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人은 좁은 텐트 안에서, 남자와 베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을 지내고 있다.
그래도 남자는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있다.
벌써 여러 날 째이다.

이 일은 유목민의 오랜 풍습으로, 귀한 남자가 오면 그 손님을 환대하는 표시로
자기의 여자를 잠자리에 들게 하여 동침하게 하는 "貸妻婚"[대처혼]이라는 풍습이다.

어느 날,
카자흐족 마을에 중국의 유명한 화가가 빼어난 계곡을 그리려고 마을에 찾아 오자
그 집 주인이 환대의 표시로 자기의 여자를 텐트 안에 들게 한 것이다.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도 남자는 손 끝 하나 건드리지 않으니 여자는 속이 탈 수 밖에....

그렇게 속이 타던 어느 날,
화가가 작업을 하는 곳으로 간식을 준비해서 가지고 가던 중,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여인이 쓰고 있던 실크 스카프가 날아가 버렸다.
그 장면을 목격한 화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깍아지른 듯 한 낭떠러지를 기어 내려가 그 스카프를 간신히 주워, 여인에게 돌려 주었다.

원래 추운 지방의 유목민에게는 실크가 금, 은 보화를 주고 바꾸는 귀중품이다.
그래서 기동성이 뛰어난 유목민들에게서 실크를 팔고 사던 길이 바로 "실크 로드"라고.

그 귀한 실크 스카프를 받아든 여인이 갑자기 스카프를 내 동댕이 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싸랑, 싸랑"........이라고.

"싸랑"은 알타이어로 "무정한 바보"라는 뜻으로,
한 뼘 베게도 넘지 못 하는 남자가, 무슨 용기로 깍아지른 낭떠러지로 기어 내려가 스카프를 주워 왔느냐?.......하는 원망이 담뿍 담긴 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랑"이란 단어가 바로 이곳 알타이어의 "싸랑"에서 왔음은 설명 할 필요도 없다.

어찌 되었든,
그 귀한 실크 스카프를 다시 버렸을 정도로,
자기의 마음을 몰라라 하던 화가를 원망하던 카자흐의 여인,
"싸랑"은 그런 것일까?

영원한 인간의 주제인 "사랑"은 이렇게 단순한 것에서 부터 시작 되었나 보다.


                                언젠가는 실크 로드를 따라 여행을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 내몽고 여행이 그 꿈을 더욱 부채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무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그 사람들을 꼭 만나 보고 싶다.
                                金山이라는 뜻의 알타이 산도 보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