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담임 맡았던 아이가 어느 날 성당을 다니기로 했다는 말을 하더라.

너무나 외부와의 생활을 하지 않는 아이라 그런 의미에서라도 잘됐다 생각했는데...

합창단 오디션을 본다는 거야.

 

오디션을 볼 정도로? 어머나! 했지만

무조건 칭찬을 했지. 부러워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명동 성당에 가서 합창 연습을 한다고 해서

나 너 노래하는 거 보고 싶다 했더니

아직 멀었어요. 제가 제일 못해요

하더니 며칠 전 문자가 왔어.

사순절(이  뭔지 난 잘 모른다. 가서 알았지만) 기간에 요한 수난곡을 한다고 시간이 되면 오라고.

 

노란 프리지아 작은 다발을 들고 오랜만에 명동엘 갔어.

정신이 없고 멀미가 나더라.

사람이 너무 많아.

서울 산다 해도 그저 효자동밖에 모르기 때문에 정신이 없더라구.

거짓말 같은 고요함 속에 명동 성당이 서 있더군.

 

전에 인숙이가 카톨릭 성모 병원에 있을 때는 자주 갔었는데...... 오랜만에 성당을 보니 아주 단정하고 아름답더군.

많은 장례식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명동성당.JPG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줄이 꼬불탕꼬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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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1877.JPG 멋진 이층의 파이프 올갠

 

 

 

 

아이가 티켓과 팜플렛을 티켓박스에 맡겨 놓았더라구 자기는 바쁠 것 같다고.

팜플렛에 독일어 원본과 해석본이 나란히 적혀 있었어.

정말 궁금했거든. 어떤 내용인가, 어떤 음악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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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가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의 악장으로 있던 생의 마지막까지 수정 보완하며 만든 곡이래.

 

난 감동했어.

음악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 내용과 표현과 모든 것이 내 마음을 꽉 채우고 건드렸어.

저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2시간 30분 동안 연주가 이어졌는데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어.

맨 마지막은 코랄인데 보통 청중이 같이 부르는 거래.

하지만 독일어 코랄이고 해서 따라 부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청중 사이에서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

 

가슴이 벅찬 청중들이 곡이 끝난 다음에도 너무나 감사의 박수를 오래 치니까 같이 무슨 성가를 부르자고 했어.

기막힌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멋지고 깊은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나는 잘 모르는 성가의 아름다움이라니......

 

빨개진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아이에게 꽃을 전하고.

 

음악에 무릎 꿇고

자꾸 찔러대는 앞가슴을 눌러가며 명동길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 종로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단다.

 

 

잘들 지내고 있지?

나도 잘 지내고 있어.

작년 한 해는 너무 움직이지를 않아서(운동) 올해는 좀 움직이려고 해.

매주 토요일에는 등산을 하려고 하고(시작했어) 시간이 되는 대로 탁구도 치고 베드민턴도 치고 하려고.

이번에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맡았는데 아이들이 아주 점잖고 의젓하네. 별일~

 

어제 북한산에 갔는데 어느 모임에서 시산제를 하더라.

근데 너무나 웃겨서....

한번 보세요~~~

시산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