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
그리구
우리 친정에서는 오늘이 내 생일인데,
언제부턴지 내 생일이 슬그머니 실종.
굳이 실종의 원인을 따지자면
울 엄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게 첫째고,
둘째는 우리 시가에선 음력을 쓰니
난 음력 날짜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니까 내 자신도 지 생일을 챙기지 못 하는데다가
우리 남편?
자기는 남들 생일날 만큼 평소에 부족함 없이 잘 해주니까
생일날이라구 특별히 잘 해줄것이 없다고 말로 눙치고 넘어가는 사람이야.

울 엄마 사셔서는
오남매 생일이 돌아오면
좋든 싫든 본인이 한국에 있든 없든
수금원을 자처한 울엄마에게 몇만원씩 안 털릴 수가 없었어.
사남매집에서 걷는 돈에다 엄마가 얼마간 보태서 생일 임자가 필요하다는 걸 사다 주시는게
울엄마의 할 일이고 재미이고
그리고 기다림.

엄마가 오신다니
어느땐 혹을 한 두명 달고.
아무리 푹푹 찌는 여름 생일이라도
쇠고기 미역국을 안 끓일 수 없었구
반찬 몇가지라도 솜씨를 부려봐야 하잖아.
여름에 불 앞에 서는 게 곤역스러워
축하고 뭐고 안 받으면 딱 좋겠더니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 시절이 좋았었네.

얄푸레한 연보라 치마, 모시적삼 입으시고 양산 받쳐든 울 엄마가
10층 꼭대기 딸네집을 연신 올려다 보시며
내 생일에 오셨던지가 몇해 전이던가
우리 애 여섯살때가 마지막인지    아마.

아   아   ~  ~

생각하면 뭐 할건가
미역이나 불려 놓고  공이나 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