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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세 번째 스무 살
이 잔치를 위해 오르는 언덕길에서 혹시
붉은 인동꽃 봉오리를 눈여겨보지는 않았나요.
스무 살을 세 번 돌아오기까지 안아들인
햇빛 같은 기쁨과 얼음 같은 슬픔들이
이제는 저기 삶의 크리스마스 나무에
장식으로 달려 반짝이는 정오.
여느 꽃들은 숨어버린 초겨울 바람에
그래도 봉오리 달고 남아있는 인동, 그 붉은 꽃이
아직 우리의 가슴에서 타는 불꽃으로 여겨져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는 않았나요.
한 번쯤은 함박 웃음으로 피어나고 싶었던
그저 한켠에 밀어 두었던 모두의 소망이,
목련과 겹벚과 장미와 백합과 작약
이름을 다 대기에는 너무나 숨찬 꽃들로 화해
지금 여기 파라다이스의 화원이 된 자리에서
끝까지 손놓지 않고 걸을 인일 12기의
그 고운 이름을 꽃잎으로 흩뿌려,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춤출 수 있음을
이제는 아름답기보다 오히려 강한
꽃 안의 꽃을 품을 수 있음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지는, 정녕 않나요.
그 외침이 하나의 별이 된다면
크리스마스 나무의 맨꼭대기에 올려 달아
네 번째 스무 살, 다섯 번째 스무 살
아니 그보다 먼 스무 살이 돌아오기까지
또다시 흩어져 분주해야 할 발길을
내내 비출 수 있게 말이에요.
우리는 그 누구도 아닌, 셤쳐 드간
정말로 셤쳐서 드간 원형 분수의 여인들이잖아요.
2016.12.06 23:31:11 (*.230.148.13)
와, 옥규 덕분에 부족한 시가 빛나네.
항상 내가 쓴 글보다 더 깊은 걸 읽어주는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느껴.
수사님 카드 사진도 올려줘서 감사!
우리 행사 전날, 밤새 시를 써 우리에게 읽어준 정원이.
고등학교 때 어느 비 오는 날의 그녀의 모습.
우리는 그 모습을 또 하나의 나의 모습으로 잘 기억하고 있다.
정원이의 시를 다시 읽고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정원이 손에 든 것은 수사님이 우리들에게 써 나눠 주신 손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