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생을 추모하며



내 동생 성순아!
어릴 적부터 순둥이라서  우는 법도 없고 뒷통수가 납작하도록 누워서 혼자
놀면은  집안 일로 바빠서 아이를 챙기지 못해  허둥지둥 봐주러 엄마가 오면  
혼자 발가락을 빨면서 놀던가 , 조금 컸을 때는 앉아서 제가 싼 똥을 치대면서 놀았다고
늘 엄마가 말씀하셨는데.....
인일여고를 다닐 때,  팔남매를 대학을 가르치기가 힘드신 아버지가 서울대학이 아니면 교육대학을 가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자 두 말도 안하고 교대를 가겠다고 아버지께 순종했던
너..
교육대학에 다닐 때도  늘 긍정적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서 누구나 널 좋아했고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려서 부임하는 학교에서 늘 인기가 만점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도맡아서 한다고 형제들이 모이면 오히려 우리가 너무
혼자 일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
컴맹이라 나이스로 학교 시스템이 바뀌면서 네가 당했을 좌절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 우린 그저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네가 십수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딸 둘을 데리고 잘 견디며 살아간다고, 그렇게 무심하게만 지내왔구나.
그까짓 컴퓨터가 아무리 네겐 어려웠을지라도 , 그냥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익숙해 지는 거니까 ,자꾸 하다보면 적응하느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다 저지른 컴퓨터공간에서의 실수가 네게 그렇게 좌절과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 했을텐데.....

갱년기 우울증으로 잠을 못이루어서 괴롭다고 하소연했을 때도
다른사람들도 다 그렇게 겪는 거니까 홀몬치료를 받으라고만, 그리고 나도 잠을 잘 못자는데 좀 지나면 적응이 될거라고만 무심하게 생각했 던 게 너무너무 죄스럽고 , 바쁘다는 핑계로 네게 달려가서 만나주고 위로해 주지 못한 게 한이 되는구나.

교대를 졸업하고 첫 월급을 탔다고, 한옥이라 해마다 칠을하는 아버지께 선뜻 봉급을 내 놓던 효녀인 네가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두고 세상을 떠날 때는 , 그렇게 아버지 생각도 했겠고 또 두 딸 생각도 했을텐데, 얼마나 몇날며칠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으면 그렇게 괴로운 널 우리 가족은 어찌 그리도 몰랐었는지.....
오월 날씨는 이렇게 눈이부시게 아름다운데, 꽃보다도 아름다운 신록이 이리도 화창한데
넌 그 많은 형제,자매,부모, 친구들 속에서 왜 그렇게 외로웠단 말이냐....
그 놈의 몹쓸 우울증이 아무리 괴로워도 조금만 견뎠으면 차차 좋아질텐데...

혼자 두 딸을 키우느라 힘들었을텐데도 어버이 날이고, 명절이며, 아버지 생신
그리고 형제들 생일까지 달력에 동그라미를 해놓고 챙기던 네가
5월 7일 토요일에 어버이 날이라 아버지한테 형제가 모두 모이기로 해놓고
하루 전 날 웬 날벼락이란 말이냐....
환하게 웃는 네 영정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늘 밝고 명랑하고 착하기만한 널
하나님은 아마 이 험하고 더러운 세상에 더 두기 싫으셨나보다.
편안하게 눈 감고 있던 네 잠든 모습이 널 보내는 우리에게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편안히  안식하게 보내는 것으로 위로받게하더구나.

착하고 여리고 순하기만한 네가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까봐
하나님이 곁으로 부르셨구나. 네 말대로 지금 쯤은 하늘나라에서 네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남편을 반갑게 만나서 사진 속 네 모습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겠지.
편안히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하기만을 기도하마.

네가 염려할 두 딸도 이제 다 성인이니까 잘 살아가겠지
아마 너보다는 더 다부지게 살아 갈수 있을거야.
편안히 쉬어라.  사랑하는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