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하루 하루 부지런히 달려온 기억 밖에 없는데
어느새 한해를 마무리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던 일을 마무리 하는 걸 다른 말로
'매듭을 짓는다'고도 하죠?
사실, 유장하게 흐르는 시간은 쉼이 없지요.
인간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이기에
군데 군데 매듭을 지어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나 봅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표시해 두는 일이지요.
2018년은 무술년, 개띠해였습니다.
14기 아우들이 환갑을 맞은 해였고
5기 성님들 대부분이 칠순을 맞은 해였어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 시집, 장가 간 해였고요.
누군가의 손자와 손녀가 태어나기도 했죠.
누군가는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한 해였습니다.
우야든동...
2018년을 영영 기억 저편으로 보내더라도
기억 주머니 속에 꽁꽁 싸서 넣어 둘 추억만큼은 챙겨 두자고요.
지금,
바로 여기,
봄날 수다방에서 말입니다.
ㅉㅉ 그래도 현관에 있었드래서 다행일세.
밖에 있었으믄 우짤뻔 했농?
가엾어라 ~!!!
형옥온니~!
화초두 짐이예요.
다른 화분 다 버리고 50살이나 된 군자란만 껴안고 있어요.
갸는 하두 커서 화분을 바꿀수도 없고
물은 한바가지 주곤 바닥으로 내려가는것이 보여야
맘놓고 돌아 선답니다.
나이는 무쟈 먹었는디
해마다 따뜻해지믄 꽃이 뭉글뭉글 피어있지요.
꽃한뭉테기가 큰 대접 만큼씩 엉켜있어서 장관이지요.
햇볕이 자자해 그런가 이곳에 이사오곤
해마다 꽃을 피우네요.
조금있으면 주황색 뭉글이가
초록색 침대위에 뭉텡이뭉텡이 얹혀있겠지요.
암것두 안주고 물만 주는데
나닮아서 영양상태가 좋아 하늘을 찌를것 같이 곧게 서있네요.
이쁜것~!!!
사람하고 달리 꽃피는것 하고 나이는 상관없나봐요. ㅎㅎㅎ
어머나~
수노네 군자란은 그야말로 가족이네.
50살이나 되었으면 식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볼 수도 없을걸?
울집엔 40년쯤된 관음죽이 있다네.
누가 버린 화분에 다 죽어가고 있었던 것을 주워다 키웠지용.
죽은 것 같았는데 가지 한켠에 빠끔이 초록 눈을 티우더니
물이 오르고 살아나서는 촉수를 불리고 세월과 더불어 무성하게 자라났다네.
2005년이던가?
그해에는 그 관음죽이 꽃을 피워서 나를 놀라게도 했었는데...
그 때까지 나는 관음죽 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
금년 겨울을 맞아 온실을 비우고 화분들을 대거 버리고 나니
사실 섭섭하고 미안하고 내 삶의 상당부분을 떼어 포기한 것 같아 울적했는데
새삼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가 생각나더군.
수노대장네
군자란 ~ 꽃피면 사진 찍어 보여주시게나.
군자란 꽃을 보면 나는 어느 여왕의 머리 위에 올려놓은 왕관같은 품위가 느껴지곤 했다네.
찬정이네 쌈지 이야기에
개가 사람보다 나은 점을 말했는데
그것 역시 나도 개들과 함께 살아보며 절감했던 부분이고,
(개가 제 주인을 따르는 그 절대적 신뢰에 대한 ~~ .)
그리고 식물에 대해서는 순수성을 어찌 사람과 비교할 수 있으리오.
이제는 군자란을 보면 수노대장이 생각나게 생겼네.
저도 그전에 군자란과 관음죽 오래 키웠는데
군자란 꽃은 많이 피웠었지만 관음죽꽃은 본 적이 없어요.
군자란이나 관음죽 옆에서 새순이 마구 올라오면
우리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가 분갈이해줬어요
경비아저씨가 두사람이 교대하잖아요.
한 냥반은 제 맡은 일 이외에는 절대 안해요.
한 냥반은 바지런스러워요. 주민이 차에서 짐이라도 내리는 거 보면 얼른 들어다가
엘리베이터 앞에 놔주고, 주민들이 화초나 나무 죽어서 화분째 버리면 나무와 흙 분리해서
버리고 화분은 깨끗이 씻어 구석에 엎어 놨다가 분갈이 해주곤 했어요.
두 냥반 장단점 있긴했는데 확실한 것은 제 이쁨 제가 받는다는 말 있지요. 그 말 맞아요.
이십오륙년전 얘기예요.
요즘 짓는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앞에 경비실이 있지도 않으니까
언니
글 쓰다가 날아가면 다시 앞으로 갔다가 다시 쓰러 들어오면 뭐라뭐라고 말이 나와요.
저장해 둔 글이 있습니다 뭐 이런 비슷한 말요.
그러면 그런다고 엔터 치면 다시 나와요.
아마 그럴 거예요.
내가 다 아깝잖아요~
저보다 열 살이 더 많으신 분이 아직도
미용실을 하고 계세요. 손님은 주로 할머니들인데 저도 그중 하나에...
미용실이 남향이고 앞 전체가 유리라서인지
화초가 얼마나 실하게 자라서는
겨울에도 제라늄에 오렌지도 달리고, 고추까지도...
알로에랑 군자란은 분갈이해서는 몇 개나 되는지
원하는 손님에겐 갈 때 손에 들려서 보내기도 하지요.
저의 집에도 시집온 군자란이
한 이 년만에 실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인지 씨가
그대로 두 개가 매달려 있은지 꽤 오래 되어요.
