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옥후배가  먼길을  혼자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리  될  줄  알았음에도  후배의  의지로  볼  때  일년은  견디지  않을까  했으니  믿기지가  않았을까요?
봄이  왔다고  온갖  꽃이 다투어  피는  4월에  길을  떠났으니
하얀  벚꽃과  빨간  동백이  지천인  신비로운  꽃길을  따라  마음을  설레이며  갔겠거니  하고  위로도  해  봅니다.

 

그런데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을  완전히  잃었을  때도  온다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는데
인옥  후배는  과연  어느  봄날에  우리를  찾아  꽃길따라  올까요?

 

 

실상은  투병생활  중인  후배를  한번도  찾지  못  한  회한때문에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궂이  변명을  할라치면  공교롭게도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4개월  넘게  병실에  있었기에  마음은  있어도  갈  엄두를  못  냈고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엔  몇명을  초대한다고  하기에  휠체어를  타고라도  간다고  했는데  그  모임이  취소되는  바람에  마음을  접었는데
열흘  전  퇴원을  했을  때
그  때라도  모든  일  제쳐두고  달려갔으면  얼굴이라도  보고  왔을텐데  말입니다.

 

 

재주가  넘쳐  항상  주위를  웃고  울게  하던  인옥  후배가  벌써  그립습니다.
친구들이  많아  투병한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미국에서까지  달려와  간병을  하고  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미인박명  일까요?
이리도  빨리  가니  말입니다.

친구  언니라고  이런  무심한  나를  얼마나  챙겼는지요?

작년  4월  19일  우리  아들  결혼식에  와서는  아기를  받아안고  예뻐라  하며  아기같은  미소를  내내  지었는데

바로  일년  후 

오늘  4월  19일  인옥  후배를  보내고  이런  글을  쓰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습 니다.

 


별  볼  일  없는  선배인  나에게  "언니  글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라며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서울에서  인천까지  갑자기  찾아  와서는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지요 .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를  무장해제  하게  해  놓는  묘한  매력의  후배였는데
우리  모두는  정말  아까운  인재  한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누가  있어  내  글을  좋다  할까요?

 

 

그리고  언제나  당당했던  그녀는  끝까지  당당했습니다.
맨처음  췌장암  수술을  받고  체중이  30KG  가까이  빠졌음에도  항암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여행을  다닌  것만  보아도  그녀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짧아도  주어진대로  살고  가겠다는  당당함이  바로  인옥  후배입니다.
바로  어제도  우리  세째동생이  마음  아프다고  말하더라고요.
동생이  해  주는  조기구이를  꼭  먹고싶다  하고는  입에서  받지를  않아  먹지도  못했고 
진통제도  찾지  않을  정도로  병이  깊어졌다고요.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주사를  놓아  드릴께요"  해도 거부하는  인옥  후배를  곁에서  지켜보는  친구들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고통이  너무  심해  한순간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  순간의  연속이  십년처럼  느껴졌겠지요.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나  돌아가리라
새벽빛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손에  손을  잡고

.....

.....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즐거웠다  말하리라  라고  노래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아기처럼  살다간  천상병  시인처럼  아기가  되어  하늘로  돌아간  인옥  후배도  그렇게  노래하고  있을까요? 

 

 

정말로

보내고  싶지  않은  인옥 후배!

부디  고통없는  세상에서  편해지리라  믿으며  안녕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래도록  인옥후배를  기억하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우리  곁에  이렇게  살다간  멋진  여자가  있었다고요.

 

인옥  후배는

이제  가고  없지만

우리는  인옥후배를  결코  보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