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뜻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 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 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