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한 달을 통째로 연수를 받게되었다.
오늘 첫 날!
장학관님의 교양강의 중 교육학자 리브스의 [동물학교 이야기]
다시 한 번 아주 쉽게 내 마음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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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새, 물고기, 다람쥐, 도리 등 수많은 동물들이 모여서 학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토끼는 달리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고, 새는 날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물고기는 헤엄치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람쥐는 나무 오르내리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특기를 수업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에 동물들은 이 모든 걸 과목으로 만들어 놓고 동물학교 학생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달리기에서 토끼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토끼가 날기 수업을 받으면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들은 날기를 가르치겠다는 일념 하에 토끼를 놓은 가지위에 세워놓고 ‘토끼야, 날아 봐! 날아 보라니까!’하고 말했습니다. 불쌍한 토끼는 가지에서 뛰어내렸고, 결국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를 다치고 말았습니다.


뇌를 다친 토끼는 이제 달리기조차 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토끼는 달리기에서 A  아니라 C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력을 인정받은 덕에 날기에서 D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이처럼 각 과목에서 고른 성적을 받은 토끼를 보면서 자기들의 교육방법에 대해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날기에서라면 누구도 새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중곡예를 할 정도였으나 당연히 A감이었죠. 하지만 새도 두더지처럼 굴을 팔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교육과목 선정위원회의 주장이었습니다.


새는 이 수업을 받다가 날개와 부리 등 온몸이 다치는 바람에 결국엔 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아주 흐뭇한 얼굴로 새에게 날기 과목에 C를 주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이런 식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이런 걸 뭐하러 배우냐며  낮잠만 자서 골치덩이였다. 

교육과정에 문제점이 많아졌지만, 잦은 제도변화는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며 그대로 시스템을 유지했고 시간이 흘러 졸업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는지 아십니까? 어느 과목에서나 지진아 취급을 받던 뱀장어였습니다. 뱀장어는 거의 모든 과목을 그럭저럭 다 잘할 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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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해진 수업설계대로 진행하기위해 학급아이들을 똑같이 이끌고 가려고 노력하면서...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 못 탄 친구를 버리고 가야되겠니? 차를 세워 함께 태워가야하지 않겠냐"며 자는애들 흔들어깨우고, 게임하는 애들 꿀밤먹여 가며 수업내용을 모두에게 꾸역꾸역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내 욕심은 아닐까?

컴퓨터그래픽 수업중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며 엉뚱한 소릴하여 수업을 방해하고 몰래 컴퓨터게임을 하여 화를 치밀게 하다가도 후다닥 실기작업을 남들보다 빨리 기발하게 해대어 "넌 참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니 기고만장하여 내게 "알라뷰"하는 말썽구러기 남학생~~

학급에서 거의 말이 없고 출석부를 때도 개미소리 만하게 대답하며..손에서 늘 땀이 흥건히 배어 책을 적시곤 하는 아이도
마우스로 휘리릭 역동적인 말을 그려내어,  잘한다 칭찬했더니 게임그래픽을 할거란다.

정말 하기싫고 자기한테는 필요가 없는 거라며 매시간 자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말없는 수업거부 학생의 낙서장에 그린 만화를 보고.. 이 만화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하면 훨씬 표현하기가 쉬울 거라 했더니 겨우 컴퓨터를 켜던 학생~~

그야말로 아무 목표의식이 없고
그저 "그냥요~~" "내 맘이예요~~" "내가 하기싫다는데...왜 그래요" 등 이것이 꼭 자기의 민주적 의사표현인 양 착각하는 청소년들...

과연, 아무생각 없어보이고 그냥 학교에 왔다가 가는 것이 모두인 얘들 마음 속 저~~ 구석에 숨겨진 재능을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