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지난 3개월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전달부터 갑자기 많이 마르신 아버지가 설사로 병원에 입원하시더니,
급기야 폐염 판정을 받으시고,중환자실에서 인공호홉기로 호흡을 하실 수 밖에 없기에 이르셨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몇날 며칠을 계시더니,조금 나아지셔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실 수 있게 되었다.
한달여를 병원에 계셨고,그 후 또 한달은 양로병원으로 옮기셨는데
양로병원에서는 딸만 찾으시고,"병원은 안돼,안돼" 하시는 아버지를 하는 수 없이 우리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아버지는 입으로 아무 것도 잡수면 안 되기 때문에(음식이 폐로 넘어가기 때문) 위에 호스를 끼워서 튜브 feeding을 하는데
기계로 시간을 마추어 작동을 하고,아버지는 정신이 맑지 않으시기에 항시도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삼일 후면 우리집에 오신지가 꼭 한달이 된다.
그제는 급기야 배에 꽂은 호스가 탈이나서 의사 진료실에 갔었는데 혈압이 많이 낮아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
여러가지 검사가 이루워졌다.검사결과는 모두 정상---
다만 탈수가 심해서 링겔주사를 많이 놔드렸다.
호스로 물을 넣어 드리긴 했는데,아마 충분치 않았는가 보다.
아버지는 얼마전부터 두어 숫갈씩 식사를 하곤 하셨는데,병원에서 나오면서
"아버지 뭐 드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설렁탕집에 가쟈신다.
설렁탕집에 가셔선 밥을 반공기나 잡수셨다. 석달만에 식사에 성공한 거다.
아버지는 집에서도 식사를 몇숫갈이라도 하시면 "성공이다"라고 하시곤 하셨다.
그제 병원침상에 앉아 있는데,아버지는 갑자기 내가 생전도 처음 들어보는 일본노래를 부르시더니
다음으론 "You are my sunshine""Row Row Row Your boat" "두만강 푸른 물에"를 연거푸 불러 제끼신다.
링겔이 들어가고 몸에 콘디션이 좋아지셔서일까?
일제시대에 중학교를 다니시고,대학 일학년에 숨어숨어 다니다가 육이오때 군인으로 나가게 되고,해방이후엔 영어통역을
많이 하게 되신 아버지의 일생이 묻어나는 노래----
고단한 한국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그래서 난 아버지가 맘에 안 들었을 때에도
머리 좋은 아버지가 시대를 잘 못 타고 나셨으니까---하고 나 나름대로 이해를 하곤 했었다.
오늘도 아버지는 많이 주무신다.
아침엔 정원에 흔들의자를 내어놓고 아버지를 앉혀드리고 난 곁에서 강아지 '샌디'의 털을 빗겨주었다.
샌디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하고 아버지도 잠시 따뜻한 햇볕이 좋으신 듯 하다
"아버지 !!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사랑이 필요하지? 사랑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 그렇지"
" 그래, 그렇구 말구"
석양에 다시 정원에 나갔는데 아버지가 앉으시던 흔들의자가,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남게 되지 않을 까 그게 벌써 걱정이 되었다.
경수야
몹시 힘들겠구나
맨 마지막 줄이 가슴에 닿는다
50년 넘게 함께 살다 떠나신 후
엄마가 남겨놓은 이런 저런 물건들을 볼 때마다
네가 느끼는 그런 감정이란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 또한 우리들의 몫이겠지
어버님께서 무척 효녀 딸을 두셧구나.
경수야 힘내.
우리 아버지는 '삼팔선아 물러가라'를 가끔 부르셨는데...
너 같은 딸을 둔 아버님은 성공 하신거야.
Texas Blue bonnet
계절은 바뀌고 ....
경수야!
너로 인하여 아버지의 남은 생이 행복하시겠다.
힘들겠지만 아버지 가시면 지금 그 시간이 무척 그리울 거야.
그렇게 돌봐 드릴 아버지라도 계시니 다행이라 생각해.
난 아버지 보내 드린 지 5년이 되는데
아직도 그때 좀 더 잘 모셨더라면 지금까지 계시지 않을까 그런 후회를 해.
엄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와서 순간순간 힘들 때마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모시고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생각하지.
우리 세대가 다들 부모님 보내드려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애.
가시고 나면 우리가 그 자리로 올라가게 될 테지.(아휴 끔찍해라)
경수야!
우리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해.
