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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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pandemic)이 선언 되고, 집에만 머무는지도 3개월이 되었다.


못가본 새, 포인듐에 만발하던 씨 다알리아 꽃과 

산과 들을 은은하게 물들여

마음 설레게 하던 유채꽃 무리도 사라져,

누런 황소 등어리 같아졌고,

내 블로그, 닉네임이 자카란다라, 

나의 꽃 같이 느껴지는 자카란다 꽃이 거의 지면서, 

목 백일홍 (Crepe Myrtle)나무들이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하여

거리를 화려한 꽃길로 장식하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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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토요일(3월 21일), 나의 마지막 외출을 기억한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패스트 푸드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동네를 조금 걷다가

짐에 들려 필라테스와 쥼바를 하고 집에 갔다.


코로나 19가 그 때는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었어도

조심하느라,

그 날 처음으로 짐에서 철저히 소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 가니 아들과 며느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연세 든 분들이, 폐렴에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이제 나가지  마시라고.


손주들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국에 한 번 다녀 온 뒤로, 집에만 있었다.


모든 볼 일-마켓이나 식당 투고는 아이들이 하고,

나는 먹고 쉬고, 가끔 손주들과 놀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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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집에서 혼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동네를 조금씩 걷기도 했는데

운동도 걷는 것도, 점점 하지 않게 되어

어느날 저녁 때, 동네 작은 쇼핑 몰이 있는 곳을

이리 저리 30분 간을 걸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종아리가 아팠다.


그동안 얼마나 걷지 않고 집에만 박혀 있었는지,

나 자신이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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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흐르는 새벽





새벽 6시면, 교회에서 새벽예배 메시지를 띄워 

기도회에 참여하고 

아침 식사 후, 

8시에는 초등 1학년과  K3에 다니는 손주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어, 

그 시간, 나는 유튜브에 올려 진, 인문학 강좌를 열심히 들었다.


일리아스와 오딧세이. 그리스 로마에 이어 기독교 역사.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세계 정치 까지.


여러 목사님, 선교사님들의 설교를 지금도 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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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에 막아 놓았던 호수 가,  걷는 길이 개방되어

요즈음 매일 걷고 있다.


어느날은 새벽에 말리부에 갔었고

어느 날은 동네 산에

어느 날은 동네 길을,

이 모든 것은 새벽에 행해져

집에 돌아오면, 7시 정도다.


그리고는 또 집콕.....


우리집은 수영장을 새로 수리해서, 물을 채우고

지금은, 앞 뒤 정원을 공사 중이다.

텃밭도 모두 없애 버려, 앞으론 할 일이 더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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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는 수련도 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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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어도 놀러 갈 수 없는 손주들에게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이 있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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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걷는 길이 주어진 호수가 있어, 감사하다.

그런데 왜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 까.....

친구가 그랬다.


이제, 다시는 옛날로 돌아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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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흐르는 이른 아침.

새벽 바다는 분주하다.

끊이지 않는 파도 소리와 바다 내음.

새 소리. 벌레 소리...


바다 속에 풍덩 몸 담구고 자맥질에 

파도 타는 돌고래 같은 사람들...


고요하다.

파도 소리 들리고

보일 듯 말 듯한, 안개비에

오랜 만에 느껴져 오는

내 안의 감성....좋은데,

 

슬프다.





<포인 듐에서, 사진과 함께 친구에게 이런 카톡을 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