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정원에 한 차례 물을 뿌려 주고 나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았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작은 정원은

빨래 건조대가 천장에 매달린 좁은 공간.

처음엔 꽃들이 빨래에 치어 끝이 상하곤 하길래

아예 다른 쪽에 행거를 세우고

빨래는 거기다 널었더니

화초들이 제 집을 찾은 셈이 되었는데

지금 내다 보니 비어 있는 건조대에

매다는 화분을 걸면 제 격이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

매달 데 없어 못 사들인 화분을

몇 개 사다 걸어 봐야겠다.

난 잎이 예쁜 관엽 식물들을 좋아하여

한 때는 관엽으로만 꽃꽂이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사람이고 식물이고 난 까다로운 건 질색이라

귀하다는 식물은 아예 기를 생각도 안한다.

잘 자라면서도 내게 기쁨을 주는데

스트레스 받아가며 어려운 일 하고 싶지 않아서.

오죽하면 애들에게

며느리감으로 내 건 단 하나의 조건이

"공주과는 절대 안 돼".

애들 말이 자기들도 그건 싫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