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익히다/신금재

소금물에 숨을 죽인다
드러내고 싶은 욕심의 조각
절구에 콩콩 찧어
옹고집 대파 반으로 쪼개어 송송 썰어놓는다 
매운 고춧가루 버무린 액젓에 
풀어지지 않는 미움으로 엉긴 풀국
살살 달래어 응어리들 풀어주고
갖은 양념으로 속을 채운다
땅속 차가운 오지항아리 속에서 
뻣뻣한 자존심으로 억센 이파리가
마음을 깊숙이 낮추어 발효되어
항아리 가득 유기산이 차오르면  
그리운 이들을 생각하며 나를 익힌다

배추 속살에
매운 고추 맛과 마늘의 향도 
자신을 버리고 서로 삭아 어우러져
잘 숙성된 김치
이제 단란한 식탁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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