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미국에 처음 유학생 신분으로 왔을땐
한국 라디오도,신문도 없었다.
저녁에 몇시간 한국 티브이 방송이 있다는 걸 안 것도 시간이 꽤 흐른 다음이었던 것 같다.
라디오를 틀면 (아마 클래식 방송 이었던 것 같음) 코리아 코리아 라는 단어를 여러번 들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career라는 단어가 그렇게 들렸던 것 같다.
저 사람들이 뭣 때문에 코리아를 자꾸 말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물어 볼 사람도 없었고---

남편이 나가고 난 저녁시간엔 혼자 티브이를 보았는데
무슨 데이팅 게임 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티브이에 나와서 잠간 만나고 그간의 경과를 시청자 앞에서 보고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시하는데
어떨 때는 여자가,어떨 때는 남자가 딱지를 놓고,
어떨 때는 서로 맘에 들어,
방송사에서 주는 여행권이니 이런 걸 받아들고 포옹을 하며 좋아하기도 하는 그런 프로였다

남자에 대한 여자의 반응이나,반대로 여자에 대한 남자의 반응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나름대로,괜히 좋으면서 저러지---
서로 싫은 내색을 하지만,저 정도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끝에 가선 반전이 있을거야 하면서 프로를 지켜 보았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항상 빗나갔다.
그들은 좋으면 좋다고,싫으면 싫다고 정말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처럼 "내가 이렇게 말해도 너는 내 진심을 알아 줄거야" 하는 식의
이심전심의 대화법이 통용 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얘기는 그냥 내 마음속에 미국인들의 한 모습으로 새겨졌었는데,
직장에서나,만나는 미국인들 모두도 거의 다 그렇다는 걸 안 건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이다.

내 나름대로,이정도 얘기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하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안 건----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 마음도 표현을 해야하는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게
어떨 때는 부담이 되지만,
어쩌겠는가,나는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야 하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의 습관도 익히며 살아야 하는 걸---

그들에겐 우리처럼 multi tasking의 능력이 없어 보인다.
한가지 일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일도 동시에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렇게 하는 걸 잘 못한다.

하지만,어려서 부터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 하며서 자라도록 교육을 받은 그들의
문화가 어떨 때에는 오해의 여지가 없어서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걸 보면
'세월의 힘이 무섭구나 '하는 걸 느껴보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