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왜 그리도 춥고 쓸쓸했을까
덩치만 컸지 철부지같은 아들을 머나먼 포항 땅에 남겨두고 오던 2년 전을 생각하면,  어미의 심정은 지금도 찬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리다.
집 떠나 보낸 어미로서는, 추운 겨울 신병훈련 기간이 이녀석이 잘 해낼까 살얼음 딛고 사는 마음이라 가장 견디기 힘들었고,
자대배치 받고서 계급높은 윗사람들과 잘 융화되어 지낼까 그것이 또 노심초사였었다.

첫휴가 나오던 때 부둥켜 않고 울고불고 하던 순간이 떠오르며 눈가에 이슬이 사알짝 지나간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하던가,
언론매체라는 것이 오히려 화를 더 불러 일으켜서 군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고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남의 집 아들 이야기 같지 않고 이병장도 그런 경우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더욱 마음은 애간장이 탔다.

요즘도 신병이 사고를 당한 기사를 보았고,
병이나도 제대로 검사조차 받지 못한 채 병을 키워 죽음을 눈앞에둔 병사 이야기엔 할말을 잃었다.
내 아들도 몸살이 났는데 쉬지도 못하고 참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부당하고 억울하게 윗사람에게 얻어맞지나 않았는지
변기청소사건으로 대변을 찍어먹으라고 했던 사건에서는 그만 내 머리가 돌아버렸었다,
당장 쫒아가서 군대고 뭐고, 상관 멱살잡고 귀싸대기라도 때려주고 싶었다.

귀대할 때 이병장의 풀죽은 미소가 나를 힘들게 했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매몰차게 내가 먼저 그 순간을 잊으려 했다.
자주 나오는 휴가에 익숙해지면서 그렇게 시간은 2년이 흘러갔다.

어차피 홀로서기를 하는 훈련기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귀대 때마다 나는 잔인하고 냉정하게 마음으로 다져먹었다.
너는 너의 길을 가야하고 앞으로 너에게 딸린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사나이의 길을 이미 3분의 1은 헤쳐나간 것으로 생각하거라.
부모가 해줄일은 물질적 안락한 풍요가 아니라 네가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와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아니다, 이말은 군대 면제를 받도록 힘을 쓰지 못했던 빽없는 부모의 변명이고 합리화 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갖은 방법으로 자식을 군대 안 보내도록 하는 힘있고 빽있는 사람들을 평소 경멸했지만
내 아들이 군대갈 때는 그것이 못난 부모같아 몹시도 미안하고 그랬었다.

그래 ! 이병장
어찌되었던 2년은 흘러갔다.
2년 동안의 군대 무용담은 귀신도 서너명 잡았고, 동해바다로 침투한  간첩도 2-3명 잡았다고 두고두고 이야기 하겠지.
남자들은 군대이야기가 화제의 반 이상이라고 하니 남은 평생 반복할 무용담거리 많이 만들었구나,
우리가족에게 넌,
이 다음에 네가 부양할 아내와 자녀들에게 넌,
귀신도 간첩도 맨손으로 너끈히 잡은 멋진 해병이었음을 내가 증명하마. *^^*

2년씩이나 기다렸는데 제대날 22일까지의 5일이 왜 이리 50년을 기다리는 기분일까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 공연히 침구랑 옷장이랑 다시한번 점검하며 귀신잡던 이병장의 제대날을 기다린다.

이병장 수고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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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졸작 군사우편을 애독(?)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편(13편)을 쓰게 되니 섭섭시원하군요,
그냥 아들을 군대보내면서 엄마의 마음을 2년동안 제 나름대로 끄적여본 것이랍니다.
어서 통일이 되어 이런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지금 아들을 군대보내게 되는 불안한 마음의 엄마들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2년..............그냥 저냥 지나가더군요


둘째가 이병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