게발선인장은 백 개도 넘게 송이를 맺고 있지요.
제가 부지런하다구요? ㅎㅎㅋㅋ
다~아 남편 보살핌의 결과 랍니다.
저는 그저 즐기고 사진 찍찍 찍사하지요.
요즘엔 사무실처럼 사용방에다 온실처럼
다 ~넣어서는 불까지 켜 놓아요, 밤 늦게까지...
그 틈에다 얻어온 대파 잎은 떼어먹고 흰 부분을 화분에 ㅎㅎ
얼마나 잘 자라는지 파송송 필요하면 얼른 가위들고 이층으로
달려라 달려 ~ ~
아마릴리스가 일년에 두 번씩이나 빨강꽃을 피우네요.
여름엔 밖에 내놓고, 반 그늘에다가요.
게발선인장도 한여름 내내 밖에서 뜨거운 햇빛도 받고
온갖 모진 바람과 비와 기끔은 추위도(영하는 빼고) 쬐게 해주구요.
ㅎㅎㅎ불꺼진 봄날이 좀 썰렁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갑니다.
윗녘보다 한참 늦은 요즘에야
남녘에도 떨어질 낙옆은 다 떨어진 것 같아요.
낙엽 쓸어내는 양이 워낙 많아서 매일 한쪽씩 낙엽을 쓸어내고 있어요.
집 주위에 낙엽이 쌓이고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다니는 건
참 쓸쓸해 보여서 열심히 치웁니다.
일본 가루이자와(輕井澤)라는 유명한 별장지가 있어요.
지인 덕분으로 몇차례 갔었습니다.
그의 말이 가을에 가면 그 별장의 주인 형편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 자주 모여 이용하는 집, 부도 난 집, 주인이 아프거나 죽은 집
낙엽 쌓인 거 보면 다 안다고.
그 전에는 낙엽이 운치이고 낭만인 줄 알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가을에 거기 갈 때마다 보면 정말 그 말이 맞는거 같더라구요.
이리저리 뒹굴던 낙엽이 마당이나 테라스 구석에 수북이 모여 쌓이고
주차장 입구 체인이 녹슬어 있는 거 보면 내 마음마저 신산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런 말 있지요.
애인과 별장은 생기는 그날부터 관리 안하면 골치 아퍼진다고.
목련이 필 때면 참 보기 좋죠.
그 농장에서 보면 끝이고 우리집 옆이라 꽃은 우리가 즐기는 셈입니다.
목련 꽃잎이 질때 누런 꽃잎이 다 우리집쪽으로 다 떨어져 매일 쓸어야 하는데다
가을이면 손바닥만한 목련나무 낙엽이 몽땅 우리집쪽으로 떨어집니다.
꽃 본 값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쭝얼거리며 몇날 며칠씩
꽃잎을 치우고 낙엽을 쓸어냅니다.
낙엽을 쓸어내고 보니 벌써 수선화 싹이 뾰쪽하게 올라와 있어요.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
겨울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수선화 싹이 뾰족하게 올라와 있다고?
찬정이네는 어느새 봄을 준비하고 있구나.
방에 불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이고...
인선언니 ~
봄날방에 불이 꺼지면 애가 타시죠?
언니의 그 마음이 느껴져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요즘 며칠은 제가 책상에 앉기 싫어 서재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공부하기 싫은 아이처럼 뺀질거렸죠 뭐. ㅎ
암튼...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잘 떠나 보내고
2019년을 기대하며 맞이해야겠죠?
성탄절도, 박싱데이도 다 ~~지나고
이제 오직 하나 , 제야의 종소리와
떡국 한그릇과 함께 할 새해밖에 안 남았네요.
어떤 선배님께선 이런 멋진 말씀도...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오고야마는 새해..."
모두모두, 어서들 오셔서 매듭달에
며칠밖에 안남은 매듭들을
빨랑 푸시고 사뿐히 매듭들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 ~!!!
날이 추워서 그런가요?
다들 꼼짝않고 이불 속에 계시는 모양이에요.
대장님 ~
화림 언니 ~
요 며칠 안 나오시니까 무지 궁금합니다.
제가 궁금해서 죽으면 채금지셔유 ~ ^^*
춘선이 죽을까봐 놀래서 언능 들어왔네~ㅎ
나 잘 있어.
밥이 어찌나 꿀맛인지 지난번에 허리 아플때 빠진 살이 다시 들러붙고 있긴 하지만~
우리 옆집이 유기농 쌀이라고 선전하며 파는 쌀이 밥만 먹어도 맛있어.
김치도 맛있게 되서 죽여줘~
김치 사먹는 친구 조금 퍼줬더니 김치 명장이라고 치겨 세우며 나땜에 입맛 돌았다고 난리~
또 달라는거여 뭐여 ~이제 우리 먹을꺼 밖에 없는데~ㅎ
암튼 좋아하니 준 보람 있구먼.
건 그렇구 내일이면 7짜가 들어가잖아~
우아~ 싫다 싫어~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 하도록 노력 하는 중~
봄날 식구들이 있어 언제나 힘이 되고 든든합니다.
모두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기를 ~
사랑합니다.
정말이에요.
봄날이 없었으면 제 50대는 참 별볼일 없이 지나갔을 거에요.
언니들이 7학년이 되실 때
저도 6학년 중반으로 치닫고
우리 막냉이도 5학년 후반이 되어 가고....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서로 곁을 지키며 나이 들 수 있어서요.
새해에도 여전히 잘 살아 보십시다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