명희야
요즘 내가 쉬는 날이면아버지랑 맥도날드 나 Jack in the box 이런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곤 한단다
그냥 보내 드릴 뻔 했는데,어쩌면 얼마 안 남은 시간과 기회라고 생각하고,최선을 다하고 있어.
오늘 아침엔 방문 간호사가 왔길래
"아버지,노래좀 불러봐" 했더니 예의 그 노래들을 부르시더라.
"아버지,그 일본 노래는 무슨 의미예요?" 했더니
"고향이 그립다라는 노래야" 하시더라.
아버지가 인중에 다닐때 38선이 그어지고 믿었던 누님은 돌아가시고 그 와중에 장티푸스가 걸리셨다나봐.
일년은 휴학을 하고,가정교사로 생활하셨다지?
얼마나 고향과 부모님이 그리우셨겠니?
우리 아버지 학교때는 수재셨다는데,어려운 환경과 전쟁 그런 걸 겪으시느라 그리 큰일을 못 하셨으리라 생각이 되어지는구나.
너희어머님께도 안부를 전해 드리렴---
경수후배님~~정말 감동이 느껴지네요
.
세상의 부모님들 심정이 모두 경수후배 같은 딸을
한명쯤은 옆에 두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젊어서는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 주지만
늙어서는 어쩔수 없이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자식들이 경수후배처럼 편안하고 사랑이 가득한 정성으로
부모님을 모신다면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
수고하는 경수~
살이 빠졌다니, 알마나 힘들었는지 알겠어요.
다이어트 하려고 했던 거니까, 살 빠진건 걱정 인해도 될 일인 듯하구,
아버지와 함께하는 경수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심성이 고운 경수, 아버님 속히 쾌차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수인선배님
밖으론 봄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늘은 기온도 보통날보다 차가웠는데,밤으론 비까지 내리는군요.
오래된 친구 내외가 찾아와서,밖에 정원에서 기타에 맟춰 우리 젊은 시절에 부르던 노래도 부르고
얘기도 하고,그러다가 들어 왔어요.
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에 오셨다니까 찾아 주는 친구들이 있는 저는 행복한 거 맞지요?
살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갈 길이 먼 거 아시죠?
선배님의 위로의말씀 감사해요.
군자란이 예쁘게 피었어요.
그림을 그리시는 선배님께 혹시 아이디어가 되실까 해서 꽃배달 해요.
경수씨,
L.A의 봄귀경 두루두루 잘했어요.
날씨가 화창하니 저절로 맘이 환해지네요.
아버님 모시면서 지치지않게 스스로도 건강챙기세요~
옥인 선배님
이곳 엘에이는 요즘이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밖으로 산책을 나가면 꽃향기가 가득 합니다.
제일 좋은 시간은 아침시간이구요.
그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새들의 합창 소리 때문이예요.
전에는 목사님의 설교를 주로 들으며 운전을 하곤 했는데.요즘은 클래식 방송에 주파수를 맞춰 놓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음악을 전해 주시는 선배님들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사진과,감수성을 일깨우는 선배님의 글에 감사를 전해 드립니다.
선배님께 동네 모습과 엘에이의 꽃들을 보여 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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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후배~!
난 이글을 읽고 한동안 속으로 울고 있었어요.
울 아버지 생각이 나서....
3년 앓아 누워 계시는 동안 남의 손에만 맡겼었지요.
경수후배처럼 돌봐드리지도 못하고....
경수후배처럼 옆에서 지켜드리지도 못하고....
경수후배처럼 잘해드리지도 못하고....
6남매중 늘 나를 제일 아껴주셨던 분이었는데
우리 아버지도 일본 노래를 즐겨하셨지요.
아버지 가신담에 후회하고있지만
엄마 가신담에 또 후회할까봐 걱정도 된답니다.
경수후배~!
건강 조심하시고 아버지와 좋은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순호 선배님
가정마다 다 모두 처지가 다르고,부모님의 위중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들 저처럼 집에서 돌봐 드릴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저희 친구들 중에도 그 문제로 마음 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희 아버지는 중풍,치매,암 같이 병원에 꼭 계셔야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돌봐 드릴 수 있어요.
많이 나아 지셔서 좋아 지실 수도,더 나빠지실 수도 있는 걸 염두에 두고 있지요.
병이 깊어지시면 병원에 가 계시는 게 옳아요.
