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전편 한 여자 (16) 라 트라비아타 (클릭)



64.-


비행기가 낮게 나른다바로 아래에 보이는 경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Austria Luftbild IMG_1072.jpg

 

조금 전 헤어진 토니의 말이 떠오르며 그녀를 빙그레 웃게 한다.

? 김여사님!  어젯밤 오토선생님과 같이 사진들 살펴 보았어요계속 선생님께서 여사님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시더군요..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시는 가 보아요. 궁금한데 참느라고 힘들었어요앞으로 김여사님과 일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하하하!“

? 호호호! 토니는 오토 선생님 아래에서 사진찍는 것만 배운게 아니라 연극적 대화법도 배웠군요

? ! 울 선생님이 예전에 그러셨어요? 금시초문인데요저는 엄격한 모습만 보았거든요...“

 

... 그 동안 그리 변했나조속한 시일내에 꼭 만나 보아야겠구나. 정말 많이 편찮으신건가?

여자가 상념에 찬 모습을 알아챈 토니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본다.


? 토니, 수고 많았어요. 사진 메모리는 지금 랩톱으로 볼 필요 없이 그냥 가져가서 의뢰인과 같이 볼게요.오토선생님께서 보아 주신 거라면 지금 확인 안 해도 되니까요그리고 말씀 좀 꼭 전해 주세요제가 찾아 뵙기를 원한다고요.“

? 정말 두 분의 원하시는 게 똑 같네요. 선생님도 그러셨어요사진찍는일 부탁 말고 자연스럽게 만나기를 원하신다고요.“

? 어머! 그러셨어요? 가슴이 뛰네요... 이렇게 나이들은 제 모습을 보시고  놀라실텐데요...“

? 아니에요, 김여사님은 아직도 신선하다고 전해드렸어요특히 웃으실때... 정말이에요.“

? .............“

 

이 청년은 나이보다 성숙한 면이 있구나.. 사람을 잘 어우리네..

 여자가 아무 말없이 토니를 쳐다보며 생각에 머문다.


? 김여사님, 제가 지금 여사님 사진을 찍고 싶은데요. 허락해 주세요그냥 제가 여기 없다고 생각하시고 자연스레 커피를 드시거나 저 멀리를 보시거나 맘대로요 ...“

 

어머! 그 옛날 비엔나 숲에서 파울과 산책하는 촬영할때 오토씨가 얘기했던 거하고 비슷한 주문이네... 

제자라서 그런가?

 

? 토니, 정말 당신은 오토선생님의 수제자이군요. 어쩜 주문이 그리도 똑 같은지요... 사진찍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

 ? ?...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그 옛날에?“

? 모르는 것이에요? ?

? ... 근자에는 선생님께서 사진을 전혀 안 찍으시거던요. 그러나 사진찍을 때 대상에게 너무 부담 주지말고 자연스럽게 이끌라고 가르쳐 주셨지요..“

 

여자는 토니에게 사진 찍으라고 허락도 반대도 표시 안 하고 공항대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행기를 바라본다어느새 토니는 사진기를 꺼내 찰칵찰칵 소리를 낸다.

 

참으로 그리운 소리.. 언제인가는 꿈속에서도 들리던 소리...아름다운  추억 속에 영원히 빛나는 오토씨가 찍어 주던 소리...세월은 흘러 모두가 변했지만 추억은 변함이 없네.이 청년에게 나는 어떻게 비치어지는 것일까

갑자기 여자는 호기심이 일어난다여자가 사진찍는 토니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 , 여사님 너무 정면으로 보지 마세요.“

? 내 맘대로 하라며요? 호호호! 내 사진 찍는 토니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 하하하! 여사님의 유모어에는 못 당하겠네요

? 토니, 이제부터는 제이드라고 불러요.. 다른 사람들이 부르듯이...내가 나이가 들어서  여사님! 여사님! 그러는 것 같아요 ㅎㅎㅎ

? 알았어요 ..그럼 그래 볼게요.“

? , 토니 이제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네요아침일찍 공항까지 나오게 해서 미안해요워낙 날짜가 촉박해서 그랬으니 이해해 주어요.“

? 괜찮아요.. 우리 사진사들은 밤낮 가리지 않는 직업이니까요그러니까 앞으로도 걱정마시고 불러 주세요. 제이드님하고 일하는 것 흥미가 넘쳐요. 하하하!“

?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잘가요

 

여자는 자리를 일어나며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민다그러나 토니는 손을 내미는 대신 그녀를 살짝 안듯이 하고 볼마춤을 한다..여느 친구들처럼 ..여자도 그에게 살짝 볼마춤을 해주고는 비행출구로 들어섰다.

