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향기 가득한 아카시아 동산에서,
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잎을 똑똑 따며
꽃잎을 한입 가득 넣고
속닥속닥 비밀을 속삭이며
깔깔대던
그때을 기억하고 있나요?

교문을 들어서면 양쪽으로 갈래머리 곱게 땋아내린
계집아이처럼
죽 늘어선 사루비아,
그 빨간 꽃잎을 쪽쪽 뽑아
빨아 먹으며 오르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나요?

우리는  그때,
누가 누가 잘하나
연분홍 분꽃처럼
시샘하며 다투어 피었습니다.

"옛날에 한 아이가 있어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 기대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동화같은 시를 좋아라 재잘대던 소녀들이
풋사과같은 꿈을 꾸던
그때 그 곳엔,

바람이 불면
빨간 연꽃이 수줍어 오무리는 연못에,
하얀 벤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때 그 얼굴들.

아카시아도 아니고
분꽃도 아니고
연꽃도 아닌
거울속에 비친
빛바랜 흑백 사진같은 생소한 모습은 누구일까요?

산굽이를 돌아가는 기차의
긴 기적 소리는
이제는 결코 오지 않을 내 꿈만 같아
소리없이 눈물이 납니다.

어스름 저녁,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간이역에 서서
평행선으로
쭉 뻗은 철길을 바라보면
엇갈린
인연이 생각이 나서
소리없이 눈물이 납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기대는
허상이었나요?
꿈이었나요?

가을이 자꾸만 깊어 갑니다.
그 아름답던 시절
비밀을 몰래 주고 받던 동무들은
다들 가고 없는데
꽤나 길고 힘들었던 여름의 뒤끝이라
더 깊고 우울한 것일까요?

이 가을
혼자는 외로와 싫어요.
2006년도 올해도 벌써 다 가고 있는데,
그때, 그 동무들이 몹시 그립습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의 아름다운 날을 함께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만나서
옛날에 그랬듯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함께 노래해요.
옛 추억을 그리워하면서 말입니다.


인일총동창회 합창제가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구 올림프스호텔)
11월25일 오후5시에 있습니다.
회비는 3만원(합창제 의상비 포함)

2006년 총회는 합창제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김 영자     손금자     이옥화
인일여고 7회 동기 회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