제가 아버지를 집에 모실 수 있는 다른 이유는 제 직업이 간호사이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다른 환자들만 보다가, 아버지를 돌봐 드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제 직업이 요즘처럼 뿌듯 할 때가 없기도 하답니다.
순호선배님
어머니랑,명동이랑,창덕궁 같은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다녀 보세요.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시어머니를 모시고 밤에 명동에 나갔더니,눈이 다 휘둥구레 해 지시던 시어머니---(생전 처음 명동의 밤거리 ,명동성당을 구경하신다면서 좋아하셨어요)
그 시어머니가 요즘 많이 편찮으시데요.
전 우리 시어머니도 돌봐 드리고 싶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군요.
씩씩하고, 또한 마음이 여리신 선배님!!
울지말고 엄마랑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달 전 집에 오셨을 때보다
하루하루 좋아지시긴 하지만 아직도 많이연약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나들이를 다녀 왔습니다.
바다도 보여드릴 겸 말리브 해변을 드라이브해서 개티빌라를 다녀 왔습니다.
지난번에 한번 모시고 갔는데
" 참 좋구나" 하셔서
" 아버지 참 좋지요? 다음에 다시 와요"하던 대화가 생각나서 기회가 있을 때 한번 더 모시고 가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를 휠체워에 모시고 동네를 산책할 때는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늘과 바람 초록빛 나무,이름 모르는 꽃들까지----
별 감흥 없이 스치며 지나가던 것들이 '살아 있다는 건 참으로 소중하며 아름다운 것들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아버지 참 좋지요? 이 빌라를 지은 미스터 Getty는 정말 부자 였데요,
아버지도 돈을 좀 많이 벌어서 나도 이런집에서 살게좀 해주지 그랬어?"
딸의 어리광에 좀 무안해 지신 아버지는 그냥 쑥스러운 듯이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글쎄말이다,내가 젊었을 때 이런 곳도 와보고 세상 사는 법을 좀 더 많이 배웠으면 좋을 뻔 했구나"
병원에 계실 때 뵙고 사진을 보니 정말 많이 회복되신 것 같구나.
정말 위로도 못하고 안타까웠었는데....
키크고 미국 배우 같던 그 모습이 가냘픈 노인네로.... 우리 아버지 들의 모습.
의지력이 강하신 어르신네 들은 신체의 위기마저도 이겨 내시는 힘과 지혜가 있는것 같아.
아침산책 때 보았던 낱으막한 산 입구와 집들이 봄색갈로 바뀌었네.
재순아
오늘 저녁에 영희랑 종철씨랑 다녀갔다.
게장백반을 맛있게 먹었다.(알배기로) 먹고싶지?
이러시던 아버지가 저렇게 되셨네,세월이 무상하지?
우와 정말 옛사진이네.
엄마 고운 모습도 보이고... 옆에 향단이 아줌마(아니 아가씨) 표정도 재미있고.
영희 다녀 갔구나. 바쁜데 애썼구나.
나도 오늘 우연히도 달라스에서 간장게장 사와 맛있게 먹었다.
가까이 사는 니네들이 부럽다.
경수야,
마음이 여리고 착한 경수의 글을 보며 가슴 뭉클해진다.
아버지께 효도할 수 있는 이 기회를 감사해야겠지.
시간이 지나 나중에 아버지와 나누던 대화, 아버지의 노래소리, 어리광부리던 이야기
앉아계시던 의자, 이런 것들이 모두 그리워 지는 시간이 되겠지.
정호승씨의 시가 생각난다.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대어 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길까지 나와
호승아 밥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숙이가 보내주는 시를 읽으니 '시가 이런 거구나'하게 된다.
솔직한 감정의 표현으로 남의 공감을 얻어내는 단어의 배열이 참 아름답구나.
그래,목소리로도 여러가지를 추억하게 되지
냄새로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에서 나던 김치찌게 냄새,생각나니?
엄마가 깎아 주시던 참외냄새
나는 참외를 먹을때면 엄마가 생각난다.
위의 사진은 부모님 결혼때의 사진인데
자유공원인 것 같네
결혼식을 마치고 자유공원으로 월미도로 드라이브를 하셨는데
미남미녀의 결혼식으로 인천이 떠들썩 했다네(순전 아버지 말씀 ㅎㅎㅎ)
경수야!!!!
착한 딸이 되어 부르는 아버지의 대한 사랑이 마냥 부럽다.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할텐데......
기도할께.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