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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아, 어디 있니? 나는 도착했는데.”
, 나도 거의 다 왔어.  금방 도착할거야.”

조금 들뜬듯한  밝은 혜경이의 목소리다.  

혜경이는 부모님과 혜경이를 딸처럼 사랑해 주시는 미국 양엄마와 함께 서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고개를 크게 끄덕여 인사하는 혜경이 옆에서 그 미국엄마도 우리 전에 함께 한국갈비 먹었죠?”하며 먼저 인사한다. 
가끔 좋은 곳으로 불러 구경시켜주고  밥도 사주는 혜경이는 나의 좋은 친구다.  가까운 곳에 좋은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

 

지금,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금문교 들어오는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The Legion of Honor” 미술관 앞에 우리들은 서있다.

 

입구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작품을 잘 봐. 허리도 고개도 숙이고 팔도 손목도 구부려 턱을 괴고 있지. 그리고 발가락 까지도… , 몸을 하나같이 안으로 안으로 구부려 웅크리고 깊이 생각하고 있잖아.  눈도 깊고 얼굴도 심각하게…. , 무얼 생각하고 있는걸까?” 

 

그림도 그렇지만, 수필을 쓸 때 화살이 과녁을 향하듯 모든 이야기가 주제로만 집중되면 글이 간단해서 읽기 쉽지.”

 

박물관 윗층엔 ㄷ자로 19개의 방이 있는데 중앙엔 로댕의 80여점의 작품이 있다. 

탕자, 키스, 이브, 세 망령, 세례요한 등.

가장 큰 세 망령의 얼굴표정은 희망도 기쁨도 없이 무섭고 괴로운 표정이다. 
지금 하나님 없는 지옥문에 있는거야. 하나님이 외면하고 떠난 전형적인 얼굴이지.” 

 

ㄷ자의 한쪽 끝에는 이스라엘의 5000년 역사 속 유물들, 사해근처 쿰란에서 발굴된 2000년전 두루마리 구약성경 일부가 전시되고 또 다른 한쪽 끝 깊은 곳에는 우리가 잘아는 고야, 마네, 드가, 세잔느, 르노와르, 모네, 고흐, 피카소의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들은 하나씩 하나씩 다른 사람들과 함께 둘러본다.

영국의 초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다. 밝은 얼굴들, 환한 의상들이 인상적이다. 

 

17세기의 렘브란트, 구벤 등의 작품엔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예수님을 잡으려 시험하는 자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며 한손은 동전있는 아래로, 한손은 하늘을 가르키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바리새인들의 얄궂은 얼굴이 잘 나타나 있다.

 

세 어린애가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천진한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리와 함께 불러요.”  속삭이며 화가는 나를 부르는 것 같다.

 

깨어진 항아리속의 걱정스런 소녀 표정이 귀엽고, 한편 측은해 보인다. 

펌프물을 길러와 항아리를 깨쳤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어떤 소년을 생각하며 물을 푸다 깨뜨렸을까? 

집에 가 혼날 생각을 하니 걱정되어 망연하니 앉아 있는 예쁜 얼굴이 처량하다.  집에 돌아가면, 슬슬 엄마를 피할까? 

엄마는 분명 덤벙대고 촐삭거리다 깨쳤다고 야단 야단하고, 아빠는 나를 쳐다 보지도 않을거야. 

 

한 소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사랑에 빠진걸까꿈속을 거닐던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나의 사랑하는 이여, 어서 오세요.

산을 넘고 들을 달려 어서 나에게로 오세요.” 노래하며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 앞에 앉아 스케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빨간 망또를 두르고 눈을 반짝이며 그리고 있는 코가 오똑한 한 소녀의 모습은 그림 속 여자보다 더 예쁘다.

 

나의 눈에, 동산 위에 떠오르는 보름달 모양 확 들어오는 그림이 있다.

 “The Bath”.  여자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고 흑인이 물을 끼얹어 닦아주고 있는데 그 뒷모습이 그렇게 백옥같이 환하게 빛나고 아름다울 수 없다.  그 뽀얀 피부 색상이 어쩌면 저리 고울까? 

 

큰 화폭에 영화 속 장면같이 화려한 의상이 나를 압도한다.  러시아의 신부라는 작품 속 여인들과 신부가 예쁘다. 

정말 예쁘다.  행복한 신부의 표정이 정말 예쁘게 그려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오늘 이 신부를 위해 서 있다.

 

온통 검은 그림 속에 오직 백합 한그루가 하얗게 피어있다.  장미도 엉겅퀴도 모두 어두움 속에 숨어 있는데 백합만이 홀로 빛을 발하고 있다.  제목이 엄숙하다. “Still Life”

 

돌아 나오는데 한쪽에 어느 병사의 죽음이 그려져 있다.

붉은 옷을 입은병사는 쓰러져 죽어 있는데 한 여인이 젖을 내놓고 어린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밝은 조명은 엄마의 젖과 아가에게 비춰지고 있고  죽음과 새 생명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아직 혜경이 아버님이 나오시지 않았다. 남편이 되돌아가  본다. 

무엇하고 계셨어요?”   , 예수님 초상 앞에서 무언가 메모하고 계시더라고.

모든 초상화 속 사람들 눈은, 나를 쳐다 보는데 이 예수님은 초점을 잃고 풀린 눈으로 허공 속에 있다 고 하시면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크게 소리지르시고 운명하시는 모습일거야. 그래서 내가 그림 옆에 서 계신 아버님모습 찍어 드렸지.”

 

마지막 방에 들어서니 모네의 큰 수련이 정면에 걸려있다.  멀리서 보니 정말 연못에 연꽃이 핀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이다. 고요함 속의 물빛이 곱다.  모네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못가에 햇빛을 따라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고흐의 그림들은 모두 조그맣다. 가난한 화가의 마음이 찡하게 전해져 온다.

 

점점 관람객들은 많아지는데 점심 때가 되었다.  어르신들이 시장하시면 안되는데   이제  드영미술관으로 옮겨 그 곳에서 점심을 먹자한다.  혜경이는 벌써 메뉴까지 보았나 보다. 

 

여보, 오늘 명화 본 소감이 어때?”

정말 놀랐어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작품들이 아름답게 남아 있잖아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천지 차이예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잘못하면 부모님 눈치 보느라 힘들고, 부모들이 슬쩍 모른척하고 외면하면 더욱 괴롭잖아요.  잘하면 물론 모두들 행복하고요. 사람들이 하나님 뜻과 어긋나게 살면 하나님이 낯을 돌려 외면하고, 그러면 사람들은 불행하게 느끼나봐요. 죄짓지 않고 착하게 살면 행복한 얼굴이 되고요.”

 

오늘 만점이네.” 

로댕도, 그림 속 주인공들도 모두 기뻐할거예요. 찾아와 만나서 반가웠다고…”

 

 

 

                                                                              7 31 2008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