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정 한 귀퉁이의 덩그만 벤취사이로 잡초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네요
오는 이 가는 이 쉬어가라고 있는 벤취이지만 가만히 쳐다보노라니
마음 사이사이로 천갈래 만갈래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색깔별로 나무를 건드리면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도미솔~ 퍼질 듯 하구요



#2
거목이 세월을 말해줍니다.
세월 아래 또 다른 작은 벤취들이 늘어서 있지요
세월 속에 아스라히 교정도 보입니다.
세월 속으로 화사한 여름날의 햇살이 한가닥  지나가네요



#3
낡은 것을 점점 사랑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칠 벗겨진 벤취는 가슴이 지잉합니다.
새로 단장하지 말고 그냥 저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벗겨진 칠 속에 또다른 색이 숨어져있었군요
우리들의 마음을 한거플 한거플 벗겨내면 무엇이 있을까요?



#4
교정을 새로 지어도 저런 굵은 나무는 그대로 두면 좋겠네요
저 벤취들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없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앉아 놀던 그런 자리처럼 눈에 들어옵니다.
곧, 저 벤취 주위엔 고목이 토해내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겠지요
그리곤 내 머리카락도 하나 둘 떨어지겠지요



#5
다시 옛날로 돌아가 햇살나무 아래서
꿈을 키우고 싶어요
친구들과 노래하고 싶어요
내 비록 지금은 보잘 것없는 초라한 모습이지만
저 벤취에 앉으면 꿈과 미래가 다시 펼쳐질 것 같거든요



#6
옛 정경은 사라지고 없어도
보라빛 꿈은 사라지고 없어도
걸어가는 두 여고생의 뒷모습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봅니다.
아직은 ...
조금은....
남아있는 세월의 꿈을 찾아봅니다
괜찮을까요?
괜찮겠지요?