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선생님.jpg 마음으로 피는 꽃/김진규


입술을 꼭 다문 소녀

인일의 소녀 미사의 집 뒷마당엔

붉은 채송화가 피어있었다


삶의 무게까지 엷게 미소를 지으며

글쓰기를 너무도 사랑했던 문학 소녀

꿈은 날개가 되어 태평양을 건녔겠지

얼마나 추웠으랴

얼마나 외로웠으랴


흔들리는 가지에도 꽃은 피듯이

먼 나라 이곳 캐나다 캘거리에도

미사의 집 앞마당엔 튤립이 피었다


겨울이 추워도 철새는 돌아오듯이

꽃은 미사의 낯익은 몸짓이다

내 몸 찢기어 이룬 사랑이다


아직도 꽃씨를 심고 가꾸는 미사는

꽃을 든 여인이다

마음으로 피는 꽃


*주:미사는 지은이의 고등학교 교사 때 제바 신금재 시인의 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