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금 이곳 시간으로 새벽 4시 반인데 아까 2시 반부터 잠이 깨었어.  아무리 다시 자려 해도 안되네.  그래서 일어나서 하고 싶은 얘기를 두런두런 하려고 해.  노인네 특성이지?

 

 

집 근처에 이영실이 살고 있어.  친정 엄마도 같이 살다가 작년에 한국에 가서 혼자 사시게 되었지.  그런데 이번 가을에 영실이 큰 언니네

혼사로 미국에 오셨어.  그래서 우리 집에서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이 할머님이 너무 귀여운신 거야.  우선 아직도 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계셔요.  영실이가 그러는데 노인센타에서 퀴즈의 여왕이시라나?  예를들면, '눈과 구름도 가를 수 있는 칼은?' 하는 문제에 손을 번쩍 들고 '설운도' 하고 맞추셨다는거야.  그 전에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문제를 말이야.  머리칼은 새하얗게 세었는데 아직도 윤기가 자르르하신게 너무 예쁘고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야요.  평양 근처가 고향이시라 "우리 영실이래 덜렁거려 가지고스리" 하는 사투리의 묘미도 굉장하지.

 

특히 식사 기도를 하시는데 "고맙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하시는데 아주 약간 떨림이 있는 그 부분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몰라.  또 우리집에만 있는 숭어 말린 것을 밥에 쪄서 잡수시는데 그 조그만 손으로  찟어서 드시다가 손가락을 입에 넣어 쪽쪽 빠시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우신지.

 

여자는 멋진 여자, 이쁜 여자, 똑똑한 여자 뭐 별별 여자 많지만 내가 영실이 엄마를 보고 내린 결론은 역시 '귀여운 여자'가 최고다 라는 것이었어.

 

잠이 안와서 내가 아는 다른 귀여운 할머니는 누굴까? 생각해 보니 우리 친정 작은고모가 생각나더군.  평소에도 귀엽다고 생각되었지만 특히 3년 전에 친정 아버지가 위독할 지경이라 한국에 갔던 때였어.  중환자실에 하루에 두번만 면회가 가능할 땐데 우리 고모가 오셔서 "오빠 저 희분이 왔어요.  눈을 떠 보세요." 하면서 본인의 이름까지 말하는 대사를 들으니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난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 했어.  80이 넘은 분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게 썩 잘 어울린단 말이야.  귀여우니까.

 

귀여운 여인들은 나이가 드셔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주절대 보았어.  아아 그런데 어떻케!! 난 여렸을 때부터 이날 이때까지 한 번도 귀여워 본 적이 없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