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날개위에 품바 其 10

1: 긴급뉴스
방금 들어온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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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오늘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  ...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오늘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  ...

2: 드디어 떠난 여행
지란회(芝蘭會)라는 시인(詩人), 개인회사 사장, 대학교수, ceo 8명의 대학동기
모임은 월 1회 전후로 만나곤 했다. 모일 때마다 이렇게 만나서 술 마시고 밥 먹고
떠들기만 하다 헤어지지 말고 모두 함께 언제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오자는 얘기가 오갔다. 그렇게 4~5년 동안 말로만 수십 번의 여행을
다녀오던 어느 여름, 
k시인이 느닷없이 “이번 금요일 우리 놀자.  2박3일로 여행을 떠나자.”라는
단 한 줄의 메일을 사발통문으로 돌렸다. 그 짧은 글은 이상한 마력(魔力)이 있어
우리 8명은 전부 각자 일손을 놓고 뭉쳤고 떠났다.  내 차()를 교대로 4명이 운전하며
우리는 안동으로 달렸고 나머지 3명은 안동 현지에서 정확한 시간에 합쳤다.

3: 모두 핸드폰을 꺼내다.
막 안동 하회마을 주차장에 들어서는 데 긴급뉴스가 주차장에 걸린 확성기를 타고
다급히 울려 퍼진 것이다.  갑자기 우리 모두는 각본에 쓰여 있기나 한 듯이
한 놈 예외 없이 거의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손놀림이 바쁘다.
그런데 회사보다는,  학교보다는,  주로 집을 찾아 다이얼을 누른다.
“여보!  거기, 별일 없지?” 식으로...
그 순간에 모두 뜻밖에 이산가족이 되는 게 아닌 가? 하는 묘한 두려움에 빠졌던 거다.
짜식들 모두 어쩔 수 없는 민들레 과(科)이로세!

4: 바삐 차린 술자리
그렇게 다소 긴 통화들이 끝나고 우리는 하회마을의 회룡고조(回龍顧祖) 형국(形局)의 하천을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대충 둘러보고 어느 주막에 자리를 잡고 초저녁부터 술을 찾는다.
아마 타던 목을 축이느라, 둥둥 울리던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우리는 그리 서둘러 소주를 비웠나보다.  참 무던히도 마셔댔다.
우리가 그 안동까지 술타령하러 간 건 아니었건만...

5: 완전 누드 가수들
한참이 지나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우리 모두는 아직도 뭔가 개운치 않은 듯...
공연히 우왕좌왕이다.  마침 저 건너에, 흐르는 소리로 그 존재를 알리던,  다리 밑을
흐르는 넓은 개천(開川)으로 최면에 걸린 듯 더듬더듬 내려간다.
때는 음력 6월 그믐날이라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이다.  비탈진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침 내가 준비해간 만년필 형() flash가 진가(眞價)를 발휘한다.
우리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완전 나체가 된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개천에
몸을 담그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  아니 악을 쓴다.  참 많이도
긴장했던 가슴을 그렇게 우리는 자정을 훌쩍 넘겨가며 시커먼 밤하늘에 메들리로
풀어 제친다.   아까 잠시 놀란 가슴을 찬물에 씻어내리며
어느덧 우리들 본래의 신나는 기분으로 돌아와  
목청껏 소리지르며  그날 1994년 7월 8일 안동
밤하늘 멀리 멀리, 높이, 높이, 날려 보냈다.

5: 지란회의 문화유산 답사
다음날 자연과 어우러져 지은 병산서원의 건축미에 탄복하여 한 시간이나 만대루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아직은 이파리 파란, 부석사 오르는 은행나무 오솔길을
시인(詩人)의 추임새를 들으며 걷고,  불교에 정통한 LY의 설명을 들으며 경내(境內)를
오밀조밀 둘러본다.  또한 한학의 대가(大家) K교수의 안내로 도산서원을 둘러본다.
주왕산 등반에선 아직은 덜 망가졌던 나도 스틱 없이 정상에까지 내 땀방울 심고...

물론 저녁엔  H사장의 작은 아버지가 주인장인,  마치 그 옛날 초등학교시절 강화전등사로
수학여행 가서 묵던 길게 늘어진 옛날식여관에서 주인이 차려준 푸짐한 닭 파티에
여관에 들어있던 다른 손님들 전부와 닭다리 하나에 노래 한곡씩 부르며 질펀하게
술판을 벌였고... 그 자리에선 우리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재무장했다. 
20여년을 부산 와이프와 살아 반() 경상도 놈인 나도 자연스럽게 경상도 싸나이 되어
술도,  이야기도,  노래도 걸쭉하게 비벼대고....

“느그들 아래 다들 긴장했었제?”  내 물음에
“긴장이라카이...!!  억수로 재미만 있었구먼...!!!”
능청들을 떨며 잘 놀고 잘 쉬며 다녀온
처음이자 마지막인 친구들과의 야외 나들이였다.

그 후 다시 2박3일 여행은 아직까지 "가자 가자"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뭔 일들이 그리 바쁜지...나는 그 후에 친구 녀석 한 놈과 남한 일주를 2번이나 했고
인천친구들과는 단체로 안면도 롯데 캐슬등 몇 번 숙박여행을  다녀왔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