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3일.
여행을 떠나온 지 닷새째 되는 날.

오늘은 오전에 시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여름궁전을 둘러 보고
오후에 시간이 되는대로 페테스부르크의 명소들을 관광한 후에 기차를 타고 핀란드로 간다.

우리 일행은 이제 시차도 완전히 적응을 하였고
매일 아침마다 7, 8, 9 에 맞춰서 움직이는 일에도 익숙하게 되었다.
7은 모닝콜 시간, 8은 아침 식사 시간, 9는 행장을 차리고 버스에 오르는 시간을 말한다.

오늘은 모두들 아직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기된 얼굴로 일찌감치 아침을 먹으러 나와
각자 자기의 인생을 움직이고 있는 <운명의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어제 우리가 본 오페라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서서히 삶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서로의 속내를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동행이 되어가고 있었다.

먼 곳에 와서 내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남의 말 하듯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양 진지한 얼굴로 열심히 들어주게 되는 것.
그래서 평생지기처럼 허물없고 가까운 사람이 되어 가는 것.
이런 것이 진정한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9시 정각에 버스를 타고 여름 궁전을 향해 떠났다.




Nikos Ignatiadis 의 연주곡 모음
Innocense(순결)
Odyssee
I Love You
Memories from Greece
September in Paris
Galazia Akti (composed by Nikos Ignatiad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