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독주회에 다녀왔다.

치는 곡마다 어찌나 정성을 다해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 연주하는지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에서 일단 감동이 일었다.

그렇게 해서 치는 곡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연주를 듣는 내내 진정성이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일들은 모두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

백건우씨는 아름다움을 피아노로써 만들어내는 구도자 같았다. 

연주 시간 90분동안  그곳에 있는 관객들은 백건우씨의 예술혼이 담긴 격조있는 음악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얼마 전 친구와 만나 진정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친구가 물었다 "너 진정성 하면 뭐가 떠오르니?"

"때밀이 아줌마"

뭥미? (요즘 애들  말)하는 표정의 친구에게 설명했다.

"오륙년 전에 신철원에 남편과 간 일이 있었어. 남편이 직장관게 일을 보는 동안  

목욕탕에서 기다리기로 했지. 그곳에서 만난 세신사(요즈음 이렇게 부른다)아줌마

정말 의식을 치루듯 洗身 하더라.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 직업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자존심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직업의 품위를 높인다는 언젠가 들은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지 그날." 

신철원 목욕탕 아줌마는 자기 직업을 洗身士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약간 쉰 듯한 목소리, 말 끝에 붙이는 너무 자주있는 `...요`,

같은 字가 나올 때마다 반복해서 소리와 뜻을 설명하는 자잘함,

이런 거슬리는 부분들이 그분의 진정성 있는 강의에 묻혀 사라진다.

논어에 반해 논어 책을 수십번 읽고 새로  논어를 쓰신  한문 선생님.

수강생에 대한 예의가 논어에 나오는 예의 보다 결코 낮지 않다.

배울  때마다 그분의 진지함, 열성에 감동을 받는다.

 

겨우 세 분의  예를 들었지만 눈여겨보면 세상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다.

세상이라는 꽃밭을 아름답게 가꿔가는 분들이다.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우아한 옷을 입고,맛난 것을 먹으며,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여행을 떠나며, 좋은 경치를 즐기고,책을 읽고...

그렇게만 산다면,내 이웃 모두 그렇게만 살 수 있으면 여북이나 좋겠는가 

그런데 세상은 그럴수가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에만 집착해 편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름다운 것밖에 난 몰라 하며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이유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N분의 1의 역할이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화로운 나라에 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 같은 것이다.

 

  N분의 1 역할의 구체성을 여기서 세세히 열거하는 것은  사족스러워 보인다.

다만 진정성 있게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맡아야 할  N분의 1는 진정성이다.

 

그렇다면 진정성 유무(有無)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진정성이 있고 없음의 제일 확실한 판관(判官)은 남의 눈이 아니고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양심의 소리는 거짓으로 한껏 포장한  제맘대로 급조한 진정성을 합리화 시킬 수도 미화시킬 수도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