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김영랑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가치

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싶다


새악시볼에 떠오는 붓그림가치

시의 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가치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싶다

                                     (<시문학> 2호, 1930. 5. 20)



1930년에는 아마도 오월이나 되어야 봄의 기색을 느꼈을지 몰라.

마지막 추위인 듯 느껴지는 요즘의 날씨 속에서 이상하게 봄이 느껴진다.

찬 바람 속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나무의 가지 속에서도 설레임이 느껴지고,

아직은 땅땅 얼어붙어 있는 흙에서도 그야말로 <얄은> 흔들림이 느껴진다.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우리 다시 걸으며 웃음 나누겠지?

다들 잘 있지?

반갑게 다시 봄을 맞이하자꾸나.

141206_354-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