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꿈

뼈저리게 외로워서
굼실대는 애벌레인양
산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나비가 되는 꿈을 꾼다

야생화 꽃씨까지 먹고 나면
무지개빛 날개 돋아날까
찬 이슬에 눈 뜨자마자
어깻죽지부터 살핀다

전화 한 통 엽서 한 장 없는
볕 들지 않는 빈 방에 앉아
삿갓 쓴 산부리 맥없이 바라보며
고무줄된 그리움 질겅질겅 씹다가

해감하는 조개처럼
혼잣말 뱉어내면
메아리로 울려오는
날고 싶다 날고 싶다

한 뼘 길이 만큼 살아도
벌레의 허물을 벗고
산수화 여백 산 너머
탁 트인 하늘을 날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