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먼저 화장부터 덕지덕지 야하게 하겠다.

머리는 꼬불꼬불 파마를 하고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염색도 하겠다.

머리털을 길게도 짧게도, 볶을 수도 펼 수도 있는 자유

치마도 바지도, 넓게 좁게

마음대로 입을 수 있는 자유

남자처럼 그 신물나는 양복에 넥타이만이 아니라

수만 가지 스타일로 옷을 해입을 수 있는 자유

요란하고 섹시하게 꾸며도 되는 자유

적당히 기분좋게 노출을 해도 되는 자유

그런 여자의 자유가 나는 부럽다.

내가 여자라면 싸구려라도 좋으니

열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끼고

귀걸이 목걸이 팔찌 발찌까지 주렁주렁 달겠다.

그리고 손톱도 아주 뾰족하게 길러

열 손톱마다 각각 다른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하겠다.

(그 손톱으로는 물론 내 애인의 온몸을 슬슬 쓰다듬어 주지)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 관능적으로 보인다는 것

하나만을 위하여

온 마음을 쏟아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견스러운 일이랴

얼마나 부러운 일이랴.

화장도 못 하고 머리도 못 기르고

목걸이 귀걸이도 못 하는 지금의 나

언제나 점잖은 척 뻔뻔한 얼굴로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자유를 두려워하는

겁장이인 나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