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sevelt Lake Bridge
 (루즈벨트 다리와 호수)
 

어제는 친구부부와 함께 봄을 만나러 집을 나섰습니다.

유부초밥과 김밥을 싸 들고 피닉에서 두시간 거리인 페이슨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물도 나무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철이 되면 고사리를 따러 가는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만 6년 만에야 틈이 났네요.

고사리야 아직 두달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지만.

.'

우리 두 부부는 길을 떠난 것만으로 즉시 어린애들처럼 기분이 좋아져서 찬양을 하며 드라이브를 했어요.

우리가 행복해지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가 않다고 하더니 정말 그래요.

친구와 자동차와 점심과 음악....

얼마 되지 않아 풍경은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렇게 너른 곳에 산이 첩첩히 있고 산세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것이

생전 처음 대하는 친구를 만나듯 설레게 만듭니다.

 

아리조나 땅은 오직 17프로쯤만 개인들이 소유하고 나머지는 인디안 보호구역과 정부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넓은 땅에는 돌과 나무와 선인장과 들풀과 온갖 생물들로 가득하고요.

그래서 아직도 가볼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는 것이지요.

 

조금 헤매다가 들어간 곳은 Tonto Recreation Area였습니다.

6500 피트 꼭대기의 톤토 국립공원의 한 자락 입니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그곳은 소나무가 죽죽 키 크게 자라있었습니다.

파킹을 하고 보니 익숙지 못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앗!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아리조나에서는 흔치 않은 소리죠.

그 옆에 피크닉 테이블이 여러개가 놓여 있어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야외에 나오면 가뜩이나 입맛이 좋은데 더욱 밥맛이 좋아져 버려서 그게 조금 걱정입니다. 

 

 

점심을 먹은후 그 산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보니 거기에는 Fish Hatchery 라는 곳이 있었어요

그런 곳은 처음 보는 신기한 곳이었어요. 

송어 알을 부화해서 아리조나 각 호수에 방생하는 공원 당국의 시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올라갔다가 그 연못을 들여다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큰 송어들이 와글대는지요!

길이가 일 미터가 넘는 대형 고기부터 팔뚝만한 놈들이 그야말로 가득하더라니까요.

송어 좋아하는 우리 남편 표정이 어땟을지 상상이 가지요?

 

남의 집 어항 앞에서도 입맛 다시는 양반이 이런 진풍경에 넋이 빠질수 밖에 없지 않아요? ㅎㅎㅎ

양식장에는 크기에 따라 점점 작은 고기들이 위로 갈수록 길러지고 있었습니다.

그 꼭대기에는 방문자 센터가 아주 초라하게 있었는데

아마도 그리 많은 방문객에 노출이 되어있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들어가보니 각 호수에서 잡은 커다란 물고기들을 박제하고 광을 내서 벽에 붙여 놓고

그것을 잡은 호수와 날짜를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리조나 호수들에서 잡히는 고기들의 종류별로 도표도 만들어 놓고

낛시애호가들을 위한 정보를 많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 같으면 분명히 이 산중에 송어회 집도 있고

생선찌개를 팔아 큰 돈을 벌겸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을텐데

이곳은 순수하게 자연 보호차원에서만 이런 시설을 사용한다는 점이었어요.

공연히 입맛만 다시다가 눈물을 머금고 돌아 올수 밖에 없는 남편!ㅎㅎ

 

그런데 그곳에서 루즈벨트 호수가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내친 김에 가보기로 했지요.

세상에 누가 아리조나가 사막 뿐이라고 했나요?

그렇게 거대한 호수(21.000 에이커)가 그곳에 있는 줄은 처음으로 알았어요.

겨우 피닉스에서 80 마일 떨어진 곳에!

그래서 피닉스와 스카츠데일에는 미국내 어느 도시보다 보트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래요. 

아리조나 호수 가이드에는 81개의 호수에 대해 나와있더라구요.

그중에 제일 큰 루즈벨트 호수를 끼고 휴양지가 개발이 되어 있었고 많은 RV공원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물가로 나아갔더니 배도 타고 낛시도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절묘한 찬스를 만나 우리의 아쉬움을 채울수가 있었으니...

우리가 잠시 차를 정차하고 물가로 내려간 바로 그때에 어떤 미국 사람이 배쓰를 낚아채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이 맛있는 고기냐고 물었더니 너 가져가라..하며 맛있는 거라고 주는 거예요.

알도 밴 상당히 큰 놈이었고 우리 네사람 매운탕 끓일 정도는 될것 같아서 신이 났어요.

그런데 다른 쪽으로 갔던 남편이 그걸 보더니 꼭지가 휙 돌아버려서

"한 마리 더 잡아 달래야지.." 하고 그사람에게 달려 가는 것이었어요.

나는 "또 주책이셔. 그렇게 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담!"하고 욕심많은 남편을 속으로 나무랐더니..

글쎄 바로 그때 그사람이 또 한 마리를 낚아 올려서 우리가 가져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예요.

이왕 손대는 김에 한마리 보다는 두마리가 백번 낫지 뭐예요.

  

가끔 욕심대로 되는 우리 남편보면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되나 알수가 없네요. 

퉁퉁한 팔뚝만한 놈 두마리가 펄떡펄떡 자동차 뒤에서 뛰고..

우리는 신나는 횡재에 더 마음이 들떠서 떠들면서

그곳에서 가까운 루즈벨트 댐에 정차해서 아름다운 경치를 더 구경하고

위험한 비포장 도로를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길은 한번이상 가고싶지 않을 정도로 운전이 어려웠어요.

장장 22마일이 아찔한 험한 산중에 비포장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경치는 아직도 때묻지 않고 엄청나서 한번쯤 힘들어도 통과할 만했습니다.

루즈벨트 호수와 캐년 호수, 사우와로 호수를 잇는 강 때문에 너무도 눈이 화려한 곳이었답니다.

 

친구 집에 도착해서 두 마리를 부지런히 다듬어서 식당보다 더 맛진 찌개를 끓여서

정신 없이 두 부부가 먹어치웠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한 챈스에 우리를 먹이시려고 그 사람에게 고기를 연달아 잡히게 해주셨나?하며

우리 주님께 감사한 마음이 되어 많이 웃었던 하루였습니다.

아리조나에는 사막의 거친 땅만 있는 게 정녕 아닌줄 아셨지요?

찾아 다닐 수록 멋진 데가 너무 많아요.

이번에 호수이름을 많이 알아놓았어요.

옛날에 강태공 흉내를 좋아하던 남편 버릇이 슬슬 다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2011년 3월)

 






 
 
다음은 제가 올린 유툽 동영상인데 한번 고기 구경좀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