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밤 11시가 넘어가는데도 모임이 안 끝나자 김씨는 점점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나가자는 그에게, 연말연시와 몇 주말을 바쁘게 지내다보니 김치도 떨어지고,
나갔다 하면 새벽 두 세시라,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없다면서
오늘은 밀린 집안 일이나 하면서 쉬겠으니 당신 혼자 다녀오라며,
나오는 그의 등 뒤로 "당신 오늘 밤도 늦으면 용서 없을 줄 알아요."란 소리가 귀에서 맴맴 돈다.
그도 오늘은 웬일인지 끝날 듯 하면서도 또 다시 이어지는 말들이 짜증스레 느껴지며,
하늘이 두 쪽이 난다 해도 마누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시계와 문쪽으로 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밤11시30분, 드디어 식당문을 나서는데 임씨 급히 따라나오며
"당구 한 게임하고 가자."
"아 안돼요 형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자정전에 들어가야 해요."
"아니, 갑자기 니가 무신 신데렐라가? 아까서부터 자정 자정 해쌌는데 와 그라노?
니가 빠지면 성원이 안되는데...
한 게임만 빨리 하고 가자."
차 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죄송합니다. 다음 기회에. "
시동을 걸면서 유혹을 이긴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3년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이민 생활에 꽤나 익숙해졌음을 느낀다.
시간을 보니 아무리 빨리 달려도 5~10분 정도 늦을 것 같지만
그 정도야 봐 주겠지 하며 부지런히 주차장을 떠난다.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며 마누라의 모습이 크게 떠 오른다.
가만 살펴보니 이민와 사는 남편들 치고
"마누라 덕 안 보고 사는 사람 손 들고 나오시오," 해도 총알 맞을 일은 없을 것같다.
마누라 덕에 많은 교우들과 사귀고 호형호제하며 오가는 동안
이곳 생활의 외로움에서 벗어나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큰 애들 둔 엄마 같지 않게 어깨에 매달리며,
카나다에 오니 연애 시절처럼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너무 행복하다며
한국에선 당신과 있던 시간이 없어 결혼 후 오랫동안 당신이 이렇게 멋진 남자였는지 잊었었노라며
먼저 이민 오신 분들처럼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고 살자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 역시도 연애 시절과 변함없다고 느끼며,
그 사랑스럽고 똑똑했던 만능의 절세가인이란 이런 여자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하고
황홀했던 그 여인임을 재삼 확인한다.
어머님도 "얘야, 넌 정말 색시 잘 골랐다. 저토록 상냥하고 재주있고 사랑스럽기가
내 속에서 나온 딸보다 더 예뻐 보이니 애기의 친정엄마는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하셨던 내 사랑스런 여자. 일 년을 넘기도록 갈피 잡지 못하는 그에게
"여보! 나 도넛츠가게에서 일하게 됐어요. 무엇이든지 뛰어들어 봐야 이나라서 살 수 있지."
직장도 먼저 뛰어들어 여러가지 듣고 온 이야기 해주며
"당신도 아무거나 시작해 봐요. 아이들도 열심히 적응하는데
우리가 한국 생각에나 연연해 있으면 어떻게해요?
한국을 떠날 때 한국에서 채우지 못했던 것을 이곳에서 찾고 채우려 왔으니까
그것들을 기 위해 노력하고, 설사 우리가 잘못 생각했었다 해도
우리가 버리고 떠난 것과 우리가 결정했던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삽시다.
일도 해 보니까 말이 잘 안 통해서 답답하지만 주인들이 잘 도와주시니 견딜만 해요.
당신은 나보다 더 잘 하실수 있을 거예요." 라며 등을 밀어냈다.
가게 헬퍼로 일을 하면서 많은 갈등에 시달렸지만 점차 나를 버리고 동화되며
잡다했던 한국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다.
육체적인 고달픔은 있지만 오히려 마음 편안함에 길드려지고 이런 삶도 가치 있는 거라고 자위하며,
단순해 보이는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이런 맥락이였다고 생각한다.
마누라가 몇 달 전 시작한 픽업세탁소, 직장에서 일 끝내고 교대해 주면
마누라는 저녁준비하러 퇴근하고,
세탁소 문 닫고 들어가 저녁 먹고 자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
주 6 일 일하고 주일날은 교회에가고 하다보면 한 달 두 달이 잠깐이다.
둘이 직장에 다닐 땐 틈을 엿볼 수 있었고 짬도 낼 수 있었는데,
내 사업이라고 시작하고 보니 틈도 짬도 낼 수 없이 바쁘고 피곤하다.
