내 의중을 파악하고 계시는구나.

 

? , 어르신네는 여전히 세심하셔요나중에 박물관에 가서 제가 준비해 온 것 보시면서 대화를 나누지요..“

? 제이드, 그러자구. 지금은 바깥구경하며 가지..

자, 어디 제이드 손 좀 주어 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내가 제이드 손을 보면 알아보잖나 ..“

? ........“

여자는 가슴이 뭉클하여 고개를 바깥으로 돌린다.

 

.. 이 어르신은 어찌 이리도 내 운명의 한 길목에 버티고 서 계신 것인가..

 

꼭 모으고 있는 제이드 손을 로렌스옹이 잡는다.

? ... 손이 좀 차네,아픈가... 참! 요즘 병원을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어디가  안 좋은가?“

 

여자는 잡힌 손을 스스르 뺀다.

 

? 어지럼증이 생겨서 원인을 찾으려고 이 검사 저 검사 받고 있어요.“

? 허 참.. 그 어지럼증이 아직도 있네 그려... 그때도 그러더니...“

 

? 그 때라니...  이 어르신도  그 때를 기억하고 계시네..


? 제이드, 내가 오늘 제이드를 어디로 데려 가려는지  짐작이 가는가?“

?..........“

? 내가 오래전부터 제이드를 기억하는 사람을 얼마 전에 만났는데 우연히 옛날얘기를 하다 제이드얘기도 나왔었지그런데, 그 사람이 나에게 막 야단치더라고...제이드를 나 혼자서만 이리도 꽁꽁 싸놓고 지냈다고... 허허허!“

?.....“

? , 그런 일이 있은 후 이 노인네가 여러 생각을 했지..“

? 로렌스옹, 그 얘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여자는 앞의 기사가 신경쓰인다로렌스도 그런 제이드의 심경을 느꼈는지 말을 멈춘다.

 

? 제이드, 자네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재치가 있어어디서 말을 절약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허허허!“

? 모두 어르신을 가까히 모시면서 배운 것이에요 ㅎㅎ

 

차는 어느새 비포장된 시골길로 들어선다.

 

박물관 가는 입구가 아직 정돈이 안되어 있고 멀리서도 박물관 건물만이 뒤뚝이 보인다... 조경공사를 어서 속히 하여야겠네.여자의 생각은 어느새 박물관일로 달린다.

 

박물관앞에 차가 서니 먼저 도착한 페터와  카를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아버님, 올드 타이머차  타고 오시느라 좀 답답하지는 않으셨어요아무래도 속도를  못 내는 차이니까요..“

? 그래 너는 그래서 신형차라고 그리 달렸느냐?“

? , 그것은 어머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여기로 오려면...“

?너는 박물관에 천천히 와도 되는데..과속을 할 필요가 ...“

 

아버지와 대화하는 내내 쩔쩔거리는 페터가 안스럽다여자가 대화를 자르듯이,

? 카를, 사무실로 안내 부탁해요. ?

? .. 모두 준비해 놓았어요. 자 어서 따르시지요.“

 

안으로 들어오니 21세기의  현대건축물을 대표하듯 장식없이 벌거벗은 콘크리트의 단조로움과 모든 것을 통과시키는 유리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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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바깥을 내다 보니 박물관 건너편으로 보이는 성당의 종탑과그 뒤로 보이는 로렌스옹의 커다란 저택이 보인다 옛성을 사들이어 개인 저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규모가 방대하여  이 케른튼 주에서는 '로렌스성'이라고 흔히들 지칭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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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이 로렌스옹에게 묻는다.

? 마실 차를 준비시킬까요? ?

? 카를! 여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모두 생략하고 우리 둘만 있게 해주게나.., 제이드 가자고..“

 

카를의 눈이 커다래진다.

 

? 카를, 제가 로렌스옹과 대담한 다음 우리 둘이는 나중에 대담하지요.“

제이드는 여자와의 '박물관 목록서' 작성을 기대하던 카를을 달래듯 조용히 말한다.

그러는 여자를 쳐다보던 로렌스옹이 무엇인가 말하려다 참는 표정이다.

 

카를이 데려간 곳은 박물관 전시장지역 뒤의 좁은 복도를 지나 아주 은밀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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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거실처럼 가구가 안락하게 준비되어있고 한쪽벽에는 대형 모니터를 비롯한 사무실 집기가 비치되어있다또 한 벽에는 대형 스크린을 볼 수있도록 장치되어있다카를이 여자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리를 떠난다.

 

로렌스옹과 둘이만 된다여자가 랩톱을 대형모니터에 연결한다.

 

소파에 앉아 있는 로렌스옹은 가만히 여자가 하는 동작을 본다

( 그래, 내가 옛날에 잘 한 거야. 제이드는 이렇게 모든 일들을 능동적으로 잘 하잖아그런데...   오늘은 가슴이 저며올까? 제이드가 음악을 놓게 한 것이 내 탓이어서?)

모든 준비가 마친 여자가 로렌스옹을 쳐다 본다.

 

어머! 이 분이 오늘 왜 이러시지...

 

로렌스옹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다가온다.


? 제이드!오늘은 내가 정말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네.“

? ????“

? 허허허! 겁내지 말고......."

"........."

"흠....자네는 후회하지 않나?  연주활동을 접은 것을...“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