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를 두어번 더 해야할까봐요.
또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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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시내 중심가 센트럴역 근처를 버스로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다.  
최신식 멋진 빌딩아래 트여진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 다닥다닥 사람의 무리들이 바글거리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앗!  여기서도 데모를 하는구나.’
제일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그 무리들은 모두들 앉아있었고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않았다.
가만히 보니까 더 이상했다.
서로서로 마주보고 둘러들 앉아있다.

마치 학교 운동회때 점심시간같은 광경이었다.
돗자리 깐 바닥에 촘촘히 붙어앉아  앞,뒤,옆 사람들과 엉덩이가 맞닿은것도 아랑곳않고
가족단위로 도란도란 밥먹던 그때 그 시절의 한 장면같았다.

정말 그들도 무언가를 먹고있었다.
‘그렇다면 거지떼인가?’

‘거지’  라면 브라질 따라올 곳이 없을텐데….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저토록 수백명 거지떼는 못 봤는데.

그날은 그렇게 후딱 지나갔고 그 후에 그곳을 지날 적마다 유심히 보았더니 그들은 거지가 아니었다.
이상한 것이 모두들 여자들이었다.

재잘재잘 이야기들을 나누고 웃고 떠들면서 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고 마시고 있었다.
알고보니 근로자들이라는 것이다.
‘근데 왜 저렇게 길거리에서 저래?  거지처럼?’
나의 이 질문에 까몰라도 우리 딸도 확연한 대답은 못 했다.

‘아마 대부분 식모들일거예요.’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들,  일용직 근로자들, 실직자들인성싶었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기에는 돈도 없고 구색도 안 맞고
열린 광장에서 끼리끼리 모여 정도 나누고 정보교환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었다.

까몰라네는 가정부도 없고 가끔 청소부는 써야할 것 같은데도
우리 있는 동안은 아무도 와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관계로 까몰라도 확실한 바는 모르고 짐작만 그리 하는 것같았다.

얼마 후 내가 요한 성당에 가던 날.
성당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에 나무그늘아래 벤취가 군데군데 놓여있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그 여자들의 모습을 가까이 잘 볼 수 있었다.
그 벤취에도 그런 여자들이 삼삼오오 앉아있었던 것이다.

내가 본 바로는…
그들은 다 젊은여자들이었고  아마 필리핀계인것 같았고 중국여자들도 있었다.
옷차림은 깨끗했으며 표정도 굳이 우울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았다.
마치 소풍나온 사람들처럼 태평하고 하나도 바쁘지 않아보였다.
발밑에 커다란 콜라병 (아마 나눠먹기에 큰병이 값이 더 싸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이 놓여있고
옆에 먹다남은 빵과 음식이 열린채 놓여있다.  
마치 생각나면 가끔씩 집어먹는것처럼.

또 내 짐작…
집에 돌아가봐야  좁아터진 하숙방이나  월셋방.
여기 경치좋고 시원한 공원에서 친구들하고 노닥거리며
그럭저럭 싼 음식으로 끼니 때우고 돌아가 잠이나 자는 생활이 아닐까?

생각이 상승되어 더 짐작하는 바……..
아마 가족들과 떨어져 돈 벌러 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거야.
서울의 조선족처럼.

조선족 얘기를 하니까…..
브라질에도 돈 벌러 오는 조선족들이 꽤 많다.

인간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비슷하다.
부자가 있으면 빈자가 있고,  고용인이 있으면 피고용인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불행한 사람이 있다.
역사가가 말하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이론.

그러나 한가지, 나는 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무어냐고?

부자는 영원히 부자가 아니고  행복도 영원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안에 있는 부와 행복이 아니고 외부조건으로 이루어진 부와 행복은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