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전달부터 갑자기 많이 마르신 아버지가 설사로 병원에 입원하시더니,

급기야 폐염 판정을 받으시고,중환자실에서 인공호홉기로 호흡을 하실 수 밖에 없기에 이르셨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몇날 며칠을 계시더니,조금 나아지셔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실 수 있게 되었다.

한달여를 병원에 계셨고,그 후 또 한달은  양로병원으로 옮기셨는데

양로병원에서는 딸만 찾으시고,"병원은 안돼,안돼" 하시는 아버지를 하는 수 없이 우리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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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입으로 아무 것도 잡수면 안 되기 때문에(음식이 폐로 넘어가기 때문) 위에 호스를 끼워서 튜브 feeding을 하는데

기계로 시간을 마추어 작동을 하고,아버지는 정신이 맑지 않으시기에 항시도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삼일 후면 우리집에 오신지가 꼭 한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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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급기야 배에 꽂은 호스가 탈이나서 의사 진료실에 갔었는데 혈압이 많이 낮아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여러가지 검사가 이루워졌다.검사결과는 모두 정상---

다만 탈수가 심해서 링겔주사를 많이 놔드렸다.

호스로 물을 넣어 드리긴 했는데,아마 충분치 않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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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얼마전부터 두어 숫갈씩 식사를 하곤 하셨는데,병원에서 나오면서

"아버지 뭐 드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설렁탕집에 가쟈신다.

설렁탕집에 가셔선 밥을 반공기나 잡수셨다. 석달만에 식사에 성공한 거다.

아버지는 집에서도 식사를 몇숫갈이라도 하시면 "성공이다"라고 하시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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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병원침상에 앉아 있는데,아버지는 갑자기 내가 생전도 처음 들어보는 일본노래를 부르시더니

다음으론 "You are my sunshine""Row Row Row Your boat" "두만강 푸른 물에"를 연거푸 불러 제끼신다.

링겔이 들어가고 몸에 콘디션이 좋아지셔서일까?

일제시대에 중학교를 다니시고,대학 일학년에 숨어숨어 다니다가 육이오때 군인으로 나가게 되고,해방이후엔 영어통역을

많이 하게 되신 아버지의 일생이 묻어나는  노래----

고단한 한국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그래서 난 아버지가 맘에 안 들었을 때에도

머리 좋은 아버지가 시대를 잘 못 타고 나셨으니까---하고 나 나름대로 이해를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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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버지는  많이 주무신다.

아침엔 정원에 흔들의자를 내어놓고 아버지를 앉혀드리고 난 곁에서 강아지 '샌디'의 털을 빗겨주었다.

샌디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하고 아버지도 잠시 따뜻한 햇볕이 좋으신 듯 하다

"아버지 !!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사랑이 필요하지? 사랑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 그렇지"

" 그래, 그렇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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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다시 정원에 나갔는데 아버지가 앉으시던 흔들의자가,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남게 되지 않을 까 그게 벌써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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