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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어머니의 팔순잔치가 있었습니다
. 

목사님과 어머니 친구분들을 모시고  남동생네 집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머니는 한달 전부터 오이팩을 하시며 마음 설레이시고, 그 날을 위해 새로 산  드레스를 입어 보시며 아이들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오셨습니다
. 

가을 첫비가 시원하게 쏟아진 뒤에 어르신들이 한분 두분 들어 오시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십니다. 
드레스가 이쁘다 누가 사주었냐 젊어 보인다 축하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며 모두들 한마디씩 덕담을 하십니다.  

 

목사님께서는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나오미가 신앙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인 것처럼 우리
어머니의 모범이 자녀와 주위분들을 믿음으로 인도하셨다고 칭찬해 주십니다
.  어머니는 우리 7남매를 키우시면서도 전도
하기 위해 동네분들 집에 가 설겆이도 도와주고 반찬도 만들어주며 한 해에
10가정을 인도하여 전도상도 받았습니다. 

 

설교후에 슬라이드쇼를 봅니다. 결혼초의 흑백사진이 나옵니다.   양산을 쓴 앳띤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고 종절모를 쓰고
한껏 폼을 잡은 아버지의 모습도 나옵니다
.  창경원에서 두동생을 앞세우고 찍은 사진,  나의 손을 두분이서 잡고 계단을 내려
오는 모습도 나옵니다
.  
월미도 바닷가 갯바위에 온식구가 앉아 놀던 즐거웠던 순간도 나옵니다.  막네 애숙이는 어디쯤 있을까? 

 

관사에 앉아 글쓰는 모습이 나오며 아버지의 생일축하 카드가 보입니다. 

  7남매를 혼자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소. 고맙소.

당신과 아이들 모두 믿음으로 열심히 살아 정말 대견하니 기쁘다오.

무릎은 좀 괜찮소? … … … 여보 사랑하오. 천국에서 애숙이 아빠가.’

 

어머니가 미국 가시기 전에 민속촌, 서울 대공원에서 동생, 언니와 함께 놀던 사진이 나오고  캡을 쓰고 까운을 입은 언니가
나옵니다
. 
카드엔  … … 엄마 하얀머리가 참 멋있어요. 엄마, 생일 축하해요. 천국에서 둘째딸 혜숙이가.’

 

몇번을 본 것인데도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큰언니도 동생도 나오는 눈물을 주체치 못하고 뒤로 빠져 나갑니다.
어머니 옆의 목사님도 손으로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고…   
아버님 돌아가시고 누님 돌아가셨을 때에도 우는 모습을 한번도
못봤다는 형부도 목이 메어 인사말씀 시간에 진정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 

 

어르신들은 만리포옆의 백리포에서 어머니의 비키니 수영복 입고 앉은 모습, 싼타할아버지 옷을 입고  우리 두아이 클라리넷
연주하는 앞에서 악보 받쳐주고 계신 모습
, 화원에서 입벌려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며 다같이 웃음보를 터트려 웃으십니다. 

손자, 손녀가 결혼하던 날 예쁜 한복입고 웃고 계신 어머니,  세배 받으시며 축복해 주시던 어머니가 보입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세요. 하나님, 저희에게 어머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사 후에 케잌을 자르고, 오락시간 입니다. 

남동생은 어머니를 번쩍 안고 한바퀴 돌고, 우리 목사님도 흥겹게  율동과 노래로 축하해 주십니다 
어머니는 몸둘바 몰라하면서도 좋아 마냥 웃으십니다.

‘ 개미허리에 쌍권총 차고…’  친구 어르신들의 노래를 들으며 모두들 웃으며 한껏 즐거워 하십니다.

 

‘사위, 며느리까지 효도하니 얼마나  좋아요. 복 많이 받으셨어요.” 

“즐겁게 좋은시간 가졌어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는 피곤하신지 잠이 들었습니다.  손님들도 식구들도 모두들 좋아하시니 뿌듯합니다.
준비도 말씀도 기도도 그리고 어른들 노시는 것도 모두 감동적 이었다고 식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 어머니가 슬라이드쇼를 보시며 깜짝 놀라는 모습이 꼭 ‘시네마 천국’ 에서 , 주인공 토토가  영화필름 잘라 모아둔 키스씬들만
의 영화를 보고 추억과 감동으로 놀라는 모습과 같았어요
.   언니는 혼자만 우나하고 꼼짝않고 앉아 있다 뒤로 빠져 나왔대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두를 안다는 걸거야.  그 사람의 아픔도 알고 그 아픔까지도 사랑한다는거지. 
예수님께서 수가동네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의 아픔을 알아주시고,  뽕나무에 올라간 세리장 삭개오의 아픔을 먼저 알아
주시고 구원해 주시는 사랑처럼 말이야
.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처음에는 혼자 7남매 키우느라 속으로 남편 원망도
하셨겠지
.  아마 후에는 남편을 더 잘 알고 돌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가슴아파 하셨을거야.  시집간  딸도 일찍 가슴에 묻게
되어 더욱 그러셨을거고
.   ‘어머니의 그 아픔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어머니 사랑해요.’  하고 말하는거야.” 

 

“ 당신, 내 아픔이 뭔지 아세요?”

“ 그럼, 알지! 안 빠지는 허릿살!  그건 내 아픔이기도 한 걸!”  


 

 

 

                                                                                  10 15 2008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