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3)

 

26.


여자는 공항입구 쪽으로 향하면서 정말  무사히 끝났다는 느낌으로 홀가분하다.

 

새로 신축하여 아직도 정리정돈이 더 되어야 할 듯하지만,열흘동안 떠났었던 까닭인지 스스로 들이키는 호흡에서 고향냄새를 맡는 듯 기분이 정겨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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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 전화기를 킨다.몇 번의 삐삐 소리가 들린다.문자 메세지가 그 사이 두개가 들어와 있다.

 

-엄마 도착했지요? 미하엘이 마중나가서 기다림. 내가 부탁했거든요..그럼 곧 봐요! 은지

-나 지금 입국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곧 보자구... 미하엘


아니 뭐하러 나오누.. 에이 너무 느릿거렸나? 진작 휴대폰 킬것을...


입구로 나오니 미하엘이 환히 웃으며 다가와 볼인사를 한다.

나는 이 비행기로 안 오는 줄 알았네..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 게요?“

마중 나올 것 몰랐지 뭐.. 그래 천천히 새공항 두리번거리면서 나오느라고ㅎㅎ...“

" 좌우지간 재미있는 여자!... 앞으로 싫건 들락거릴 거구먼..“


 오랜만에 보는 그가 핼쑥해 보인다.

잘 지냈어요? 좀 피곤해 보이는데... 괜히 은지가 전화해서 바쁜사람 공항 나오게 했나봐..“

제이드(Jade)는 씽씽해 보이는데?... 역시 햇빛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보다 하하

제이드가 없으니까 심심하더라고 ...“

ㅋㅋ 그래요? 언제는 골치덩어리라고 하더니? 고집불통이라고도 ,,ㅎㅎ”


둘이는 만남의 반가움을 말놀이하는 애들처럼 노닥거리며 차대어 놓은 곳으로 간다.

 여자의 여행가방을 밀면서,

아니 이사를 갔다오나 웬 짐이 이리 무거워...짐체크에 안 걸렸슈?“

아니... 중량 딱 23kG 인데 뭘.. 기운이 없는 사람이 끄니까 무거운가 보네 ㅎㅎ”

"좌우지간 제이드에게 말로는 못 당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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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차 트렁크에 미하엘이 짐을 싣는 것을 본 다음,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

그가 시동을 걸자마자  카스테레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차안을 꽉채운다.


! 정말 얼마만인가 !


시원한 음향으로부터 전류되어 가볍게 살짝 날라가는 것 같다.차도 공항구역을 서행으로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무릇 흘러나오는 음악을 반주하듯 안정되게 달린다.


여자가 팔을 저으며 지휘하듯이 음악에 취하는 모습을 보며 미하엘은 미소를 짓는다.

제이드! 음악이 그렇게 좋아?“


여자는 "Ja!(응!)" 대답대신 눈웃음가득 지어보이며 두팔을 계속 젓는다.


전화벨이 울린다.디스플레이를 본다.딸애의 이름이 뜨인다.

 

...할로! 마이네 토흐터!

...엄마! 미하엘이랑 오는 중이에요?

...응! 그런데 너는 어디니?

...이제 막 친구랑 헤어졌어요. 저녁 집에서 먹을까요?

...잠깐...


여자는 미하엘을 향해,

은지가 저녁 어디서 먹을까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 있어요?“

이탈리아 음식 어때?“

좋지.. 그럼 '일 마레'로 오라고 할께요”


다시 전화에 대고,

...은지야 '일 마레'로 와.. 우리 20분쯤이면 도착 할거야.

...좋아요!!


여자가 딸애랑 좀 더 통화 하는 동안 미하엘은 Il mare식당에 전화하여 좌석을 예약한다.


동시에 각자 통화를 마친 둘이는 서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 사이 차안은 조용한 음악으로  바뀌어 흐르고 있다.


시내쪽으로 들어오니 교통이 제법 막히고 있다.

모색으로 향하는 거리를 달리며 여자는 점점 기쁨이 차온다.


그래 ! 이제 다시 돌아왔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


시내중심 '링스트라쎄'를 돌아 7구 '마리아힐퍼스트라쎄'로 들어서니 야외카페에 앉은 사람들이 다정스레 다가온다.이 거리는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주로 찾는 거리이다.

가운데 찻길이 있고 양 좌우에 보행자길이 더 넓게 자리한 거리이다.

아래에는 지하철 3호선이 다니고 있어 보통은 주차가 어렵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한다.

 

Mariahifer strasse.JPG

 

이날은 평소의 10월 중순지난 때보다 기온이 높기에 바깥에서 즐기는 것이다.비인 사람들은 날씨에 민감하다.한 여름에도 비가오고 날씨가 떨어지면 가죽잠바를 걸치거나 두꺼운 옷을 입고 봄가을에 해가나며 기온이 올라가면 반팔에 야외카페에 앉아 햇볕을 받는 것이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 햇볕이 쨍쨍한 크로아티아 남단 아드리아 해안도시 두브로브닉에 있었던 여자에게는 저녁녘 비인의 온도가 그래도 좀 쌀쌀하다.

하이든 동상이 있는 곳 주위의 카페에는 젊은이들이 왁자하다.

여전한 거리모습에 여자는 돌아왔다는 기쁨이 점점 더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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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도착하니 딸애가 이미 와 있다가 일어서며 여자를 껴안으며 양볼을 맞춘다.

돌아온 기쁨이 절정에 도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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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좀 마른 것 같애... 일은 잘 마쳤지요? 한 동안 그 곳엔 안 가겠네요”

우리 여시 눈치 빠른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ㅎㅎ”


모녀가 한국어로 말하는 동안 미하엘은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다,

어이 걸스! 뭘 마실려우?“


모녀는 서로 바라보다가,

어이 보이! 뭘 잘 알면서리 ㅎㅎ 어서 시키시지요 ㅋㅋ”


 메뉴판을 가져왔던 단골 종업원도 덩달아 웃으면서,

그럼.. 그전대로 가져오면 되지요? 오케이?“


종업원이 돌아가자 미하엘은 혼자서,

" 하 하 ... 꼭 미리 시키고 온 것 마냥 일사천리네...“ 라고 말한다.


여자는 어제도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모든게 익숙하고 편안하다.

!!! 드디어 현재로 돌아왔구나.

며칠동안 과거에 몰입했던 것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이번 주말에 시간있어? 우리 아이젠슈타트에 갈까 ?

 크리스티안이 초대했어,전원이 가을색으로 노랗게  물들어 한창 아름답다 하거든...“


여자가 묻는 눈길로 딸애를 바라본다.

엄마 다녀와요. 나는 약속이 있어서.. 미하엘! 울 엄마 잘 챙겨줘요~ ㅇ”

" 니네 엄마 챙길것 하나도 없어.. 을마나 쌀쌀되고 잘 다니는지 ㅋㅋ참,클레멘스와  엘리자벳도 올거야요 .. 날씨가  좋대니까 ..”


대화를 셋이서 나누는 차에 음료와 음식이 나오자 항상 먹는 것이면서도 항상 감탄한다.


식사가 마치고 어둠이 깃든 거리로 나오자 세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이,


우리 걷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