아이들도 커 학년이 높아지니 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는고로
아이들 잠들기 기다리다 먼저 곯아 떨어지기 다반사고
결국 주말이나 디-데이로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서너달은 세탁소에 매달리느라 까먹고,
연말연시라 어영부영 오랫동안 그야말로 사랑도 '뚝'이었다.
그 동안 몇 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말연시를 기해서 굳건히 다져진,
그야말로 눈만 마주쳐도 뜻이 통해 내 뺄 수 있는
새 놀이에 빠져 여러번 마누라에게 경고와 치도곤이 났지만서도
어디 한국에서와 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가장으로서 의무와책임, 처신도 중요한 것 안정된(?)
오늘이 있기까지 마누라의 공을 치하하며
오늘만큼은 아낌없이 뜨겁게 안아 사랑해 줄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지만
처음 계산했던 것처럼 5분이 늦었다.
마누라와 얼굴이 마주쳐지는 순간부터 "사랑하는 마누라! 내가왔어," 이렇게 저렇게 해주리라 구상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올라가는데 왜 그다지도 느리고 안달이 나는지.
쏟아질 바가지 세례도, 벌도 서라면 받으리라 각오하면서도
겨우 5분인데 지까짓 게 몽둥이라도 들고 서 있을까?
문을 여니 깜깜하게 불이 꺼져있다.
스윗치를 올리면서 급한 듯 뛰어 들어가 침실도어를 잡는 순간,
아뿔사!
우째 이런 일이!
굳게잠긴 침실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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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Sorry. 털보구멍가게 Closed. 주인백.
춤에 노래에 거기에다 글솜씨도 일품이네.
이 정도의 글이면 나는 아마 7시간도 걸렸을거야.
용순이가 못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팔방미인이라는 말은 너를 두고 한 말일까 싶다.
글 잘 읽었고
자주 올려줘
그러면 실력이 날로 날로 늘겠지.
그리고 영주는 친구들 덕분에 다 좋아졌어.
걱정마.
아마도 지금은 수학여행 중이라 이곳에 들르지를 못 할 뿐이고....
너의 글 보면
무진장 좋아 할 거야.
언니의 부족한 걸 소리없이 들어와 제대로 교통정리 해 주고간 나의 동생아,
흐음 이제사 글처럼 모양새가 나네. 정말 고맙네.
우째, 이런 일이 ...
산학아 오해도 큰 오해다. 컴맹이 전에 썼던 글을 여기에 옮기는 데
그토록 장 시간이 걸리는데다 이것 저것 생각없이 쳐내려가다 보니
문단도 못 가르고 무조건 써 내려 갔거든 내가봐도 아니다 싶어
부탁했었어
일 하면서 생각이 떠 오르면 메모했다 틈틈히 쓰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편지수준에서 좀 벗어 난 정도지만 만족한다.
댓글 다는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벌써 한번 날라갔다.
"털보구멍가게"라니 용순이가 그로서리 마켓을 열었나?했더니
아하!
그 구멍가게가 그 구멍가게로구나~~~~~~~
역쉬 우리 용순이는 윗트와 재치 유머가 만만점이라니까~~~
너무 재미있게, 아니 감명깊게 네 글을 읽었다.
제일 첨음엔 네 님편이 쓴 글인줄 알았어.
이민 와서 수고 많이 했지??
무엇보다도 힘든 이민생활을 하면서 신앙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긴 네가 자랑스럽다.
아이들도 다 잘 컸고, 사는것도 이젠 자리가 잡혔고,
이젠 건강만하면 되는데.........
나도 요즘 미국 온지 30년이 되었는데, 그 동안 내가 뭘 해 놨는지, 내 눈에 보인건 눈가에 생긴 주름과
늘어진 살가죽 뿐이라 좀 기분이 거시가니하던 중인데 네 글을 보고
우리 인일의 딸들이 참 다 씩씩하고 자존심 강하고 똑똑하다는 걸 다시 느끼며
나도 자긍심을 갖게 되어 위로가 된다.
요즘 늙느라고 순발력도 많이 떨어지고 자신도 없어지고
말도 잘 되고 글도 잘 안 써지고, 좌우간 그분이 아주 거시가니하다.
용순아!
네글을 읽으며 니가 내 옆에서 말 하는것처럼 네 소리를 듣는다.
너 쨩이다!!
그럼 자주 까꿍할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