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친정식구들과 휴가를 맞춰서 여행을 다녀왔었다.
이번에도 동생네만 빼고 4형제의 식구들 합 12명이(애 어른 포함해서)
마카오, 캄보디아, 태국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런 결정도 하기 전에 어찌된 일인지 이번엔 머리가 아프기 시작이다.
하늘이 빙빙 돌고 토하기도 하고. 그래서 병원을 다녔는데, 오빠가 나는 빠지라고 한다.
열악한 곳에 가서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또 여러사람 고생시킬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내가 그런 기회를 놓칠리가 있나.
괜찮다고 괜찮다고 약 한보따리 싸가지고 드디어 따라 나섰다.

새벽 뱅기타고 진진바라바라 잘 가서 두어시간 만에 마카오에 도착, 아침인지 점심인지를 먹고
우리식구로만 한팀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유스럽게 시내여행을 했다.

세나도 광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광장주변으로 갔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의 연꽃이
너무 탐스러워  셔터를 누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 골목골목을 누비며 크림도 사먹고
주변의 가게도 기웃거리며 성바울 성당에 도착.
1800년대에 화재가 나서 성당정면과 계단만 남아있는 성당을 오르내리며 서로서로 잘 있나
확인도 해가며, 현지 가이드(30대 아가씨)의 얘기를 귀담아 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어? 이상하다. 내 앞에 파란 옷을 입고 줄곧 사진을 찍어대던 작은언니의 딸 모습이 안보인다.
어? 그러다 보니 그 주변의 다른 조카들도, 언니들도, 오빠도, 올케도, 남편도, 형부들도, 가이드도
아무도 아무도 안보인다.
그래도 이 근처 어디에 있겠지.
두리번 두리번 찾아 보았지만 갑자기 소름이 좍 끼치면서 속으로 감이 확 왔다.

다 잃어버렸네.
나만 떨어져 버렸구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계단 끝으로 이어진 골목도 왔다갔다, 더 조금 나아가서 처음에 내린
세나도 광장까지 그 긴 길을 한번, 두번 세번 수도없이 왔다갔다 몇 분이었던가? 몇 시간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눈물은 하염없이 내리고....

작은 백을 뒤져보니 밧데리가 하나도 없는 무용지물의 휴대폰과 한국돈 200원.
손거울 하나, 손수건, 필름 한통. 그리고 어깨에는 카메라 한대.
아무것도 없었다.
도저히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공항에서 떠날때 일은 이미 벌어졌었다.
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달라를 바꿔 넣어 둔 봉투를 집에서 안가져 왔었다.
그래서 한번 쿠사리 먹었다.
비자카드도 없었다. 내가 가져온게 도대체 뭘 챙겨왔는지... 오빠의 우려가 적중을 한것이다.

이러구러 수도없이 울며불며 국제미아가 되는가보다 속으로 생각하며
혹시나 한국상점이 있나 찾아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짱구를 굴리며 인파속을 헤매며
탈진해 있는데, 반짝 한가지 생각이 났다.

언젠가 여행을 했을때 그때 가이드가 말했었다.
일행에서 떨어졌을때는 잃어버린 그 지점에서 기다리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든 가이드가 찾아올 것이라고.

다시 떨리는 다리를 끌고 성당으로 갔다.
계단 꼭대기에서, 계단 밑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아 ~ 아 ~
키가 150cm 정도 밖에 안되는 가이드 아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를 발견한 것이다.
공항에서부터 이곳까지 불과 한시간 정도밖에 익히지 않은 얼굴인데도 금방 알아봤다.

일행은 성당을 구경하고 도로 내려온 것이 아니고 성당을 경유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었단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도 광장 부근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우리 일행의 구경이 끝나는 지점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내가 버스가 있던 곳으로 갔을때 안보였던 것이었다.

그 뒤부터 식구들은 틈만나면 애고 어른이고 나를 챙겼다.
캄보디아, 태국으로 가서도 끊임없이 챙겼다.
그래서 여행이 잘 끝나가나 했더니,

집에와서 짐을 챙기고 분류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손에 계속 들고 다녔던 마지막 가게에서 산 이것저것이 들은 커다란 봉투가 안보인다.
태국 공항에서 가이드와 빠이빠이 할때 까지도 있었는데.

어디서 잃었는지 모르지만, 언니 둘이 부랴부랴 같은 물건으로 채워서 한 봉투를 만들어줬다.
혹시 남편이 알면 병원에 집어 넣어야 할 상태로 알게 될까봐 겁났나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지금도 내가 '돌아이'가 된게 아닌가 자꾸 머리를 흔들어 본다.- 돌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