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남 **


              글 : 한효순


꿈많던
소녀적 기억을 더듬어
쪽빛 하늘에 물든 가슴을 열어 봅니다

아카시아향 가득한 교정
둥근 교사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에 떨구고 간
꿈의 조각들

한아름씩 날라 쌓은 벽돌엔
바랜 인연의 치마폭이
틈새마다 휘감겨

흩어져 살아가는 우리를
살포시
인일의 지붕 아래 끌어 모으고

이제껏 닫고 살다
빼꼼히 열어 놓은 마음 자락에
눈부신 가을햇살 들이며

녹슨 문지방
삐걱대는 가슴
오늘은
활짝 열어
그리웠던 눈망을 담고

아카시아 언덕에 묻어둔
때 묻지 않은 마음들이
되돌릴 줄 모르던 순간을
낚아채
꿈많던 그 때로 돌아가
우리네 마음에
그리운 아카시아향 가득히 채워

너와나
시간의 굴레에 남아있는
기억의 자투리
곱디고운
인일 뜨락에 펼쳐 놓고

가끔
삶이 메말라 목마를 때
살짝 거들떠 마른 목 채우고
푸석거리는 가슴
촉촉히 적시고 싶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에
머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