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교실 3번째
네이버에 가입하고
블로그에 들어가기를 배우는 날입니다.

10시에 시작인데도 9시 조금 넘으면 등교하는 열성들 때문에
반장인 김자미는 9시에 도착해
교실문을 열고 물을 준비하는 등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일찍 등교 해, 복습을 하고 예습을 하는 학생들이니
1교시 끝나고 휴식시간 중에도 쉬지를 않고
선생님을 들들 볶는 통에 오히려 선생님들이 진땀을 흘립니다.
다들 하는 말이
학창시절에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입니다.
그랬다면...
그랬다면 말입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까요?

그 중에서 제일 열등생인 나는
네이버에 가입하기가 어려워
영주 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들어가 "블로그 가기" 를 눌렀을때
깜짝 놀라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미 그 곳엔 2004년도에 가입이 되어있는
나의 비밀의 방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 곳엔
지금은 기억에서도 사라진  글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살림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가입을 도와준 영주도 놀라고
나도 놀랐습니다.

실은
우리 남편이 컴맹인 아내를 위해
블로그를 만들어 내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둔 "비밀 창고" 였습니다.
훗날, " 찾을 때가 있겠지" 하고 예견했던 것일까요?
아내도 모르게 만들어 놓고는 드나들다
갑자기 세상을 버렸기에  까맣게 몰랐던 것입니다.

눈 앞이 캄캄해 왔습니다.
이따금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끄적이는 아내를 심히 못 마땅해 한 사람이었는데
이 곳에 남몰래 쌓아 놓았다니요...
항상 내 글을 보면 "그 따위 말장난질" 이라고 질색을 하던 사람이었으니
더 더욱  놀랄 수 밖에요.

지독하게도 컴퓨터를 싫어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식구 모두 컴에 빠져 살았으니 그것이 지겨웠습니다.
방마다 틀어 박혀 컴 앞에만 앉아있고
자지도
먹지도 않으니
속이 탈 수 밖에요.
그래도 우리 남편, "늦게라도 컴앞에 앉을 날이 있겠지"
하며 이런 작업을 한 것은 아닐까요?

나는
오늘
컴 교실에서
겉으로는 구박을 했어도, 진짜 자상한 남편의 속마음을 알았고
뒤늦은 시간,
이제야 진실을 안
미련한 내 자신이 미웠습니다.
물론 사라진 글을 다시 보게 되어 감회도 깊었고요.
시간 내내, 남편이 남기고 간 내 블로그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내가
만약 컴 교실에 등록을 안 했다면
 아마 이런 진실을 모르고
그냥 살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컴 교실은
나에게는 행운이고 보물이 된 셈입니다.
가려진 진실을 알았고
미숙한 글이지만 추억을 되찾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