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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한테 너무 심하게 말한 것 아녜요?”

그랬지?  나도 모르게 그랬네.  경수씨가 오빠, 오빠하며 잘 해주니까 진짜 오빠같이 생각했나?”

경수에게 전화로 direction 을 받고 가던 남편이 따지듯 가르치듯 말했다.   다시 경수와  전화하며 길을 찾아간다.

그래, 그래 이제 찾았어.  이렇게 전화하며 길을 찾아 따라가니까 참 좋다. 네가 사진 찍어 올린 그 길 같애. 
팜트리가  멋있게 늘어 서있는…”  

 

잘 가꾸어진 동네 길이 깨끗하다.  뒤에는 산이 우뚝 서 동네를 지켜주고 있다. 

경수가 밖에 나와있다 손을 흔든다.  오랫동안 가꾸어 잘 조화된 경수네 집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친구들이 모두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정영숙, 김영란, 한국에서 온 장정순, 그리고 샌디까지.  

뒷뜰에 나와 커피를 마신다.  참 맛좋은 커피다.  향도 좋고

성매가 왔다.  친구가 보고파 달려왔다. 
문밖에서 남자구두를 보고, 립스틱 바르고 화장도 하고 들어왔다고 살짝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모두들 신이 나있다.  어젯밤에 할리웃 볼에서 Donna Summer의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춤췄던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나보다. 

점심에 짜장면 먹는 이야기가 나오며  모두들 옛날로 돌아간다.  

 

처음 미국으로 유학와 남편과 짜장면 한그릇 시켜 나눠먹던 이야기. 스테이크 하나만 시켜 나만 주고 남편은 쳐다만 보던 이야기. “그런 남자 아니었으면 지금 집도 없이 살았을걸?”   그래도 스테이크 잘 사주던 오빠에게 시집갈걸.” 

주문할 때 메뉴보고 애피타이저!” 하고 큰소리로 웨이터에게 order 하던 이야기. 작은 어촌에서 칠판 위에 써있는 “Breakfast” 를 시키니  손님 모두들 쳐다보던 이야기. 

며칠 아파서 결석 후에 윤리도덕 시험 때 너의 좌우명을 쓰라는 문제를 보고 왼쪽 친구이름을 쓰던 똑똑했던(?) 친구 이야기.  손녀딸을 보고 미국 할머니가 “girl” “girl” 하는 걸 “grow” 로 알아듣고 희안하다 생각했던 이야기.   미장원 갈 돈 아끼려고 남편이 긴머리 잘라주던 이야기.  모두들 지나온 날들을 기억하며 너도 나도 한마디씩한다. 

 

창피했던 일들을 이렇게 웃으며 친구들과 나눌 수 있다니 참 신기하지?” 

 그건 모두 옛날 상처가 치유됐기 때문이래.”  영란이는 역시 선생님이다.  교단에 서면 힘이 펄펄 나겠지.

 

얼굴 빨개졌던 실수 이야기들이 이제 현재로 돌아온다.   남편은 옆에서 샌디와 놀다 불쑥 한마디한다. 

샌디가 주인 닮아 눈이 예쁘고 귀엽네요.”   그러면 귀염둥이네요?  귀동이인가?”

 

딸네 애기보러 온 정순이는 시댁식구의 애기도 보러 가보겠다 한다.  옛날 예쁜 얼굴이 그대로 있다.  선한 눈매가 곱게 살아온 친구를 말해 주는 것 같다. 

성매는 산에 오르며 산악회원들 점심을 밤새워 즐겁게 준비했었다 한다. 

남편도 함께 산에 올라 좋고 회원들에게 사랑 받아 정말 좋겠다. 

영숙이는 골프치며 몸관리를 참 잘했다.  군살하나 없이, 웃을 때마다 하얀 이가 반짝 반짝 빛난다. 

경수는 친구들 자주 불러모아 분위기를 잘 띄우며 재미있게 살아간다.  

 

이제 아들 딸 다 키워 놓고, 그동안  미루었던 일들, 하고 싶었던 일들, 가보고 싶었던 곳 가보고, 보람된 일 찾아 하나씩 하나씩 즐겁게 하고들 있다.  

먹고 사느라  아이들 가르치느라  집값 내느라  힘들게  바삐 살아온 삶에서 이제 천천히 삶을 즐기며 이웃들을 둘러본다. 

 

짜장면 먹고 가라 붙잡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먼저 나왔다. 

길가에 죽죽 시원하게 뻗어오른 팜트리가  늘어서 있다. 

 

왜 사진 찍는데 그렇게 쩔쩔매고 있었어요?  미안하게…”

예쁜 친구들이 환하게 웃고 있으니까, 카메라가  멍하니 플레쉬를 터트리지 않는거야. 
나도 할 수 없이 웃는 얼굴만 멍하니 쳐다봤지 뭐. “

오늘 실수 많이 하네요.  경수가 오빠하고 부르니까, ‘갔죠?”

그것보다 당신 친구들이 생각보다 훨씬 젊고 예뻐, 당신도 그렇고…” 

 

70마일도 넘게 달리는 차들이 웬지 여유로워 보인다.  

빨강 노랑 하양 차들이 정겹게 보인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슬며시 손을 흔든다.

살짝 속으로 웃으며  

 

 

 

 

                                                                         8 26 2008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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