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나잇값도 못한다는 말이 가장 듣기 거북한 말 중에 하나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뜩이나 소심해 지는데  거기다 나잇값도 못한다는  비난에는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나이값이란 무엇인가,,그리고 그 건 얼마가 되야 제 값을 다 하는 걸까

 

나 역시 젊은 시절 나이 드신 분들 에게서 예상치 못한 발언이나 행동을 접할때 때때로 속으로  

그런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 빼고 박을수 없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새삼스레 나잇값이란 말에 

민감 할수 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잇값이란,,,,즉 먹은 밥그릇 수 만큼의 도량으로  매사에 덕을 베풀고 절제된 언어행실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되고 수긍이 가나 살아 갈수록 생각은 점점  편협해 지고 몸은 둔해지며 그저 양기가 온통 입으로만

 몰려, 우선 독설이 나가야 속이 시원해 지니 큰일이다

그것도 정말 큰소리를 낼 때에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만만한 식구들 앞에서만 큰소리를 칠 뿐이다

현명하신 옛어른들 처럼 사려 깊고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건 날이 갈수록 잘 삐지고 변덕 스러워

 지니 내가 봐도 졸렬해 지는 모습에 실망스러울 때가 너무 많다

 

 단조로운 생활에 멀미가 나서 주리를 틀 무렵 마침 북경서 재북경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어 과감히

 응시를 해 보았다

 특별히 음악 공부를 한 것도 아니요 그저 서당개 3년에 풍월읊듯 지지부리 교회 성가대를 오랫동안 한 덕에 겨우겨우

 오디션에 턱걸이로 합격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참여해 보니 남녀 통 털어 40여명의 단원중에 단연 영예의 최고령자가 되고 말았다  

삼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에 이르는 멤버 중에 그야말로 개밥에 도톨이 신세가 되었다

연습시간엔 그럭저럭 넘어 간다지만 티타임이라도 갖는날이면 젊은이들 대화속에 끼자니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혼자 멀뚱 거리자니 다른 대원들에게 부담 스런 존재가 될것 같고 고독하기 그지없는 시간에 애꿎은 물만

 수없이 마시곤 한다

누가 뭐랄것도 없는 이 혼자만의 소외감 ,이게 바로 나이먹는 사람만이 느끼는 외로움인가 ,,,

 

또한 오래된 직업병이 도져서 그 안에서도 지각하는 대원들을 보면 그냥 속에서 궁시렁궁시렁이 자꾸 올라온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대원은 으례 정해져 있어서 다른 대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갉아 먹곤 하니

누군가 지적해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들이 없다

아 이럴때 정말 나이 먹은 사람답게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그것 조차 용기가 없다 나란 인물은 ,

 

같이 입단하여 앨토파트를 하고 있는 딸에게 이런 나의 입장을  살짝 비췄더니 아이구 엄마는 그저 입은 다무시구  주머니나 

가끔 여시믄 되요  별 걱정을 다하셔,,,

다 서로가 어른이니 각자 알아서 하는거고 그저 엄마는 너나 잘하세요 하라는  말인 셈이다

참 버르장머리 하고는 ,,,

아니 죽은사람이나 입을 다물지 산 사람이 어떻게 입을 다물어 다물긴,,,,

딸애는 지 에미가 혹시 나이든사람 특유의 주책을 부릴까봐 으름장을 놓는건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이맘때  천진으로 합창연주회에 초청을 받아 가게 되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날 북경서 보기 드문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것이다

차 안은  마치 여행 떠나는 사람들 모양 조금 흥분된듯 서로 커피를 돌리며 웃고 떠들석 한 상태였다

분위기를 이용해 한마디 거들고 싶어서 오늘같은 날엔 창넓은 찻집에서 장사익의 봄비 한번 들었으면 좋겟다고

했더니 아이구 권사님 그 연세에두 그런 노래를 좋아하세요 우와 ,소녀 같으시네

아니 그럼 이 연세에는 한많은 미아리고개만 좋아하는 줄 알았니

 

칭찬인지 흉인지 도저히 가늠이 안가는 반응에 나도 모르게 딸년 눈치부터 보았다 ,

내가 뭐 실수한거니 ?

 

그래 니들 가슴이나 내 가슴이나 열어보자 같은가 다른가,,

니들이 이 봄날에 내리는 비에 감성이 꿈틀거리면 나역시 다를게 없다,

늙으면 가슴도 늙는 줄 아느냐,,,

비록 몸은 늙어 아침마다 일어나면 우드득 관절 꺽이는 소리가 처절 하지만 나 역시 니들과 다름없이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지고 산다는걸 잊지 말아라,

,

나잇값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속으로만 아주 미친듯 절규에 가까운 몸부림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