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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어회



                                             박찬정

 

열세평 아파트 부엌 문턱에

엊그제 시집 온 새색시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권커니 잣거니

방안의 세 남자는

그녀의 존재를 잊었다

 

병어 이천원어치 사서

남자가 부엌에 섰다

도마 위에 대가리와 지느러미만 남고

한 접시 소복히 담겼다

부엌일 어설픈 새색시는 뒷전에 서 있다가

상에 수저만 놓았다.

 

제수씨도 한 점 같이 하시죠.’

오셔서 같이 드시지요.’

저 사람은 생선회 안 좋아해.’

권하는 두 사람의 소리와

가로 막는 한 사람의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나도 병어회 좋아하는데.

나도 소주 맛 아는데.

 

저녁상에 병어회를 먹으며

삼십칠 년 전 필름을 또 돌렸다

그 한 맺힌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차마 상머리에 끼어 앉을 수 없던

수줍음 타는 새색시 

닳고 닳도록 되감아 보는

젊은날의 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