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를 태우다/신금재


월요일부터 시간이 바뀌었다.

이곳 케네디언들이 DAY LIGHT SAVING TIME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썸머타임이라고 부르는 시간이 시작되어서인지

아침 일곱 시 조금 넘으면 오던 데이케어 아이들의 하루 일과 시작이 늦어지고있다.


오늘 메뉴를 보니 파스타와 야채, 그리고 위너스(WINNERS)였다.

위너스는 우리가 말하는 핫도그인데 여기 다른 음식들처럼 소금에 절인 듯 많이 짜다.

급할 땐 넉넉히 물을 붓고 끓여서 소금기가 빠져나가게 하는데 오늘 모처럼 여유가 있으니 윗층 주방에서 냄비에 한 번 

끓여보자, 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한국식당을 운영하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식당일을 정리하면서 우리에게 준 전골냄비인데 잠깐 끓이기에는 안성마춤이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랫층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켜고 앉아 사이트에 들어갔다.

어제 컬럼에 올린 설강화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하였다.

꽃이 참 예쁘지요, 꽃이름도 예쁘네요, 사진을 보니 꽃밭 속에 가있는 느낌이 드네요, 등 하면서 나는 천국에 가있었지만 

정작 윗층에서는 냄비가 까맣게 타는 지옥이 연출되고 있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그렇게 예민하게 소리를 내던 화이어알람도 작동하지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시간에 도착한 한 학부형이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서서 주방이 있는 옆길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알려준 것이었다.

애나,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는데...

뭐라구요,

 아, 냄비, 그 냄비...


정신없이 뛰어올라간 주방에서 자동으로 휀이 돌아가는데 연기는 이 층 계단 창문까지 올라가 구름처럼 걸터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