 

저행비행기가 이제 안전권에 들어서자 여승무원이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권한다사양하고  계속 창밖을 내다 본다. 가만히 로렌스옹에 대해 생각한다그가 나의 일생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

 

...... 파울은 나의 첫 아들이자 나의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 그런데, 제이드와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아직까지 알아왔던 나의 아들 파울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실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때 로렌스옹이 다시 찾아와 여자에게 했던 말이 계속 파울과의 관계에 하나의 방패막이 되었다여자는 로렌옹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존경하게 되었었기에 그가 그리도 사랑하는 아들 파울과 항상 간격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도 그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후에 직업적 일로  파트너가 되어가면서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하나도 우연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즉각적인 듯한 것도 지나놓고 보면 얼마나 치밀한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던가. 그러면서 여자 스스로도 저절로 비슷해지게 된 것이다다만, 여자는 여성으로서 일처리 색갈과 방법이 다르지만 결론에 이르면 로렌스옹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원래의 나를 찾고 싶다! 무엇이 원래인데과정을 생략한 결과가 있는가?

 

비행기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도착 지점에 거의 왔는가 보다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환하게 보이는데 케른튼 주의 '뵈르터제호수가 아래에 펼쳐진다.

 

Woerthersee Pyramidenkogel-view-2.jpg


아름다운 곳...백 여년 전에 구스타프 말러가 한동안 찾아오던 곳...내가 여기 찾아 오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이지?

비행기가 좀 더 아래로 내려간다로렌스 옹의 전화목소리가 새삼 떠오른다.

 

...제이드, 비행기로 오도록 하오, 나랑 이번에는 어디 좀 갈 곳이 있으니 제이드 차 타는 시간을 절약하고 싶네. 그리고  미하엘이 토요일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으니 다음 날 귀가는  같이 해도 되겠구먼..전화해보고 시간이 맞나 알아보도록 하고.

 

로렌스옹이 어디를 가자고 하시는 게지45분만에 아담하고 조용한 클라겐푸르트공항에 착륙한다.


Klagenfurt Airport 1.jpg

 

모두들 일어나서 나가는데 여자는 가만히 앉아 바깥을 계속 내다본다여자는 비행할 적마다 거의 나중에 내리는 습관이 있다.


비행기 안이 점점 헐구어지는 시점에서 서서히 움직인다비행기 바깥으로 나오니 승객을 위한 계단아래에  페터 로렌스가 이미 들어 와 기다리고 있다로렌스옹의 둘째 아들이다여자는 읏음을 보내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 제이드,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버님께서 얼마나 기다리시는지 ...“

? 페터, 정말 이게 얼마 만이에요로렌스옹께서 이번에 모두들 소집하시는가 봅니다.“

? 아버님께서 제이드에게도 아무 언급을 안 하셨어요? 이번 만남에 대해서요?“

? 호호호 이번 주말에 같이 데이트 하자고는 하셨지요 .“

? .. .. 그래서 헬기를 준비시키셨는가 보군요..“

? 그래요? 그 얘기는 모르고 있었는데요...“

?, 어서 나가시지요. ?

 

페터는 앞서가며 근간의 얘기들을 한다공항 영접실로 나오니 로렌스옹의 비서  카를이 손을 번쩍든다.

? 제이드님아침 일찍 오시느라 피곤하시지요. 시장도 하시구요.“

? 카를! 며칠간 바뻤지요? 로렌스옹이 얼마나 이일저일 준비를 시키셨을꼬. 호호!하긴 갑짜기 배가 고프네요.“

? .. 그러실줄 알고 아침 준비를 해 놓았어요로렌스옹이 그러시더라고요. 제이드님은 이른 아침 비행중에 식사를  안 하는 습관이 있다고요..“

 

! 로렌스 옹아직도 그 섬세함이 이리도 살아 있군요.

 

? 좋아요, 어서 갑시다 점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해요 .호!

 

두사람의 대화를 듣던 페터가 말을 거둔다.

 

? 제이드, 우선 저기 대기해 놓은 차로 갑시다. 카를! 당신은 짐을 찾아오고...“

 

엷은 민트색갈의 올드 타이머 차 안에서 대기하던 기사가 내려와 여자에게 찻문을 정중에게 열어주며,

?제이드님, 정말 오랫만이에요안녕하셨어요?“

?유르겐, 그동안 잘 지냈어요? 오늘은 웬일로 이 차를 운전하나요그동안 이 차가 그대로 여기에 있었어요? 그럼 한참을 세워 놓았었을텐데... 가동할 만해요?“

? 허허허! 걱정되십니까? 혹시라도 오래 세워놓아 녹이 슬었을까 싶어서요?“

? .......... 그게 아니라.. 오늘은 좀 모든게 특별한듯해서요...“

 

여자는 운전기사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 앉는다앞칸으로 페터가 앉으며,

? 유르겐, 카를의 자동차가 앞서 가도록 해요. 좀 있으면 제이드 짐 싣고 떠날 거에요.“

 

여자는 아무말도 안하고 차안을 가만히 둘러본다파울의 차를 이렇게 다시 타게 될 줄이야....

 

카를 차가 앞서자 여자를 태운 차도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