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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세 번째 스무 살

이 잔치를 위해 오르는 언덕길에서 혹시

붉은 인동꽃 봉오리를 눈여겨보지는 않았나요.


스무 살을 세 번 돌아오기까지 안아들인

햇빛 같은 기쁨과 얼음 같은 슬픔들이

이제는 저기 삶의 크리스마스 나무에

장식으로 달려 반짝이는 정오.


여느 꽃들은 숨어버린 초겨울 바람에

그래도 봉오리 달고 남아있는 인동, 그 붉은 꽃이

아직 우리의 가슴에서 타는 불꽃으로 여겨져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는 않았나요.


한 번쯤은 함박 웃음으로 피어나고 싶었던

그저 한켠에 밀어 두었던 모두의 소망이,


목련과 겹벚과 장미와 백합과 작약

이름을 다 대기에는 너무나 숨찬 꽃들로 화해

지금 여기 파라다이스의 화원이 된 자리에서

끝까지 손놓지 않고 걸을 인일 12기의

그 고운 이름을 꽃잎으로 흩뿌려,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춤출 수 있음을

이제는 아름답기보다 오히려 강한

꽃 안의 꽃을 품을 수 있음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지는, 정녕 않나요.


그 외침이 하나의 별이 된다면

크리스마스 나무의 맨꼭대기에 올려 달아

네 번째 스무 살, 다섯 번째 스무 살

아니 그보다 먼 스무 살이 돌아오기까지

또다시 흩어져 분주해야 할 발길을

내내 비출 수 있게 말이에요.


우리는 그 누구도 아닌, 셤쳐 드간

정말로 셤쳐서 드간 원형 분수의 여인들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